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추적60분> 불방 배경에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문건이 공개된 가운데, 시민단체는 김인규 KBS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14일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논평을 내어 "(청와대 압력은) 지난 8일 <추적60분> 4대강편이 불방됐을 때 이미 짐작했던 일"이라며 "권력의 외압이 작용했거나 권력의 눈치를 살핀 게 아니라면 아무런 문제없이 제작되어 방송을 앞두고 있던 '4대강편'이 갑작스럽게 '방송 보류'로 불방된 이유를 설명할 길이 없었다"고 밝혔다.

▲ 12월 3일 KBS 정치외교부 기자가 데스크에 보고한 청와대 관련 정보 보고 복사본. ⓒ곽상아
민언련은 "'그런 분위기를 참고하라'는 김연광 비서관의 말이 '나팔수 방송' KBS 간부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겠는가? 나아가 홍보수석, 기획관리실장까지 <추적60분>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면 청와대가 다양한 경로를 통해 '4대강편'에 대한 외압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KBS 사측은 '제작 가이드라인과 심의규정에 따라 보류결정을 내렸을 뿐'이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으나 우리는 지난 9일 논평을 통해 KBS가 심의규정을 운운하는 것이 얼마나 설득력없는 주장인지 지적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9일 논평에서 민언련은 KBS가 방송보류의 근거로 '낙동강소송 재판'을 제시한 것에 대해 "이명박 정권에 장악되기 전 KBS 시사프로그램들은 소송 중인 사안을 제작·방송해왔다"며 △2003년 7월 15일 새만금 소송 판결이 내려지기 3일 전인 7월 12일 KBS <미디어포커스>가 새만금 문제를 다룬 것 △2004년 1월 29일 서울고등법원이 '새만금 공사재개' 판결을 내리기에 앞서 1월 8일 KBS <환경스페셜>이 '특별기획 갯벌3부작-새만금, 바다는 흐르고 싶다'를 방송한 것 등을 제시한 바 있다.

민언련은 "국민을 바보로 생각하지 않고서야 객관적인 외압의 정황이 드러난 상황에서도 '심의규정' 운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아울러 김인규씨는 더이상 KBS를 망가뜨리지 말고 당장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라"며 "이명박 정권에도 다시 한번 엄중히 경고한다. 방송에서 손을 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언련은 "이미 이명박 정권은 경제무능, 안보무능, 굴욕외교, 민주주의 파괴로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며 "국민의 눈과 귀를 막는 일에만 열을 올린 무능 정권의 끝은 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추적60분>에 대한 청와대 압력을 보여주는 KBS 정치외교부 보고 문건에 대해 KBS 보도본부장과 정치부장은 "내부 정보보고까지 공개한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14일 KBS 이정봉 보도본부장과 정지환 정치부장은 KBS 내부 정보망에 글을 올려 "내부 정보보고 문건은 보도본부 내의 원활한 정보 공유를 위한 것이자 타 언론사에서도 필수적이고 보편적인 것으로 외압 주장의 증거가 될 수는 없다"며 "언론노조 KBS본부의 주장은 지나친 억측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취재원을 보호하는 것이 생명인 언론사의 노조에서 취재원의 실명까지 그대로 발표해 취재원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테러행위"라며 "마치 KBS가 청와대의 눈치나 보는 것처럼 몰아감으로써 KBS의 독립성과 신뢰성을 추락시키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정지환 부장은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번 공개로 초래될 모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어떤 경로로 정보보고서를 확보했는지도 당당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