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유행했던 시절이 있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책을 읽지 않았지만, 늘 궁금했다. 청춘은 언제까지 불안하고 외로워야하는지 말이다.

14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이끄는 유재석과 조세호가 찾아간 곳은 고시촌이 대거 형성된 서울 신림동이었다. 신림동은 대한민국 최고 명문대로 꼽히는 서울대가 자리 잡고 있지만, 오래전부터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청년들이 오밀조밀 모여 살며 미래를 꿈꾸던 곳이기도 하다.

사법고시 폐지 이후 신림동을 찾는 고시생이 많이 줄었다고 하나, 그래도 노량진과 함께 국가 공무원, 고시를 준비하는 청년들이 대거 모여 있는 장소인 만큼 신림동을 찾는 유재석과 조세호의 발걸음도 유독 무겁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간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취업준비생을 비롯한 청년들이 유퀴저로 등장한 적은 있지만, 이번 신림동 편은 신림동이라는 장소 특성상 취업, 시험을 앞둔 청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

관악산 공원 앞에서 조세호의 절친 남창희와 특별한 오프닝을 가진 이후, 근처 서울대 앞을 찾아간 유재석과 조세호는 서울대 인류학과에 재학 중인 여학생을 만난다. 최근 노르웨이에 6개월 간 교환학생을 다녀왔다는 서울대 여학생은 이렇게 말한다. 문제 한두 개 더 맞추면 인생이 행복해질 줄 알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말이다. 자신의 학창시절처럼 문제 한두 개 더 맞으려고 아등바등하지 않아도 행복하게 사는 노르웨이 사람들을 보며 많은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는 여학생은 앞으로 자신이 무엇을 하든 간에 피곤하지 않게 살기를 바란다.

서울대에 다닌다는 주변의 기대 때문에 2년간 적성에 맞지 않는 행정고시를 준비한 적이 있다는 29세 남학생 또한 미래가 불안하기는 매한가지다. 취업 시장에서 다른 대학 출신보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겠지만, 과거 선배들과 달리 서울대 졸업장만으로 장밋빛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현실. 그래도 그들은 또래 청년들에 비해 사정이 좀 나을지도 모른다. 이후 신림동 고시촌으로 발걸음을 옮긴 유재석과 조세호는 경찰 공무원을 준비 중인 공시생들을 차례대로 만난다.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

동서고금 어느 나라 시절을 막론하고 불안하지 않는 때가 없었겠지만, 최근 대한민국 청년들을 규정짓는 단어 또한 슬프게도 ‘불안’이다. 가끔 기성세대들은 자신들과 달리 치열하게 삶을 개척하지 못하는 현재의 청년들을 보고 노력 부족, 의지박약이라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을 살고 있는 청년들 또한 기성세대 못지않게, 아니 그들의 부모 세대보다 더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다만, 부모가 청년기를 보냈던 시절과 자식이 지금 살고 있고 앞으로 살아나가야 하는 시대가 다를 뿐이다. 세상은 점점 변해하고 있는데 기성세대가 가진 가치관, 잣대로 현재와 향후 청년들의 삶을 규정하고 재단할 수 있을까.

<유 퀴즈 온 더 블럭> 신림동 편 인터뷰에 응했던 청년들 대부분은 스스로에게 이런 말을 털어 놓는다. 세상의 기준에 따라서 판단하지 말고, 나만의 기준으로 어려움을 잘 헤쳐 나갈 것. 불안한 현실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자 하는 청년들이야말로 가장 건강하게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는 존재들이 아닐까. 무엇을 꿈꾸고 원하든 녹록지 않는 상황에서도 밝은 미래를 그려나가는 청년들을 만날 수 있어서 의미 있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 신림동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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