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탄생은 슈퍼스타K를 따라 만든 프로그램이다 보니, 방영 내내 이미 성공적으로 끝난 슈퍼스타K와 비교를 당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합니다. 일단 확실히 프로그램의 연출과 오디션 진행 방식은 슈퍼스타K에 비해 뒤처진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데요. 편집도 매끄럽지 못하고 오디션 심사 방식도 명확하지 않아, 슈퍼스타K에 적응된 시청자들의 눈에는 뭔가가 자꾸 어설퍼 보이기만 합니다.

하지만 역시 오디션의 질은 참가자들에 의해 결정이 나다보니, 실력 있는 참가자들이 나타나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데요. 그렇게 위대한 탄생은 위대한 참가자들로 인해, 점점 탄력이 붙어가고 있습니다. 슈퍼스타K의 성공적인 개최 때문인지 재야에 묻혀있던 실력 있는 참가자들이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은데요. 점점 참가자들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먼저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원석을 발굴하겠다는 위대한 탄생의 취지에 맞게, 이은미에게 1급수라는 호평을 받았던 18세 소녀 김혜리입니다. 김혜리는 한국 오디션에 출전해 니모의 '독설'을 불렀는데요. 18세 소녀답지 않은 감정표현에 깜짝 놀란 신승훈이 "뭘 많이 이별을 겪어봤어요? 18살인데 사랑과 이별에 대한 마음을 알아요?"라고 물어볼 만큼, 단 몇 마디 열창 만에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김혜리는 중학교 1학년 때 부모님이 이혼하고 아버지와 이별하게 되면서,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했다고 하는데요. 당시에는 그것 때문에 방황도 많이 했지만, 그럴 때마다 기댈 수 있었던 곳은 오락실 동전 노래방이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혼자만의 작은 노래방에서 부르던 그 노래가 힘들었던 자신에게는 돌파구이자 안식처가 되어주었다고 합니다.

다른 참가자들의 경우 노래를 할 때 기교를 넣어 돋보이게 만드는데요. 그런 기교도 물론 중요하지만, 아마추어일 때 만인 기교를 사용하는 버릇은 후에 자신의 발전 가능성을 가로막기도 합니다. 그래서 심사위원들은 자신의 목소리로 부를 것을 강조하기도 하는데요. 김혜리의 경우 그런 기교 없이 자신의 감정만을 담아 노래를 함으로써, 그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감정만으로 진한 감동을 느끼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신승훈과 방시혁은 김혜리가 노래를 하는 동안 눈을 지그시 감고, 그런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감동을 음미했는데요. 노래가 끝나자마자 아무말도 하지 않고 주저 없이 왕관을 누르며 놀라움을 표현했습니다. 이은미 역시 오랜만에 1급수를 만난 것 같다며 본인이 외롭거나 슬플 때 노래한 것이 느껴진다고 극찬을 했는데요.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그 사람의 인생의 무게가 정말 감동적으로 와 닿았습니다.

그리고 한국 오디션에 참가했던 서형주 역시 독특한 음색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서형주는 처음에 오디션 선호곡 1순위이자 R&B 장르의 대표격인 노래 알리샤 키스의 'If I ain't got you'를 불렀는데요. 방시혁으로부터 어울리지 노래를 부른다는 평을 받고, 이은미로부터 리듬 앤드 블루스를 잘못 이해하면서 블루지하지 않다는 혹평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심사위원은 서형주의 가능성을 보고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데요. 미쉘 브랜치의 'Everywhere'를 부르는데 확실히 원곡과는 느낌이 전혀 달랐습니다. 심사위원들 역시 그제서야 웃음을 띠며 만족하는 듯한 모습이었는데요. 선곡이 잘못되어 그것만으로 불합격을 시킬 수도 있었지만, 매력적인 보이스와 가능성을 평가하여 맞는 노래를 찾아주는 심사위원들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심사위원들이 이런 모습은 19살 소녀 안아라를 합격시킬 때도 드러났는데요. 안아라는 처음에 이은미의 'Time & Life'를 부르지만, 자신의 목소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과 함께 선곡이 잘못되었음을 지적받습니다. 그러자 안아라는 BMK의 '물들어'를 불러보겠다고 하지만, 심사위원들로부터 거절당하고 맙니다. 안아라는 굴하지 않고 자우림의 하하하쏭을 불러보겠다고 하는데요. 그러자 심사위원들은 해보라고 승낙을 하면서, 플랫되고 있으니 음정을 신경을 쓰라고 충고를 합니다.

