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장 28년 만에 돌아온 <트론 레거시>가 미국 박스오피스 1위를 점령했습니다. (다시 말해 <나니아 연대기>는 역시 1주일 만에 정상의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것이죠) 제작비 1억 7천만 불에 첫 주말 수입이 약 4,300만 불이니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군요. 전편이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 오랜 시간이 흐른 것에 비하면야... 아울러 <트론 레거시>도 3D 상영의 효과를 톡톡히 봤습니다. 총 수입의 82%가 3D 상영에서 얻어진 것이라고 하네요.

제가 초등학교에도 들어가기 한참 전에 나온 영화니 이제와 속편이 제작된 것이 의아할 따름입니다. <월 스트리트>도 그렇고, 이젠 과거의 영화 중에 속편이 제작되지 않았던 것을 골라서 부활시키려는 속셈일까요? 소재고갈에 시달리는 할리우드가 나름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은 어떤 영화가 되려나요?

전편에서 천재 프로그래머로 등장했던 제프 브리지스는 이번에 주인공의 아버지로 나옵니다. 아들은 아버지를 찾아 컴퓨터가 만든 디지털 세계로 뛰어듭니다. 그리하여 전편과 마찬가지로 컴퓨터 프로그램들과 사투를 벌이는데, 비주얼에 있어서 가히 혁명에 가까운 진보가 이뤄졌습니다. 전편이 애니메이션에 가깝다면 <트론 레거시>는 현시점에 걸맞은 디지털 세계를 구현하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시각효과에 약하신 분들이라면 예고편만 봐도 흥미가 생기지 않을까 합니다.

<트론 레거시>의 예고편입니다.

2위는 또 한번 저를 놀라게 한 <요기 베어>입니다. '한나 바바라'가 애니메메이션으로 만들었던 이 곰돌이 캐릭터가 실사와 합성한 영화를 찍더니 2위까지 해버렸네요. 아무래도 원작의 인기 덕이 컸겠죠? 하지만 비슷한 작품으로 2007년에 개봉했던 <앨빈과 슈퍼밴드>의 기록(약 4,400만 불)에는 한참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올해 여름에 개봉하여 흥행에서 참패했던 <캣츠 앤 독스 2>보다는 조금 나은 형편인데, 두 편 다 워너 브러더스에서 배급한 작품이라... -_-;;;

<요기 베어>는 '젤리 스톤 파크'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탄생 100주년을 맞았지만 찾아오는 사람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급기야 시장은 이곳을 없애고 부지를 팔아버릴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헌데 그렇게 되면 요기 베어와 그의 친구들은 갈 곳이 없습니다. 하여 요기 베어 일행은 해결책을 모색하다 공원 관리인과 의기투합하여 자신의 터전을 지키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좌충우돌 해프닝을 코믹하게 그린 영화가 <요기 베어>입니다.

<요기 베어>의 예고편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나니아 연대기>는 개봉 1주일 만에 3위로 떨어졌습니다. 다행히 1천만 불은 돌파했군요. 2주차의 드랍율에서도 2편보다는 나은 성적을 올렸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입니까!? 수입이 워낙 저조해서 무의미한 수치인 것을... ㅠ_ㅠ <황금 나침반>보다 동기간 대비한 수입에서 앞서는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입니다. 이대로라면 처음에 예측했던 것처럼 자국에서 흥행수입 1억 불을 돌파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황금 나침반>도 7천만 불에서 마감했었는데... 현재 <나니아 연대기>의 전 세계 흥행수입은 이제 약 1억 7천만 불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개봉했던 <파이터>는 개봉 극장수를 대폭 확대하면서 단숨에 4위로 진입했습니다. 마크 월버그와 크리스찬 베일의 투톱을 내세우고도 제작비가 2천 5백만 불에 불과하네요. 덕분에 개봉 2주 만에 제작비의 절반을 거둬들였고, 현재 평단과 관객의 반응도 굉장히 좋습니다. 그에 비하면 수입이 저조한 수준이랄까요?

