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좋은 소재이고 흥미 있는 연결점이긴 하지만 이건 아니지 않을까. 1박2일이 언제나 자랑스럽게 내세웠던 장점, 그들이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많은 의심과 의혹에도 일관되게 해명했던 진정성과 우연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무리한 욕심이었습니다. 굳이 그렇게까지 밀어붙일 이유가 있었을 싶은 티가 나는 억지 구성이기도 했구요. 1박2일의 광역시 특집은 5인 체제를 힘겹게 이끌고 있는 제작진의 고민. 다른 게스트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는 허전함을 증명하는 방송이었어요.

본래 친분이 있는 이수근이 광주에서 이종범 선수를 섭외하고, 무릎팍도사에서의 인연이 있는 강호동이 양준혁 선수의 집까지 공개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접근입니다. 오랜 시간동안 열정을 바쳐 팀을 위해 헌신했던 아닌 이 두 사람은 단순한 프로야구 선수를 넘어서 광주와 대구를 상징하는 존재니까요. 그들의 이끌림을 따라 지역의 맛집을 소개하고 경기를 떠난 일반인으로서의 소탈한 모습을 접하는 것은 확실히 반갑고 즐거운 일이에요.

하지만 부산 홍보를 나선, 본래의 의도대로 잘나가던 이승기가 굳이 롯데의 이대호 선수를 섭외하고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과정은 조작, 혹은 짜고치기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상한 전개였어요. 광주의 기아 타이거즈 골수팬이라는 기사님이 뜬금없이 이대호 선수에 대해 운을 띄우는 것도 그렇고, 그것을 뒷자리의 제작진이 자연스럽게 받아치면서 내용을 이끄는 것은 아무리 봐도 의도적이에요. 강호동과 이수근의 프로야구 선수 섭외에 탄력을 받은 제작진이 공통점을 만들기 위해 이끌고, 센스 있는 이승기가 제작진의 그런 의도를 빠르게 눈치를 잡아 진행한 것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습니다.

물론 재미있었습니다. 점점 진행능력을 키워가고 있는 이승기의 자연스러움은 이동하는 차량에서 나누는 기사님과의 대화 중에도, 부산 시내의 헌책방들 속에서도, 이대호 선수와의 만남에서도 확실한 재미와 분량을 뽑아냅니다. 다른 멤버들의 외톨이 여행 중에서도 가장 많은 분량을 책임질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그의 능숙함은 이제 1박2일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무기가 되었어요. 지난 글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성장 기회를 마련해주고, 프로그램의 성격과 딱 맞아떨어지는 1박2일과 이승기는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나 잘 어울리는 만남이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굳이 적절한 포인트를 잡아가며 부산 소개를 잘하고 있던 이승기에게 이대호 선수를 섭외하게 하고 그와의 시간을 보내게 유도한 것은 눈에 확연하게 드러나는 껄끄러운 흐름이었어요. 6대 광역시 특집을 야구선수 특집으로 만들 이유도, 필요도 없었다는 거죠. 언제나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이들의 출연이 우연과 천운에 의한 섭외였음을 강조하던 제작진으로서는 욕심을 부린 구색 맞추기 때문에 이전의 경험들도 의심하게 만들 위험이 있는 좋지 않은 짜고 치기였습니다. (정작 운을 띄웠던 기사님과 이대호 선수의 만남은 방송에서 다뤄지지도 않았어요)

그만큼 조급하거나 난감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확실하고 균등하게 분량을 책임져야 하는 5명의 역량은 들쑥날쑥하고, 특히 비호감의 함정에 빠져 무엇을 하든 욕을 먹는 김종민의 부진 때문에 고르게 의지하기 힘듭니다. 언제 누가 뽑힐지 모르는 제6의 멤버 선정이 자꾸만 미루어지면서 1박2일의 최고 장점이었던 3대 3의 복불복은 진행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제작진의 개입에 의한 제작진과 출연자의 대결 구도만으로 계속 이끌어가기도 쉽지 않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런 식의 접근은 그동안 이들이 쌓아온 신뢰와 믿음을 망가뜨릴 뿐입니다. 이번 특집은 리얼 버라이어티의 미덕이자 1박2일이 자랑했던 자연스러움이 상처 입은 방송이었어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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