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한 지 4년의 시간이 다 되어가지만 심형래 감독의 디워는 여전히 여러 갈래의 생각을 만들어내는 미묘하고 복잡한 논쟁거리입니다. 과연 그 영화는 성공한 것인지, 심형래의 헐리우드 진출과 세계 배급의 정확한 수익 내역과 영향력은 어떤 것이었는지, 그들이 보유한 기술력은 과연 지금도 발전하고 있는지. 이 영화 한 편을 두고 수많은 질문이 다른 생각과 주장들을 불러일으키고 타협하지 못하는 주장으로 상대방의 감정을 건드립니다. 디워는 성공작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화제작, 문제작이었던 것만은 확실해요.

이런 질문, 의구심, 서로 다른 생각은 결국 감독 심형래 개인에 대한 신뢰 부족에서 출발합니다. 영구 없다를 외치며 바보 역할을 도맡아하던 슬랩스틱 개그맨이었던 그가, 우뢰매 시리즈부터 티라노의 발톱까지 조악한 전대물 같은 영화를 찍어내듯 양산했던 그가 과연 제대로 된 영화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그런 이미지가 그야말로 문젯거리가 곳곳에 걸쳐 있는 구멍 투성이의 작품 디워의 개봉과 맞물려 감독 심형래를 인정하지 못하게 하는 가장 큰 걸림돌로 남아 있는 것이죠.

이것은 그 스스로가 자초한 부분이 있습니다. 저 역시도 지나치게 부풀려 강조되던 산업 일꾼으로서의 애국자의 이미지나, 불확실하게 집계되며 계속 발표를 미루거나 희미하게만 언급되었던 수익구조, 영화 자체보다 세계 일류로의 도전자 심형래 개인에게 집중되었던 흐름에 대해 불만과 불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포장지는 지나치게 화려하고 선전은 요란법석했었지만 그 결과물은 훨씬 더 못 미치는. 그래서 마치 사기를 당한 것만 같은 허전함과 실망감이 디워가 안겨준 씁쓸한 감정이었어요.

하지만 한편으로 디워가 가진 미덕 자체를 아예 무시해버리던 딱딱하고 완고했던 몇몇 평론가들이나 기존 영화계의 고압적인 자세가 있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인정받고 존중받아야 할 최소한의 위치마저도 박탈당했던 디워와 심형래 감독의 소외와 상처 또한 분명한 사실이구요. 훨씬 더 조악하고 형편없는 한국 영화들에게는 편들기와 애써 외면하기로 일관했던 이들이 디워의 흥행에게 겨누었던 에누리 없는 비판과 폄하는 확실히 심한 것들이었어요. 한때 인터넷을 달구며 몇몇 평론가들이나 영화계에게 향했던 무수한 공격들은 애국심에 현혹된 이들의 광기뿐만이 아니라 이중적이고 배타적인 잘난 분들을 향한 불신과 실망의 표현도 들어 있었습니다.

그런 그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여전히 그 성공 여부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특이한 슬랩스틱 코미디 영화를 들고 말이죠. 하지만 제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영화의 완성도 여부나 흥행 결과, 할리우드 진출 여부가 아닙니다. 밤이면 밤마다의 다소 민감한 질문 앞에서 그전보다 훨씬 더 너그러워지고 당당한, 대인배의 풍모를 보여준 심형래 감독의 마음 자세였죠. 이전에 보여주었던 호언장담이 가득한 허세, 뭔가 보여주겠다는 자신만만한 기운은 사그라졌지만 그 빈자리를 여유와 확신, 그리고 겸손이 채우고 있었거든요. 확실한 편 가르기, 무시하기, 외면하며 놀려대기였던 일각의 태도에 대해 그는 그냥 담담하게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의 가치와 노력. 그리고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며 계속 감독의 꿈을 꾸겠다는, 심형래는 더 좋은 영화로 그런 시선들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었습니다. 그 길이 자신이 출발했던 슬랩스틱 코미디 영화가 되었든, 기술을 집약한 또 다른 디워가 되었든 남들의 시선이나 비판을 두려워하거나 상처받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포용하며 걸어가겠다는 포구였어요.

심형래와 같이 KBS 코미디 황금시대를 열었던 이봉원의 출연도 좋았지만, 그와 정말 마주 앉아야 하는 인물은 질문에도 언급되었던 이경규가 아니었을까 싶은 아쉬움이 들었던 것도 이 때문이에요. 확실히 존재하는, 개그맨이라는 출신성분 때문에 손가락질하고 폄하하는, 과거의 실패를 들먹거리며 감독을 감독이라고 불러주지도 않고 제작자가 누구라는 것도 밝히기 꺼려하는 냉랭한 곳에서도 여전히 영화의 꿈을 꾸고 있는 두 남자처럼 어울리는 만남은 없거든요. 실패여부, 그가 했던 많은 실수와 허점에도 불구하고 논란 속에 성장한 감독 심형래는 지금보다 훨씬 더 존중받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꿈을 꾸는 사람에게, 그리고 그 발걸음을 확실히 만들고 있는 이에게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놀리거나 비아냥거리는 것이 아니라 격려하고 응원하는 것 아닐까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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