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동안 진행된 <1박2일 광역시 특집>은 따로 또 같이하는 여행의 즐거움과 많은 이야기들을 남기고 마무리되었습니다. 교통의 중심지인 대전에서 출발하여 6대 광역시를 각자 여행하는 포맷은 특별한 시도였고 즐거운 체험이었습니다.

양준혁은 1박2일에게 절실하다

마치 짜기라도 한 듯 광주, 대구, 부산으로 향한 그들이 만난 특별한 명사들은 다름 아닌 야구 스타들이었습니다. 이종범과 양준혁, 이대호로 이어지는 우리 시대 야구 영웅들과의 만남은 야구팬들에게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평소 친분이 있었던 강호동과 양준혁은 귀여운 형제로 거듭나며 의외의 재미를 만들어냈습니다. 광주의 맛을 제대로 보여주었던 이종범과 이수근, 급하게 연락이 되었지만 그 누구보다 의미 있는 만남을 가졌던 이대호와 이승기는 <1박2일 광역시 특집>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단순히 광역시를 다녀왔다는 의미만이 아닌 미션을 통해 그 도시를 상징하는 특별한 것들을 체험하도록 한 것은 제작진들이 얼마나 준비를 많이 했는지 알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일요 예능의 무적이었던 <해피선데이>가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을 한 전 멤버들로 인해 위기가 찾아왔고 그런 상황을 남은 이들의 노력으로 채워가는 모습은 보기 좋았습니다.

숨 가쁘게 진행된 릴레이 미션이 비록 실패로 끝나기는 했지만 그들은 이번 미션 여행을 통해 멤버들의 소중함과 함께 홀로 남겨진 상황에서 자신의 역할을 극대화시키는 방법 등에 대해 충분하게 인지할 수 있었을 듯합니다.

함께 하면 민망함도 채워지고 부족한 것들도 상쇄될 수 있지만 홀로 자신의 몫을 채워야 하는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홀로 남은 상황에서 주어진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해 <1박2일> 멤버로서 자격을 시험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번 '광역시 특집'은 현 <1박2일> 멤버들의 현주소를 읽을 수 있었고 분발을 해야 하는 멤버에게는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값진 여행이었을 듯합니다.

미션에 실패했지만 나름대로 다양한 재미를 선사했던 그들은 자정이 다 된 시점에 대전 베이스캠프에 모였습니다. 강호동이 "형~"이라 부르며 따르는 양준혁이 함께 함으로써 지난 여행에서 '이만기'와 함께 했던 명사특집이 이번 주에는 '양준혁'편으로 바뀐 듯도 했습니다.

30여 년간 해왔던 야구 인생을 마무리한 양준혁이 함께 함으로써 <1박2일 광역시 특집>은 화려하고 흐뭇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유명한 스타의 출연이라서가 아니라 그가 오랜 시간 야구를 하면서 얻었던 가치를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시간이 <1박2일> 멤버들에게는 가장 소중하고 값진 의미를 전달해 주었기 때문이지요.

야구를 좋아하지만 선수들 간의 행동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멤버들에게 양준혁의 이야기는 재미있기만 했습니다. 경기 중 선수들끼리는 무슨 대화를 하는지, 복잡한 사인의 정체는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에 이어진 양준혁에게 가장 값진 타석은 언제인지에 대한 강호동의 질문은 명사특집에 걸맞은 분위기로 전환되기 시작했습니다.

은퇴식을 가지기 전 마지막 경기 타석에 올라서지 못한 양준혁은 아쉬움을 달래려 여행을 떠나는 중 올스타 게임에 참가할 수 있었습니다. 대타로 출전한 그는 자신의 야구 인생이 시작되고 꽃을 피웠던 대구 구장의 마지막 타석에서 홈런으로 야구를 마무리했습니다.

양준혁의 등장이 값지게 다가왔던 중요한 이유는 양준혁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기록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안타, 홈런 등 한국 프로야구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운 그가 그 화려한 기록을 뒤로하고 사사구(포볼과 몸에 맞는 볼을 합한) 기록이라고 답했습니다.

자신이 돋보일 수 있는 안타나 홈런이 아니라 자신을 희생해 팀을 살리고 동료에게 기회를 주는 사사구가 자신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기록이었다고 말하는 양준혁 선수는 진정한 스포츠 스타였습니다.

개인 경기가 아닌 팀 경기에서도 자신의 기록만을 위해 뛰는 선수들이 많습니다. 기록경기인 야구에서 기록은 곧 자신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되고 그 기록은 엄청난 부와 연결되기도 합니다. 그런 기준에서 밀려나 있는 사사구를 그 어떤 기록보다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양준혁 선수는 진정한 프로이자 팀워크를 중요시하는 단체 경기에서 모범이 될 수밖에 없는 존재였습니다.

<1박2일> 역시 양준혁과 같이 생각을 한다면 결코 위기나 폐지론이 나올 수가 없을 겁니다. 자신만이 돋보이기 위해 다른 멤버들을 희생시키는 것이 아닌 다른 이들을 돋보이게 만들어 전체가 살아날 수 있도록 희생한다면 그것이 모두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된다는 단순하지만 불변의 법칙을 경험으로 보여준 양준혁은 진정 <1박2일>에 '빛과 소금'같은 존재였습니다.

'인간 제로' 게임을 통해 대전 시청 앞에서 노숙을 하는 상황까지도 담담하고 재미있게 받아들인 양준혁으로 인해 <1박2일 광역시 특집>은 의미 있는 마무리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형 동생이 된 '준혁&호동'형제의 모습만으로도 흐뭇한 방송이었습니다.

아이유의 '3단 고음'을 패러디한 강호동의 '인간 제로'게임 만세는 요즘 대세인 '아이유 3단 부스터'의 새로운 패러디로 의미를 더했습니다. 뒤이어 진행된 <1박2일 겨울방학 특집>은 이승기가 이야기를 하듯 '트루먼 쇼'처럼 제작진들 없이 설치된 카메라와 자신들에게 주어진 카메라만으로 예능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도전입니다.

불미스러운 일로 멤버가 빠진 상황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1박2일>의 모습은 이렇듯 각 멤버들의 희생과 제작진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충분히 메워지고 있었습니다. 사사구를 야구 인생의 가장 값진 기록으로 망설임 없이 뽑은 양준혁의 희생정신은 <1박2일>에게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다가왔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인 한효주와 통화를 하며 한없이 밝은 미소를 짓던 양준혁 선수는 <1박2일>에게 가장 의미심장한 가치를 남겨준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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