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과거의 음원 심의 결과가 현재 불필요한 방송 행정지도로 이어지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퀸의 노래 'Don’t stop me now'를 방송에 내보낸 KBS에 행정지도 권고 결정을 내렸다. 해당 노래는 여성가족부가 지정한 청소년유해매체물이다.

9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KBS 불후의 명곡에 행정지도 권고 결정을 내렸다. 가수 김종서 씨가 부른 퀸의 'Don’t stop me now'가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평일 오전 7시~9시·오후 1시~10시, 주말 오전 7시~오후 10시)에 방송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곡은 다수의 광고에 배경음악으로 삽입됐으며, 각종 방송의 오프닝·클로징에서 쓰이고 있다.

▲KBS 불후의 명곡 방송화면 (사진=KBS 방송화면 갈무리)

또한 영화 시청 등급을 결정하는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여성가족부와 상반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Don’t stop me now'가 포함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12세 이상 관람가’로 결정했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 대해 “음주 및 흡연 장면이 있고 마약에 취한 모습이 짧게 묘사되지만 해당 연령층 이상의 지식과 경험을 통해 소화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해당 노래가 심의 대상에 오르고 여성가족부가 문제 삼는 이유는 ▲I'm floating around in ecstasy (난 황홀함에 쌓여 떠다니지) ▲I am a sex machine ready to reload (나는 장전될 준비가 된 섹스머신)라는 표현 때문이다. ecstasy는 마약의 의미가 있지만, 황홀감이라는 뜻으로 함께 쓰인다. sex machine은 ‘성적으로 매력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는 2011년 ‘선정성’을 이유로 해당 곡을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지정했다

실제 여성가족부의 음원 등급심의가 보수적이라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여성가족부는 2011년 말 세부적인 내용의 심의 규정을 마련했다. 그러나 'Don’t stop me now'는 이전 심의 규정에 따라 청소년유해매체물로 분류되고 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Don’t stop me now를 심의할 때의 규정은 구체성이 없었다"면서 "당시에는 규정에 따라 성행위와 관련된 묘사가 있으면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했다"고 말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포스터

또한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새로운 심의 규정을 고려한다면 'Don’t stop me now'에 대한 재심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부 회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여성가족부가 재심의에 들어간다면 'Don’t stop me now'에 대한 판단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방통심의위의 KBS '불후의 명곡' 행정지도 권고 결정 역시 근거를 잃게 된다. 향후 'Don’t stop me now'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이 해제된다고 해도, 방송법상 행정지도는 재심의가 불가능하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대중의 상식에 맞는 심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재근 평론가는 “ecstasy라는 단어는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다. 그 단어를 가지고 선정적이라고 이야기할 순 없다”면서 “보수적으로 청소년유해매체물을 선정하기보다 변화된 세태를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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