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문제인지는 모두 다 알고 있습니다. 그냥 건성건성 넘어가기에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사항이라는 것도 너무나 잘 알고 있죠. 어떤 주제로 접근하더라고, 어디에서 어떤 미션을 수행하던 간에 시청자들의 초점과 관심, 원성과 비판이 누구에게 향해 있는지 알고 있죠. 바로 김종민. 다시 멤버로 투입된 후 누적되어오던 불만이 임계점을 넘은 이후, 매 방송이 끝날 때마다 논란과 화제의 중심이 되어버린 이 남자의 거취문제는 편을 들기도, 옹호하기도, 기회를 주기도 하지만 도무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1박2일을 괴롭히는 가장 아픈 부분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것은 김종민의 부진이 단순히 한 개인의 진퇴문제가 걸려 있는 사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챙겨줘야 분량을 만들어내는 그의 소극적인 태도는 프로그램을 진행시켜야 하는 방식에 한계를 만들어 복불복 하나, 개인 여행 하나에도 조심스럽게 접근하게 만듭니다. 다른 멤버와의 분량 차이, 웃음 깊이의 다름이 그의 역량과 존재 이유를 따지며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만들고 자연스러운 흐름을 망가뜨립니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가장 큰 장점이면서도 위험한 부분. 사람 자체에 대한 호감이 무너져버렸기에 생겨버린 구멍이에요.

물론 이런 부조화와 부적응은 그의 잘못만은 아닙니다. 김종민이 투입되자마자 연이어 이어진 변화, 이동, 악재 때문에 제대로 자리를 잡을 여유가 없었으니까요. 등장 이후 1박2일의 어머니로 굳건한 기둥이었던 김C의 하차 원인으로 지목받으며 가슴앓이를 해야 했고, 새롭게 재편된 6인 체제에 적응하려던 차에 멤버 중에서 가장 친밀한 기댈 구석 MC몽은 병역 논란으로 사라졌습니다. KBS의 파업으로 잠시 생긴 제작진의 공백, 다른 멤버들 역시도 처음 맞이하는 5인 체제는 새로운 신입생을 챙기기보다는 잘나가는 에이스 이수근과 이승기에게 분량을 집중하고, 강호동에게 무리를 강요하고, 게스트들에게 의지하는 편법을 쓸 수밖에 없게 했죠.

그러는 사이 가뜩이나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던 김종민의 자신감은 극도로 위축되었고, 계속되는 부진과 병풍놀이에 질린 시청자들은 이젠 그가 무엇을 하든 곱지 않은 시선으로 비판하며 1박2일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게 만들었습니다. 무능하고 재미도 없는데다가 열심히 하지도 않는 이미지가 만들어졌으니 그는 결코 개선되기 쉽지 않은 비호감의 덫에 빠져버린 것이죠. 신입생에게 쏟아지는 비난과 손가락질을 본 후보자들이 선뜻 1박2일 참여를 선택하지 못하게 만드는 걸림돌이 되면서 5인 체제를 지속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 되어 버렸구요.

제6의 멤버 선정을 내년으로 미루고 지금의 구성을 공고히 하겠다거나, 수시로 인터뷰를 통해 김종민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제작진의 의도는 결국 그가 가진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고는 지금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어쩔 수 없고 조금은 늦어버린 문제 해결의지입니다. 이번 주 역시도 마찬가지였어요. 이번 주 방송의 중심은 양준혁 선수의 야구 인생을 돌아보는 무릎팍 도사의 재연이었고, 새롭게 시도하는 자유 여행의 소개였지만 곳곳에 김종민을 배려하고 살려보려는 시도가 숨어있었으니까요.

자신이 가장 아끼는 기록을 주연이 아닌 보이지 않는 조연의 가치를 보여주는 사사구 기록이라는 양준혁 선수의 말 위에 김종민의 얼굴을 겹치게 보여주는 것. 멋진 조연이 되어달라는 제작진의 간절한 바람과 경고가 그렇게 절절하게 묻어나오는 장면이 또 있었을까요. 하지만 정작 그는 그 긴 인터뷰가 이어지는 동안 별다른 질문도, 리액션도, 치고 나오는 의외의 재미도 주지 못하고 30여분의 방송 시간동안 말 한마디 없이 방청객처럼 웃고만 있었습니다. 자유여행을 설명하며 설레고 불안해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죠. 미리 정해진 대사만을 기계적으로 전달하는 것 이외에 그의 역할은 존재하지 않아요. 월등한 능력을 가진 멤버들 틈새에서 박수만 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차라리 많은 논란을 만들기는 했지만 울산에서의 치기어린 행동이 쌓이면서 자리를 잡아가는 것이 더 나아 보여요.

그건 화려하지 않아도 빛나는 조연이 아니라, 시청자와 다를 바 없는 관객입니다. 이래서야 제작진의 배려가 그에게나 시청자에게나 더 어색하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여전히 어색하고 부자연스럽고 힘들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향한 높은 기대와 관심, 압박감 때문에 힘겨울지도 모르죠. 하지만 논란을 종식시키고 불만을 잠재우는 것은 다른 누구의 배려와 관심, 방어나 옹호가 아닌 그 자신의 분발과 노력입니다. 어쩔 수 없이, 그리고 애정을 가지고 기다려준 제작진을 위해서라도 이젠 좀 달라져야 하지 않겠어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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