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시크릿 가든>이 표절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만화 작가로서 오랜 시간 활동을 해왔던 황미나 작가가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자신의 창작물을 노골적으로 도용하는 이들로 인해 작업하기가 힘들다며 한 회 쉬는 강수를 둔 것이지요.
김은숙 작가는 과연 표절했을까?
창작자에게 가장 심각하고 힘든 상황은 표절 논란입니다. 논란만으로도 심각한 상처를 입을 수 있기에 확실한 정황과 물증이 없다면 표절 시비를 걸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견 만화 작가인 황미나는 에둘러 자신의 작품을 표절하는 이들로 인해 작품 활동을 하지 못하겠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일부 장르의 특성상 유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마저 자신의 것이라 치부한다면 장르 자체는 의미가 없어질 것입니다. 장르라고 규정하는 것은 그 안에 장르라고 아우를 수 있는 유사한 특성들이 존재하기 때문이지요. 이는 대중적인 기호로 자리잡은 래시피의 재료와 같은 것들이기도 합니다. 그 재료를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느냐는 작가의 몫이고 고유의 영역입니다.
래시피가 같고 결과물도 같다면 이는 당연히 표절일 것입니다. 표절로 규정하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들에서 이런 장면들과 유사하고 이런 유사성은 표절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것이다'라는 명확함이 존재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고 심정적으로 누군가 내 이야기를 따라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는 것은 무모한 일입니다.
부활의 리더 김태원이 '남격'에서 이야기했던 "'C코드'는 만인의 것이야"라는 말로 표절과 응용의 그 모호함을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코드라는 것은 명확하게 몇 가지로 규정되어 있지만 이를 어떤 식으로 차용해서 창작하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은 음악이나 글이나 모든 창작에서 용인되고 당연시되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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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논란이 불거지자 표절로 의심받던 <시크릿 가든>의 김은숙 작가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논란에 대해 요목조목 반박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녀의 반박 글을 옹호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표절의 근거로 제시한 것이 로맨틱 코미디에서는 식상하다시피 자주 등장하는 방식이자 형식이라는 것이지요. 이를 통해 하나의 트렌드가 만들어지고 대중들은 로코의 이런 재미로 장르에 빠져드는 것이니 말입니다.
자신만 작가이고 다른 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차용하고 표절하는 이들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망상일 수밖에는 없겠지요. 일부 영혼을 판 엉터리 작가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이들이 표절 의심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심각한 오류일 뿐입니다.
<시크릿 가든>에는 풍자와 패러디가 넘칩니다. 김작가 자신의 작품에 대한 패러디도 있고 주연 배우들의 전작들에 대한 패러디도 의도적으로 차용해 극의 재미를 위해 사용합니다. 교묘하게 숨기는 것이 아닌 노골적으로 드러내 재미를 전해주는 김작가의 방식은 많은 이들에게 환영받고 있습니다.
여럿 히트 작품(히트 작품이 많다고 표절 하지 않는다는 논리가 아닌)을 만든 그녀가 과연 황미나 작가의 만화를 보면서 작품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이는 '만화 작가보다 드라마 작가가 상대적으로 우월한 존재다'라는 어설픈 계급적 접근이 아니라, 순수한 창작자로서 그녀가 과연 표절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입니다.
이번 논란이 무척이나 중요하고 심각한 것은 작가의 양심에 대한 공방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정확하게 어떤 작품이라 밝히지는 않았지만 정황상 <시크릿 가든>이라 의심할 수밖에 없도록 글을 작성한 황미나 작가의 동생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근거를 통해 김은숙 작가의 글에 반박해야만 할 것입니다.
김은숙 작가가 이런 글을 올리는 것 자체를 뒤가 구려서 그러는 것 아니냐는 분들도 있지만, 이는 작가의 양심을 걸고 자신의 작품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만들어낸 당연한 권리 주장입니다. 창작자의 자부심을 걸고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으니 황미나 작가 쪽에서도 입장 정리는 해야 할 것입니다. 표절은 누구를 막론하고 비난받아 마땅하고 해서는 안 되는 것이기에 표절이라면 분명하게 자신의 권리를 찾아야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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