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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만찬 ep23- 아이들이 묻고 어른들은 외면했던 답들아이들이 말하는 성 고정관념, 성평등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을 만나다
장영 기자 | 승인 2019.05.04 12:29

KBS1 <거리의 만찬>이 어린이날을 앞두고 [어린이날 특집] 만찬을 준비했다. 아이들이 아닌 교사들과의 만찬이었지만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아웃박스'라는 교사들의 모임은 낯설다. 3년 정도 이어지고 있는 이 모임은 아이들에게 성평등을 가르치고 있다. 학교에서 가르쳐야 하지만 가르치지 않는, 아주 기본적이어서 중요한 가치를 이야기하는 교사들과 학생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특별하게 다가왔다.

아이들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까? 아이들의 시선과 사고는 그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의 모습을 담고 있다.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결국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와 사고 체계가 결정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심각한 수준의 문제들이 확장되고 고착화되고 있는 중이니 말이다.

다매체 시대, 누구나 방송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는 반가운 일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우려가 큰 일이기도 하다. 선한 행동은 더디게 퍼지지만, 악한 행위들과 말은 삽시간에 퍼진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언어들은 입에 담기 힘들 정도로 험악하다.

KBS 1TV <거리의 만찬> ‘[어린이날 특집] 아이들이 묻습니다’ 편

차별적 발언이 일상이며 이런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문제라는 인식도 없다. 그저 어른들이 사용하니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아이들을 누가 탓할 수 있겠는가? 아이들은 결국 사회의 거울이니 말이다. 매일 쏟아지는 뉴스와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대다수의 말들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MC들이 찾은 백양 초등학교에서 남녀 고정관념을 토의하는 과정은 흥미로웠다. 아이들이 현재까지 들어왔던, 남녀의 고정관념들을 발표하는 자리는 우리 사회의 모든 것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여자이기 때문에 혹은 남자이기 때문에 강요받아야 했던 성 역할이 과연 정상적인가 하는 의구심을 품게 하는 과정이었다.

이런 분류를 통해 스스로 고민하고 소통하고 발표하는 과정은 너무 중요하다. 아이들이 직접 고민하고 문제점을 공유하는 것은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5학년이 느끼는 성역할은 답답하게 다가왔다. 여전히 사회는 그렇게 성역할을 강요하고 있다는 의미이니 말이다.

여자와 술자리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상황. 최근 넘쳐나는 사건사고 보도 속에 등장하는 피해 여성들의 모습일 것이다. 몰카사진을 돌려보는 과정을 게임으로 만들어본 실험극도 충격이었다. 선생님이 몰카를 당한 사진을 아이들이 돌려보며 혼자만 알고 있기로 약속하는 게임이다.

KBS 1TV <거리의 만찬> ‘[어린이날 특집] 아이들이 묻습니다’ 편

아이들은 화장실에 있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그저 재미있어했다. 죄의식이 명확하게 형성되지 못한 나이의 순수함이었다. 하지만 그 왁자지껄한 상황에서 ‘사진 속 모습이 자신이라면 어떨까?’라는 질문이 이어지자 변하기 시작했다. 만약 자신이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되면 어떨까?

수많은 감정들이 쏟아졌다. 부끄러움부터 시작된 감정의 파편들이 공유되며 자연스럽게 ‘몰카가 나쁜 짓’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처음에는 아무런 감정 없이 웃고 떠들며 공유했던 놀이였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심각한 범죄임을 깨닫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몰카 사진을 숨기고 혼자만 보는 게임을 통해 아이들에게 몰카의 심각성을 교육시킬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아웃박스' 교사들의 모습은 위대해 보일 정도다. 심각한 범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어린 시절 아이들이 스스로 깨닫는 것 외에는 없다.
 
잘못된 교육, 혹은 그런 교육조차 받지 않은 채 범죄자가 된 성인들은 처벌이 우선되어야 하겠지만, 우리의 미래가 될 아이들에게는 제대로 된 교육을 통해 이 모든 것이 범죄라는 사실을 가르치는 것은 중요하다. 그 과정을 통해 성감수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KBS 1TV <거리의 만찬> ‘[어린이날 특집] 아이들이 묻습니다’ 편

심한 욕을 일상으로 사용하고, 선생님의 외모와 몸매를 평가하는 일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일부 유튜버들의 막말들을 그대로 따라하며 마치 유행어처럼 사용하는 현실은 섬뜩하게 다가온다. 그런 아이들이 성장한 사회가 어떤 모습일지 우려가 앞서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물질만능주의를 마치 당연한 것으로 치부하고 줄세우기 교육을 강요했던 과거의 정부. 혐오 표현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 정치꾼들. 일부 종편에서 쏟아지는 막말. 전선을 확장해 유튜브에서 극단적 발언을 쏟아내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할까? 사회지도층이라 자임하며 권력이라 자부하는 자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이미 치유불가 수준이다.

성평등 교육은 인권 교육이기도 하다. 더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존중을 가르치는 교육이다. 서로를 존중하지 않는 한 성평등은 오지 않는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이 잘못이어서는 안 된다.

사회가 강요하는 남자다움과 여자다움. 그건 무엇을 위함인가? 성으로 역할을 구분되는 사회는 경직성을 벗어날 수 없다. 이는 곧 미래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스스로 도태될 수밖에 없는 폐습에 갇혀 사는 사회에 미래는 없다.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이 아니라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배우고 깨닫고 실천해야 할 때이다. 

장영 기자  mfmc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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