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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가락 골든글러브, KBO 책임져야[블로그와] 디제의 야구 이야기
디제 | 승인 2010.12.13 11:32

팬만도 못한 프로야구 기자들'에서 야구 기자들의 분별없는 골든글러브 투표 행태를 비판했지만, 매년 연말마다 논란이 불거지는 골든글러브의 권위 및 공정성에 대해 기자들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것은 온당치 못합니다. 왜냐하면 골든글러브의 수상 주체인 KBO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골든글러브 투표에 참여하는 400여 명의 기자단을 KBO가 제대로 선정한 것인지 의문입니다. 400명이나 되는 인원 전원이 과연 시즌 내내 프로야구 중계 및 보도에 관여하는 프로야구 전문 종사자인지, 아니면 타 종목 스포츠까지 함께 취재하는 스포츠 기자인지 의문입니다. 작년까지 야구 전문 기자였으나 올해에는 타 종목이나 연예 혹은 문화 관련 계통으로 보직을 옮긴 기자도 있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KBO가 400여 명의 기자단이 야구에만 전문적으로 종사하는지 매년 철저히 검증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프로야구에 전문적으로 종사하지 않는 이에게는 투표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것이 당연합니다. 400명이나 되는 실체가 불분명한 방만한 인원을 유지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야구를 전문적으로 취재하지 않는 기자라면 투표의 전문성이 결여되어 인지도 위주의 인기투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매년 논란거리를 제공하는 그들의 투표 행태를 보면 올스타전 팬 인기투표와 별반 차이점을 찾을 수 없습니다. 상의 권위는 수상자를 선정하는 투표 인단의 권위와 직결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기자단’의 신분이 불명확하다면 메이저리그처럼 1년 내내 선수들을 그라운드에서 지켜보는 각 팀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로 투표 인단을 완전 물갈이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각 팀 1군 코칭스태프가 10명 남짓이니 80명의 투표 인단으로 하여금 자 팀 선수에 대한 투표를 금지시킨다면 충분히 공정하게 수상자를 선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 2010 골든글러브 수상자들. 뒷줄 왼쪽에서 시계방향으로 류현진, 이대호, 최준석, 강정호, 이종욱, 김강민, 조인성, 조성환, 홍성흔, 김현수 ⓒ연합뉴스  
 
KBO의 골든글러브 후보 선정 기준이 엿가락처럼 매년 제멋대로 바뀌는 것도 문제입니다. KBO의 모호한 기준이 일부 기자들이 어이없는 투표 행태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기준 기록이 매년 바뀌는 것은 상의 권위를 스스로 좀먹는 일입니다. 때로는 엿가락처럼 이랬다저랬다 하는 후보 선정 기준은 특정 선수를 배려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습니다. 2010 시즌 32홈런으로 홈런 부문 2위인 한화 최진행과 97타점으로 타점 부문 4위 삼성 최형우가 외야수 후보에 포함되지 못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KBO는 눈에 보이는 기록, 즉 타율과 승수, 세이브 등 기록을 바탕으로 후보자를 선정하지만 기자들 중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비 능력과 팀 공헌도를 바탕으로 투표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차라리 메이저리그처럼 공격 부문의 실버 슬러거와 수비 부문의 골든글러브로 나누어 수상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렇게 되면 시즌 내내 실전에서 글러브를 낀 적도 없는 지명타자가 골든글러브를 받아가는 어색한 장면도 사라질 것입니다.

포스트시즌 프리미엄에 대해서도 매년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 그렇다면 MVP 및 신인상과 마찬가지로 페넌트레이스 종료 후 수상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KBO는 자신들의 창립일인 12월 11일을 기념하기 위해 골든글러브 시상식 날짜를 고집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페넌트레이스 종료 직후 투표를 하고 치밀한 보안을 통해 수상자가 누설되지 않도록 한 다음 12월 11일 시상식장에서 발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2010년을 통해 출범 29년을 맞은 프로야구는 누적 관중 1억 명을 돌파하는 경사를 맞았으며 2년 연속 600만 관중에 근접하는 흥행에 성공하며 국내 최고의 프로 스포츠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러나 야구가 국민 스포츠로 자리매김한 것은 경기력 향상에 매진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공이지 인프라 확충에 미진하고 폐쇄적인 운영을 일삼는 KBO의 공으로 보는 이는 없습니다. KBO가 폐쇄적인 운영을 고집하여 스스로 권위를 실추시킨다면 프로야구 인기는 하루아침에 신기루처럼 사그라져 침체기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매년 불거지는 동일한 논란과 비판을 무시하고도 팬들의 사랑을 계속 받을 거라 믿는다면 그것은 분명한 착각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디제  tomino@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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