최근 한국 축구의 최대 화두는 바로 박지성의 국가대표 은퇴입니다. 이미 남아공월드컵 본선 후 국가대표 은퇴 의사를 밝힌 바 있던 박지성이 최근 아버지 박성종 씨를 통해 다시 한 번 아시안컵 후 은퇴하겠다는 생각을 재확인시키면서 이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충분히 잘 했으니 이제는 소속팀에 전념해도 좋다'라는 수용론과 '아직은 더 뛸 수 있다'는 불가론이 축구팬들 뿐 아니라 축구인들 사이에서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데요. 어쨌든 중요한 것은 박지성의 의사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될 것이라는 점이며, 지금까지는 박지성의 국가대표 은퇴 의사가 아주 명확하다는 점입니다.
설령 박지성이 국가대표 은퇴를 번복한다 할지라도 한국 축구가 장기적으로 박지성을 대체할 만한 자원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많은 사람들이 대체로 동의하고 있습니다. 박지성이 33살이라는 나이에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 출전한다 해도 지금 같은 몸놀림을 보여줄지는 장담할 수 없으며, '원맨팀'에 의존하는 패턴도 이제는 서서히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어떻게 됐든 현재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조광래 감독 입장에서는 더 멀리 내다보는 자세로 팀 리빌딩 작업을 벌이면서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들에 많은 기회를 주며 점진적인 세대 교체를 흔들림없이 수행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박지성의 대표팀 은퇴는 어떻게 보면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국가대표 은퇴를 했던 황선홍, 홍명보의 사례를 돌이켜 봄으로써 시행착오와 과도기를 최소화하는 데 어느 정도 교훈을 얻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1990년대 축구대표팀의 공격, 수비수로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황선홍, 홍명보의 은퇴는 이후 '대형 공격수, 수비수 부재'라는 뼈아픈 교훈을 남긴 채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숙제를 남겼습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 감독을 맡으면서 다양한 선수들을 발굴하고 키워낸 거스 히딩크 감독 덕분에 그나마 몇몇 선수들이 이를 커버할 만 한 활약을 펼치기는 했지만 그에 버금가는 제대로 된 선수를 찾기까지는 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어렵게나마 집단 경쟁 체제를 통해 경쟁력 있는 선수들이 꾸준하게 나오기는 했지만 이 두 선수의 공백에 대한 후유증은 여전히 어느 정도는 남아 있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박지성의 국가대표 은퇴는 축구대표팀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만한 사건임이 틀림없습니다. 선수에 대해 소모적인 논란만 하는 것보다 지금부터 착실한 준비로 보다 경쟁력 있는 국가대표팀을 만드는 데 서서히 전력투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축구계의 노력이 더욱 절실한 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2002년 이후 여전히 완전하게 해결하지 못한 '포스트 황선홍-홍명보'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포스트 박지성' 키우기를 통해 한국 축구의 완전한 리빌딩의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나아가느냐, 정체되느냐는 물론 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을 비롯한 축구계 전체의 노력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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