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3회를 맞이한 대구국제뮤지컬 페스티벌(이하 DIMF)이 1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라인업을 공개했다. DIMF는 오는 6월 21일부터 7월 8일까지 총 18일 동안 대구 전역에서 한국과 영국, 러시아와 프랑스, 스페인과 중국, 대만에서 엄선된 총 23개 뮤지컬을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 DIMF 개막작은 영국 뮤지컬 ‘웨딩 싱어’의 몫이 됐다. 배성혁 DIMF 집행위원장은 ‘웨딩 싱어’를 개막작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그동안의 한국 뮤지컬은 무거운 작품이 흥행을 이루는 추세”라면서 “개막작은 밝은 작품을 선보이고 싶어 택하게 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배성혁 DIMF 집행위원장은 “이번 개막작인 ‘웨딩 싱어’는 우리가 아는 뮤지컬과는 확실히 다른 웨스트엔드 버전”이라면서 “영국에서 빅히트한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참고로 한국에서 알려진 ‘웨딩 싱어’는 과거 뮤지컬해븐이 황정민과 박건형, 김도현과 오종혁의 캐스팅으로 선보인 바 있다.

제13회 DIMF 개막작 ‘웨딩 싱어’(영국) (사진제공=DIMF)

DIMF의 폐막작은 러시아 뮤지컬 ‘지붕 위의 바이올린’이다. 이 작품은 20세기 초 유대인 마을을 배경으로 전통을 중시하는 아버지와, 아버지의 전통에 맞서는 딸들의 이야기를 러시아 혁명이라는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그리는 뮤지컬이다.

올해 DIMF는 전과 달리진 점이 있다. 이전 DIMF가 제3세계 뮤지컬을 많이 소개한 데 비해 이번엔 유럽 위주의 작품을 소개하는, 모험성보다 안정성을 추구한 점이 과거와 달라진 점이다.

이 부분에 대해 배성혁 DIMF 집행위원장은 “아프리카의 리듬감이 좋아서 아프리카 뮤지컬을 소개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아프리카 뮤지컬 가운데서 한국에 소개하고 싶은 작품은 금전적인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괜찮은 아프리카 뮤지컬 작품은 이미 미국 내지 영국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전에 인도 뮤지컬을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대중의 반응이 반은 좋다고 한 반면에, 반은 ‘이게 무슨 뮤지컬’이냐며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인도 뮤지컬도 괜찮은 작품은 영국과 라이선스 체결을 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제13회 DIMF 폐막작 ‘지붕 위의 바이올린’(러시아) (사진제공=DIMF)

중국 뮤지컬에 대해 배성혁 DIMF 집행위원장은 “사드 제재가 풀리면 한국 뮤지컬의 진출이 쉬워진다. DIMF를 통해 한국 뮤지컬 제작진을 중국 뮤지컬 제작사에게 소개를 많이 한다”면서 “과거 우리나라는 브로드웨이 팀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중국에서도 DIMF를 통해 한국 제작진이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추가했다.

DIMF가 중국 뮤지컬 제작진에게 한국의 제작진을 소개하고, 세계 각국의 숨겨진 다양한 뮤지컬을 한국에 소개하는 것은 DIMF의 순기능이다. 하지만 DIMF가 소개하는 뮤지컬의 작품성이 한국 관객에게 맞는가 하는 점에 있어선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DIMF가 자체 제작한 창작뮤지컬 ‘투란도트’는 3년 전 관람했을 당시만 해도 개연성에 있어 상당한 문제가 내재된 작품이었다. DIMF가 이런 창작뮤지컬의 난맥을 얼마나 극복했는지 모르지만 DIMF는 올해 대구에서 ‘투란도트’를 11번이나 선보일 예정이다.

하나 더, DIMF는 해외 작품 선정에 있어서도 의구심을 가질 만한 작품을 선정해왔다. 필자가 5년 전 대구 DIMF에서 취재한 중국 창작뮤지컬 ‘마마 러브미 원스 어게인’은 중국 학생이 어머니에게 돈을 요구하다가 상하이 푸동 공항에서 어머니를 9번이나 칼로 찌른 실화를 소재로 다룬 작품이다. 뮤지컬의 다양성을 모색한다는 DIMF의 작품 선택 취지엔 공감하지만, 당시 ‘패륜’을 소재로 한 뮤지컬을 굳이 소개했어야 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었다.

제13회 DIMF 기자간담회(사진제공=DIMF)

DIMF가 작년 폐막작으로 선정한 ‘플래시 댄스’는 DIMF 폐막 이후 세종문화회관에서 영국 라이선스 공연으로 소개된 적이 있다. 서울에서 공연된 ‘플래시 댄스’는 DIMF 폐막작 당시와 동일한 제작진이었지만, 서울 공연에서 관객 평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웨딩 싱어’ 역시 한국에서 뮤지컬해븐 제작으로 마지막으로 공연될 당시에도 특별한 호응을 찾을 수 없었다.

DIMF가 작품 선정에서 ‘다양성’보다 중시해야 할 것이 있다. 서사적인 진행에 있어 개연성이 충분한 뮤지컬을 제작하고, 한국 정서에 맞는 해외 뮤지컬을 선보이는 것이 보다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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