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위원장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가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지부장 김두영)를 찾아 비정규직 방송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방송 스태프들의 노동조건 개선 뿐만 아니라 방송사-제작사 간 불공정거래 여부를 확인해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발생하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는 데 뜻이 모아졌다.

을지로위원회는 16일 오후 민주노총 서울본부에 위치한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사무실을 찾아 '드라마 제작환경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번 간담회는 현재 진행 중인 KBS 드라마 제작 현장 4곳(닥터프리즈너, 국민여러분,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딸, 왼손잡이 아내)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중간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민주당에서는 박주민 최고위원, 박홍근 을지로위원장, 제윤경 의원이 참석했으며 정부에서는 고용노동부, 방송통신위원회 담당자가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16일 오후 민주노총 서울본부에 위치한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사무실을 찾아 '드라마 제작환경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미디어스)

이날 간담회에서는 드라마 제작 현장에 만연해 있는 프리랜서 계약, 턴키 계약, 개별 근로계약 거부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한 현장 스태프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지난해 7월 노조 출범 이후 문제제기가 지속되면서 현장의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장시간 노동문제, 계약 문제 등이 현장에서 지속되고 있다는 게 방송스태프들의 입장이다.

당장 노동부가 진행중인 특별근로감독 결과와 전국언론노동조합·지상파방송·드라마 제작사·방송스태프지부 등 모든 드라마 제작 주체가 참여하는 '드라마 제작현장 개선 4자 협의체'의 논의 결과가 문제 해결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관련 내용 중에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의 타파, 즉 '턴키 계약' 문제와 개별근로계약서 체결 등이 관건으로 꼽힌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드라마 제작 현장 근로감독 결과를 통해 대부분이 프리랜서·비정규직으로 구성돼 있는 방송스태프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조명 등의 부문에서 턴키 계약을 맺고 일하는 이른바 '도급 감독'들은 노동자가 아닌 '사용자'로 판단했다.

'턴키계약'이란 조명팀, 동시녹음팀, 그립팀, 미술팀의 경우 용역료 산정기준 없이 총액만을 명시해 지급하는 '턴키(Turn-key)' 계약 방식을 일컫는다. 노동부 근로감독 결과와 업계 관행이 맞물려 턴키계약을 통한 '다단계 하도급' 구조는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 아울러 노동부가 방송스태프 대부분의 노동자성을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 수의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는 개별 근로계약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 속에서 장시간 노동 문제는 지속되고 있다.

방송 스태프들은 결국 '다단계 하도급' 구조의 타파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방송스태프지부는 '4자 협의체'에서 표준근로계약 도입을 최우선 사항으로 요구 중에 있으며 턴키 계약, 장시간 노동 근절을 요구사항으로 제시하고 있다.

스태프들의 이야기를 경청한 민주당 의원들은 하도급 구조 개선을 위해 방송사-제작사 간 불공정거래 여부에 주목했다. 하도급 문제는 결국 돈, 제작비 문제로 직결된다. 드라마 제작 현장 불공정 행위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뤄질 때마다 방송사와 제작사는 제작비와 업무지시 등에 있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태도를 보여왔다.

제윤경 의원은 "계약관계 상의 불공정성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원청인 방송사가 제대로 돈을 지급해야 제작사도 그에 맞게 돈을 지급할 수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따로 문제를 삼는 것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홍근 을지로위원장도 "이제까지는 스태프들의 근로환경 개선 문제를 주로 봐왔었는데 오늘 얘기를 들어보니 방송사와 제작사 간 공정거래 부분을 봐야할 것 같다"며 "4자 협의체와 같이 관련 TF를 만들고, 구체적이고 진전된 시스템 개선안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한 박 위원장은 이를 위해 노동부, 방통위, 문화체육관광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 주무부처의 협력과 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에 편도인 노동부 근로감독 기획과장은 "방송스태프 노동자 분들의 이 같은 열악한 문제는 기본적으로 방송현장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면서 "원-하청 문제가 관건이 된다. 불공정 거래가 횡행한다는 관점에서 제작단가, 제작기간, 프로그램 결방 시 보호장치 등의 부분에 대해 공정거래가 우선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하는 작업들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두영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장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두영 지부장, 박홍근 을지로위원장, 제윤경 의원, 박주민 최고위원. (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한 논의는 '4자 협의체'를 통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방송스태프지부는 향후 4자 협의체 논의 과정에서 방송사가 지급하고 있는 제작비와 제작사가 방송사로부터 지급받고 있는 제작비 등을 논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자는 제안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제작비 비교를 통해 불공정 관행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보자는 제안이다.

한편, 현재 진행중인 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과정에서는 노동부가 현장 스태프들을 상대로 '사용자성'을 물어 노조 차원의 항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예를 들면 '자신이 사용자라고 생각하는가, 노동자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식이다.

프리랜서, 도급 감독들의 경우 계약 상 개인사업자에 해당한다. 방송스태프지부는 이 같은 노동부의 질의가 부적절하다고 비판한다. 김두영 지부장은 "노동부가 현장에서 실질적인 업무지시가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파악하고 이와 관련한 조사를 해야 하는데, 지난 근로감독 때 처럼 다시 현장의 상황을 무시한 채 사용자성을 물어 노조차원에서 항의했다"며 노동부가 근로감독 과정에서 제작현장의 현실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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