하하하쏭을 들은 방시혁은 안아라에게 톤이 좋다며 다른 노래 한곡을 더 듣기를 요청합니다. 안아라는 박봄의 'You & I'를 부르고, 이는 몇 마디 부르지도 못하고 끊기고 마는데요. 그렇게 잘못된 선곡으로 탈락할 것만 같은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이은미는 음색이 좋은 악기를 가지고 있고 맑은 숲 공기 같아서 더이상 때 묻지 않고 이 상태로 잘 유지하면서 연습할 것이라 믿는다며 합격을 주는데요. 방시혁 역시 정확한 음정을 위한 기초연습을 몇 번 하겠냐고 물으면서, 가능성을 보고 합격을 시켜주게 됩니다.

위대한 탄생의 미국 오디션은 정말 실력이 뛰어난 참가자들이 많았는데요. 원래 3명의 합격자를 뽑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심사위원들의 제안으로 3명을 더 추가하여 총 6명의 합격자를 뽑게 됩니다. 첫 번째 합격자였던 시력장애를 앓고 있는 17세 소년 서의환은 스타킹에서 예전에 화제가 되었던 김지호를 떠올렸는데요. 심사위원들은 기대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나쁜 버릇이 없는 가창력과 노래하는 감정이 순수했던 서의환의 가능성을 보고 합격을 주게 됩니다. 그렇게 때 묻지 않고 기교를 부리지 않는 목소리가 앞으로 보여지는 모습에서 감동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두 번째 합격자인 신샤론은 긴장해서 가사를 잊어버리는 실수도 하고, 너무 과도한 기교를 사용하여 워어어를 반복하다 방시혁에게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기교를 뺀 처음 감성적으로 자연스럽게 불렀던 부분과 지르는 창법이 참 인상적이었는데요. 그런 부분에서 가능성을 염두에 둔 심사위원은 합격을 주었습니다. 세 번째 합격자는 외모와는 달리 미성이 돋보였던 윤건희였는데요. 신승훈의 'I believe'와 더클래식의 '마법의 성'을 리믹스하여 불렀는데,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슈퍼스타K의 김지수를 떠올리게 만들면서 앞으로 기대감을 가지게 만들더군요.

그리고 네 번째 합격자는 박봄의 'You & I'를 통기타로 연주하며 인상적이었던 데이비드 오, 다섯 번째 합격자는 서태지의 '난 알아요'를 자기만의 느낌으로 소화하면서 인상적이었던 허지애습니다. 특히 허지애는 지난주 방영분에서 많은 주목을 받으며 기대감을 가지게 만들었기에, 이렇게 극적으로 합격하는 모습이 더욱 감동적으로 느끼게 만들어주었던 것 같습니다. 왠지 허지애는 상황은 슈퍼스타K의 슈퍼위크에서 탈락했다가 기사회생했던 허각을, 보이스는 장재인을 떠올리게 만들면서 나중에 서울에서 펼쳐질 본선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을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데이비드 오 역시 존박처럼 여심을 많이 사로잡을 것 같은 예감이 들구요.

그리고 마지막 합격자는 시종일관 귀엽고 활달한 모습으로 웃음을 짓게 만들었던 15세 소녀 이혜린이었습니다. 앞서 두 명의 심사위원이 자신의 재량으로 두 명을 추가로 합격시키자 뻘줌해진 조PD가 자신도 심사위원 권리를 행사하여 합격시키게 되었는데요. 어린 나이지만 뛰어난 재능이 돋보였던 모습 속에서 제 2의 보아를 염두에 둔 합격인 듯합니다.

그렇게 확실히 심사위원들의 이런 모습은 슈퍼스타K와는 차별화되는 모습이었습니다. 방시혁의 외모 지적으로 방영 초기 스타성만 보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이후 잘못된 선곡으로 아쉽지만 가능성이 보이는 참가자들을 적절히 조언하고 이끌어주는 모습들이 보여지면서 멘토 시스템도 점점 자리를 잡아가는 듯합니다. 이런 멘토 시스템은 나중에 합격자들이 얼마나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게 될지에 대해서 기대감을 가지게 만드는데요. 현재 2% 부족한 모습들이 멘토를 통해서 극복될 때, 어떤 감동을 주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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