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일 열린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저널리즘 토크쇼 J>가 상을 받았다. TV부문 교양작품상이었다. <저널리즘 토크쇼 J>의 백상예술대상 수상은 다소 의외였고, 놀라운 일이었다. 촛불혁명 이후로 공영방송의 ‘정상화’ 속에서 과거 없어졌거나 유명무실했던 시사교양프로그램들이 제자리를 찾았고,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새 프로그램들도 만들어졌다. KBS의 경우 <저널리즘 토크쇼 J>와 <거리의 만찬>이 가장 눈에 띈다. MBC의 <스트레이트>와 SBS의 <블랙하우스>가 있었지만 현재는 <스트레이트>만 방송되고 있다.

여전히 TV가 예능과 드라마 천국인 상황에서 시사·교양 프로그램들이 줄지 않고 늘었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전통의 탐사보도들이 제 역할을 하고 거기에 신설 프로그램들이 탐사 영역 외의 것들을 챙기는 현재의 구성을 보일 수 있는 것은, 아무래도 KBS의 두 신설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와 <거리의 만찬> 덕분이다. 그중에서도 뜨겁지 않지만 묵직한 시청층을 가진 <저널리즘 토크쇼 J>의 존재는 매우 각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POOQ 홈페이지

<저널리즘 토크쇼 J>에 생긴 특별한 일은 백상예술대상 수상 말고도 더 있었다. 5일 밤 <저널리즘 토크쇼 J> 본방송이 끝나고 지상파TV 스트리밍 사이트 POOQ 홈페이지에 <저널리즘 토크쇼 J>가 당당히 메인에 올라온 것이다. 하도 신기(?)해서 갈무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 자리에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오르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저널리즘 토크쇼 J>에 대한 스트리밍 사이트 시청자들의 관심을 반영한 것이다.

<저널리즘 토크쇼 J>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과 반응은 심상치 않은 일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방송 뉴스들은 ‘기계적 균형’과 ‘따옴표 저널리즘’ 등등의 고질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전한 ‘기레기’의 시대에서 자사라고 봐주지 않고 비판도 하는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유일하게 그런 못된 관습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물론 자사 비판에는 다소 소극적이라는 인상도 없지 않다. 그런 약간의 아쉬움에도 <저널리즘 토크쇼 J>는 혼탁한 한국 언론의 바다에 홀로 떠있는 섬처럼 외롭게 언론 비평을 이어가고 있다.

소속사가 다른 기자들이 서로 선후배로 부르는 이상한 한국 언론계에서 언론이 다른 언론을 비판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군다나 KBS가 보도를 정말 잘하고 있는 것도 아니라면 그 어려움은 더욱 크기 마련이다. 그런 속에서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자괴감에 무릎 꿇지 않고 ‘모두까기’ 신공을 발휘하고 있다. <저널리즘 토크쇼 J> MC 정세진 아나운서는 매번 클로징 멘트로 "언론의 관행은 여러분(시민)이 바꿀 수 있습니다"라고 반복하고 있지만 사실은 자신들 스스로에게 거는 주문 혹은 각오일 것이다.

KBS '저널리즘 토크쇼J'가 지난 1일 열린 제55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TV부문 교양작품상을 수상했다. (왼쪽부터) 김대영 KBS 기자, 정세진 KBS 아나운서, 방송인 최욱 씨,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 (사진=JTBC 방송화면 갈무리)

<저널리즘 토크쇼 J>가 겁 없는 미디어비평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은 시청료의 ‘빽’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장충기 문자 파동으로 알 수 있듯 언론이 기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워치독은 언감생심일 뿐이다. 언론사가 그렇다는 것은 기자가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촛불혁명 이후 언론사에 정부의 간섭은 사라졌다. 그런 영향으로 국경없는 기자회가 매년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은 63위에서 41위로 훌쩍 뛰어올랐다. 아시아 국가 중 1위다. 전 세계에서 1위가 아닌 이유는 정부로부터는 자유로워졌지만, 여전히 언론은 정파와 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매달 빠져나가는 시청료 2500원이 아깝지 않은 이유로 <저널리즘 토크쇼 J>과 <거리의 만찬>을 꼽는 사람들이 많다. 시상식에서 <저널리즘 토크쇼 J> 제작을 총괄하는 김대영 기자는 소감을 통해 “한 언론이 다른 언론을 비판한다는 것, 기자가 다른 기자를 비판한다는 것, 그리고 KBS 프로그램이 KBS 보도를 비판한다는 것은 짐작하시겠지만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하면서도 “이 상은 그 어려운 일을 잘 해왔다는 격려의 의미,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말고 더 잘해달라는 당부의 의미로 생각한다. 잊지 않겠다”고 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다만 <저널리즘 토크쇼 J> 방영 초기에 당부했던 말을 다시 하고 싶다. 나아지기는 했지만 <저널리즘 토크쇼 J>는 더 독해져야 한다. 특히 자사 비판에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있어야 타 언론 비평에 힘을 잃지 않는다.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

<저널리즘 토크쇼 J>의 백상예술대상 수상은 특별하고, 또 축하할 일이다. <저널리즘 토크쇼 J> 덕분에 우리의 교양은 좀 더 우아해질 수 있었다. 말을 맺으려 하니 빠뜨린 것이 있다. <저널리즘 토크쇼 J>가 한 것 중에서 잘한 것이 하나 더 있기 때문이다. 거의 매주 김언경 사무총장이 출연하며 기레기의 시대에 <저널리즘 토크쇼 J>보다 먼저, 더 오래 언론 비평을 해온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을 시청자들과 친숙하게 만들었다. 작지 않은 일이라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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