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나 3회는 매우 위험한 소재를 채용했다. 대통령 딸의 납치라는 엄청난 사건이다. 그러나 저런 것을 드라마 소재로 삼을 정도가 됐나 싶은 것부터 놀라웠으며, 그 허술함에 더 많이 놀라야 했다. 아주 과감한 소재 선택이었으나 그것을 구성하는 데에 있어서는 치밀한 구성력이 부족한 부실공사였다.
1,2회와 달리 액션을 조금 줄이는 대신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스토리 전개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도망자가 화려한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와 액션의 부조화로 인해 성공하지 못했던 것처럼 영화도 아닌 드라마에서 스토리 없이는 액션은 쉽게 질리고 마는 성형 미인같은 것이다. 처음 한두 번은 혹해서 보겠지만 스토리 없이는 아무리 뛰어난 액션도 아무 의미 없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아테나가 풀어낼 첫 이야기보따리에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딸이 이름과 전화번호까지 적어줬는데도 몰랐으며 심지어 조수영(이보영)이 북한 킬러가 노리고 있는 타겟의 행동 루트를 촬영해놓은 사진을 보면서 자기 학교, 집 그리고 자주 가는 마트라는 것까지 얘기해줬는데도 몰랐다는 것이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우연히 길거리에 앉아있는 모습만 보고도 그 사람의 사소한 습성에서 국적을 알아차리고 일본말의 지역적 특성까지도 꿰차고 있는 레전드 현장요원 이정우가 정작 자기 나라 대통령 딸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는 것은 허무한 일이다.
이정우는 이탈리아 비첸차에서 북한이 노리는 타겟이 누구냐는 고민을 계속 해왔다. 그렇다면 당연히 VIP 리스트부터 체크하는 것은 정보원이 아니라 초등학생이라도 임무를 주면 가장 먼저 할 일이다. 하다못해 청와대에서는 NTS 요원이 그 지역에 갔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엇인가 이상한 낌새를 감지하는데 NTS 최고의 요원인 이정우는 물론이고 이정우에게 임무를 맡긴 NTS 자체도 정보기구라고는 볼 수 없는 한심한 곳이 되고 말았다.
시작이 반이라고 할 정도로 매사에 처음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아테나의 화약고를 터뜨릴 대통령 외동딸 납치사건은 도화선이 불량이었다. 마치 무작정 도망치고 쫓아다니다 시청자를 지치게 했던 도망자의 악몽이 오버랩 되는 순간이었다. 한편 이정우가 대통령 딸을 몰랐다는 것이 아테나 최강 옥에 티라면 그보다 작은 옥에 티는 마지막 장면에서 납치차량 뒤를 쫓아온 김기수가 금세 도착한 것이다. 이정우는 처음 온 도시라도 동물적인 감각으로 지름길을 질러왔다는 설정을 이해할 수는 있는데 차 뒤를 쫓은 김기수까지 그렇게 빨리 도착한다는 것은 스파이터맨쯤은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대통령 딸이 경호 없이 유학한다는 사실은 또 그렇다 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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