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여성혐오 발언에 대해 "KBS가 망언을 망언이라 말하지 못했다"는 KBS 내부 비판이 제기됐다. 나 원내대표의 여성혐오 발언은 발언 당일인 11일부터 도마위에 올랐으나, KBS가 이를 막말이라는 이유로 외면했다는 지적이다. KBS는 13일 저녁종합뉴스에 이르러서야 이를 보도했다.

13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망언'을 '망언'이라 말하지 못하는 KBS뉴스>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대구에서 열린 장외집회 현장에서 '문빠', '달창' 등 막말을 쏟아냈고, 이에 사회적 비난이 빗발쳤지만 성명서 작성시각까지 KBS에서는 관련 뉴스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게 노조의 비판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1일 오후 대구 두류공원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규탄대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나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엊그저께 대담할 때 KBS 기자가 물어봤는데 그 기자 요새 뭐 '문빠', '달창' 이런 사람들한테 공격당하는 거 아시죠?"라고 발언해 혐오발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언론노조 KBS본부는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들을 비난하기 위한 단어로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일베'의 언어를 대중 연설에 사용한 셈"이라며 "하지만 KBS는 외면했다. KBS는 발언 당일인 11일은 물론 논란이 커진 그 다음날(12일)에도 관련 내용을 9시 뉴스에 다루지 않았다. 9시 뉴스는 물론 13일(월) 아침광장에서도 리포트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언론에서 주요소식으로 나 원내대표의 발언 내용과 이에 대한 정치권의 비판이 보도될 때 "KBS 뉴스를 통해 정치권 소식을 듣는 시청자에게 나 원내대표의 '달창' 발언은 있지도 않았고 논란거리도 되지 않은 셈"이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지적에 KBS의 주요 보도책임자는 "정치인 막말에 대해서는 무시하거나 비판하가나 두 가지 보도방식이 있는데, 해당 건은 무시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언론노조 KBS본부는 "제1야당 원내대표가 대중연설에서 쏟아낸 막말이 무시할 일이라는 말인가"라며 "혹시 막말의 정도가 지나쳐 무시한 것이라면, 그것이 KBS뉴스의 보도방침이라면, KBS뉴스에서는 어떤 정치인이든 막말도 보도하지 않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정치인은 당연히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하고 비판을 받아야 한다"며 "세월호 5주기에 발언을 한 일부 정치인이 비난을 받았고 5.18을 폄훼한 정치인들이 비난을 받았다. 물론 KBS 역시 발언의 당사자를 냉혹하게 비판했다. 이는 언론사 보도책임자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의무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의무를 포기한 근거가 듣기 거북한 ‘막말’이었기 때문이라니 납득할 수 없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느 정치인이든 막말 수위가 높을수록 KBS뉴스에서는 보도하지 않는다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KBS는 13일에 이르러서야 관련 소식을 9시뉴스에서 전했다. 나 원내대표의 혐오 발언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작심 비판'에 나서고, 나 원내대표와 같은 당인 홍준표 전 대표의 비판까지 나온 후에 이뤄진 보도였다. (사진=미디어스)

아울러 KBS본부는 "일부에서는 KBS 9시뉴스의 외면을 두고 KBS가 진행한 특별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와 연결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며 "즉 특별대담에서 불거진 문제를 더 확산시키지 않기 위해 그런 것 아니냐는 의혹"이라고 꼬집었다.

나 원내대표는 발언 당시 "엊그저께 대담할 때 KBS 기자가 물어봤는데 그 기자 요새 뭐 '문빠', '달창' 이런 사람들한테 공격당하는 거 아시죠?"라고 했다. 최근 대통령 특별 대담 논란으로 국민적 비판에 직면한 KBS가 관련 언급을 피하기 위해 뉴스에서 해당 소식을 외면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편, KBS는 13일에 이르러서야 관련 소식을 9시 뉴스에서 전했다. 나 원내대표의 혐오 발언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작심 비판'에 나서고,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의 비판까지 나온 후 이뤄진 보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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