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2009년 고 장자연 씨 사건 수사 당시 조선일보 사회부장으로부터 압력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지난해 7월 MBC 'PD수첩' 방송에서 한 자신의 발언 내용을 법원에서 그대로 진술한 것이다.

조 전 청장은 8일 서울서부지법 민사12부(재판장 정은영) 심리로 열린 민사소송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동한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제 집무실로 찾아와 말했다"며 "'조선일보 사회부장으로서 말씀 드리는 게 아니다. 조선일보를 대표해서 말씀드리는 거다. 우리 조선일보는 정권을 창출할 수도 있고 정권을 퇴출시킬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가 우리조선일보하고 한판 붙자는 건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2018년 7월 31일 MBC 'PD수첩' 방송화면 갈무리.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해당 방송에서 2009년 장자연 사건 수사 당시 조선일보측의 압력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조 전 청장은 지난해 7월 고 장자연 씨 사건을 보도한 MBC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같은 내용의 발언을 했는데, 이를 번복없이 법정에서 증언한 것이다. 이날 재판은 조선일보사가 지난해 10월 장자연 사건 보도와 관련해 PD수첩 제작진에 6억원, 미디어오늘에 4억원, 조 전 청장에게 3억원 등 총 13억원의 손해배상 및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해 열렸다.

이날 재판의 핵심 쟁점은 당시 경기지방청장으로서 수사를 지휘했던 조 전 청장이 이 전 부장으로부터 압력을 받았는지 여부였다.

조 전 청장은 이 전 부장으로부터 협박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사회부장 본인은 절 협박하지 않았다고 생각해도 결과적으로 이 전 부장의 말대로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 경찰서에서 조사를 안 받고 경기지방경찰청이 서울까지 진출해 직접 조선일보를 찾아가서 조사한 것 같다"며 "그건 굉장히 이례적이고 파격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전 청장에 따르면 이 전 부장이 이 같은 발언을 한 시기는 이른바 '장자연 문건'에서 성범죄 가해자로 '조선일보 사장'이 지목돼 당시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 경찰조사를 앞둔 시점이었다. 이에 조 전 청장은 방 사장에 대한 수사 편의를 담당자에게 지시했다고 했다. 실제 방 사장은 조선일보 본사 회의실에서 35분간의 '방문조사'를 받았으며, 경찰청과 서울지방경찰청을 담당하는 조선일보 기자 2명이 배석한 상태에서 조사를 받은 사실이 한겨레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반면 이 전 부장은 조 전 경찰과 통화한 기억이 없다며 조 전 청장의 진술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이 전 부장은 "길에서 저를 만나면 알아보겠느냐"며 조 전 청장과 만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당시 KBS가 장자연 문건을 최초 보도하면서 취재 경쟁이 극심해졌는데, 신문사의 사회부장이 청장의 수원 집무실을 찾아 최고 간부를 만나는 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 전 청장은 이 전 부장을 자신의 집무실에서 2009년 3~4월경 한 번 이상 만났으며 만난 기억이 확실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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