이 영화는 실존 인물인 미키 워드와 그의 이복형 딕키 에클룬드의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옮겼습니다. 미키 워드는 1980년대에 활약했던 복서였으나 다소 이른 시기에 링에서 떠났습니다. 그 후 노동을 하면서 자신의 팔을 수술하는 데 필요한 돈을 마련했습니다. 그런 그를 이복형인 딕키 에클룬드가 독려하여 다시 복서로 복귀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딕키 에클룬드 또한 전직 복서였으며 그 유명한 슈거 레이 레너드와 대전한 경력도 있지만, 코카인 중독에 빠져 황폐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니까 <파이터>는 이 두 사람이 재기하는 과정을 다룬 드라마틱한 영화라고 보시면 될 듯합니다. 그나저나 크리스찬 베일은 자기 몸무게를 아주 간편하게 줄였다 늘렸다 하네요. 물론 말이 그렇다는 거지 본인은 우리가 상상도 못할 엄청난 곤욕을 치르겠죠? ^^;

<파이터>의 예고편입니다.

<투어리스트>는 세 계단을 하락하며 5위에 머물렀습니다. 1천만 불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는 흥행에서 선전한 편이네요. 1억 불을 달성하기는 힘들어 보이지만... 그것보다 모쿠슈라님께서 전해주신 소식처럼 이 영화가 골든 글로브에 후보로 올랐다는 것이 충격적일 정도로 놀랍습니다. 관객과 평단 모두로부터 혹평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후보에 오를 수 있었는지 의아하네요. 다른 영화들을 다 제치고 말입니다. 정말 두 배우의 이름값 덕분일까요?

6위는 흥행에서 선전한다 싶었던 <탱글드>입니다. 그러나 어마어마한 제작비로 제대로 망... 전 세계 흥행수입으로도 현재 2억 2천만 불이네요. 어떻게 하면 애니메이션에 2억 6천만 불이라는 거금이 들어가는 것일까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IMDB에서도 이 엄청난 금액을 믿지 못해 설전이 벌어졌었습니다. 실제로 나중에 수정하긴 했지만 IMB에서는 박스오피스 모조와 달리 1억 5천만 불이라고 표기하기도 했었고요. 지금은 두 사이트 모두 2억 6천만 불로 적었습니다.

<블랙 스완>은 개봉 극장수를 계속 확대하면서 수입이 증가했습니다만 7위로 순위는 한 계단 떨어졌습니다. 확대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개봉 극장수가 1,000개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네요. 다행히 제작비가 원체 낮아서 이미 총 수입이 앞질렀습니다. 어차피 큰 흥행을 바란 작품은 아닐 테니 그보다는 시상식에서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8위는 리즈 위더스푼, 폴 러드, 오웬 윌슨, 잭 니콜슨이 출연한 <하우 두 유 노우>입니다. 보시다시피 흥행에서도 부진하고 관객과 평단의 반응도 매우 저조한 편입니다. 분명 기자 시사회 이후의 반응은 괜찮았는데 어찌된 일인지 개봉을 하고 나니 거의 혹평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제작비가 무려 1억 불이 넘는다는 것도 치명적입니다. 올해 초였나요? <사랑은 복잡해>가 로맨틱 코미디임에도 8,500만 불이라는 제작비가 투입돼 흥행에서 고전했는데... <하우 두 유 노우>는 최소 1억 불이나 들어갔다는 것이 더 놀랍네요. (IMDB에서는 1억 불이라고 표기했습니다) 조금 이르지만 흥행은 참패가 확정적일 듯합니다.

이 영화는 전직 소프트볼 선수였던 리사가 삼각관계에 놓인다는 내용입니다. (참고로 제가 성의가 없는 게 아니라 이 외에는 딱히 자세히 알려진 줄거리가 없습니다. 여기저기 다 뒤질 수도 없는 노릇이고 -_-;;;) 감독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스팽글리쉬>의 제임스 L. 브룩스인데, 여러 모로 저조한 영화가 안타깝네요.

<하우 두 유 노우>의 예고편입니다.

9위의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1>은 개봉 5주차를 지나며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이미 <아즈카반의 죄수, 비밀의 방>의 최종수입을 넘어섰네요. 초반의 기세에 비하면 많이 꺾이긴 했지만 머지않아 <불의 잔, 불사조 기사단>도 앞지를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아무튼 다 됐고! 얼른 2부나 개봉하란 말이야!!!

여태까지 잘 버텨오던 <언스토퍼블>도 이젠 10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 같습니다. 지난주까지 5위에 머물러서 잘하면 1억 불에 근접하지 않을까 했는데 일주일 만에 다섯 계단이 뚝 떨어졌네요. 이젠 최대한으로 잡아도 8,000만 불 인근이 최종수입일 것으로 보이는데... 하긴 저도 극장에서 보지 못해서 할 말이 없네요 ^^;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블로그 : http://blog.naver.com/nofeet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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