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MBC와 자회사 iMBC 사이에 사업영역 조정 협상이 진행중인 가운데 iMBC의 주요 사업인 B2B(Business to Business, 기업과 기업 사이에 이루어지는 상거래)사업권을 MBC가 회수하려는 시도가 부당하다는 iMBC 비판이 제기됐다.

인터넷 프로토콜(IP) 기반으로 MBC 콘텐츠 유통을 담당하는 iMBC의 유통사업권을 회수하는 것은 iMBC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라는 내부 반발이 일고 있다. 특히 MBC가 단지 대규모 적자를 명분으로 단기 이익을 위해 자회사의 주요 사업권 자체를 회수하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전국언론노조 iMBC지부는 30일 '본사와의 사업영역 조정 우려스럽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최근 MBC와 iMBC 간 사업영역 조정 협상에서 iMBC의 주요 사업인 B2B 사업권을 MBC가 회수하고, 이에 대한 대가 차원에서 SMR(스마트미디어렙, MBC의 온라인 미디어렙사) 영상 클립 제작 및 유통 사업을 iMBC에 이관하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노조 iMBC지부는 "그동안 본사는 iMBC가 갖고 있던 유통권의 수수료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챙겨갔다. 그런데 이게 웬 말인가. 사업권을 아예 회수해 가겠다는 것은 iMBC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라고 날을 세웠다.

서울 상암동 MBC 사옥 (MBC)

2000년 설립된 iMBC(인터넷 MBC)는 MBC가 회사 주식의 58%를 소유한 MBC 자회사이자, MBC 미디어그룹 내 유일한 상장회사다. 인터넷, 모바일, 앱 등을 운영해 MBC 콘텐츠를 인터넷에 유통하는 것을 주력사업으로 두고 있다.

언론노조 iMBC지부에 따르면 MBC는 그동안 매년 유통대행계약 갱신을 통해 수수료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iMBC의 유통권 수익에 대한 MBC 몫을 확대해 왔다. 2000년대 초반 20% 수준이던 각 영역별 수수료는 꾸준히 올라 지난해 특정 영역들에서 60%를 넘어섰고, 올해는 80%에 육박한 영역도 있다.

iMBC지부는 관련 사업권을 MBC가 회수하려는 시도는 iMBC의 정체성과 직원들의 생존권이 흔들리는 문제라는 입장이다. 김두식 iMBC지부장은 1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본사(MBC)가 워낙 어렵다보니 그동안 수수료율을 올리는 방향으로 비교적 손쉽게 자회사를 콘트롤 해왔다"면서 "그런데 이번에 성명을 쓰게 된 건 기존의 체제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아예 사업권을 회수해가겠다는 게 큰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지부장은 "본사가 B2B 사업권을 가져가면 MBC 그룹 내에서 iMBC가 가지는 위상 자체가 없어진다"며 "유통 수수료가 계속 올라 턱 밑까지 올라와 있는데 더 나아가 사업권 회수까지 하는 건 iMBC를 MBC 자회사로 둘 마음이 없는 것이다. 콘텐츠를 유통하는 회사인데 유통권을 가져가면 존립 자체에 큰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김 지부장은 이 같은 내용의 협상안이 도출될 경우 iMBC의 경영악화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김 지부장은 "본사가 이관하려는 SMR 클립 제작·유통 사업은 2016년 정점을 찍은 후 매년 20~30%씩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단순히 두 사업간 매출을 비교해도 금액이 맞지 않는다"며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150억 원 정도의 B2B 사업을 가져가고 130억 정도의 SMR 사업을 준다는 것인데, 결국 영업이익 20~30억을 본사가 더 가져가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iMBC지부에 따르면 iMBC는 지난해 9억 3천만원의 영업이익 흑자를 냈고, 16억 당기순이익 적자를 냈다. 이 같은 상황에서 20~30억의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것은 iMBC의 경영악화로 직결될 수 있다는 게 김 지부장의 설명이다.

또 연 천억원 가량에 이르는 MBC의 대규모 적자 구조 속에서 30억원 정도의 추가 수익은 큰 이익이 되지 못하는 만큼, 오히려 상장회사인 iMBC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대주주로서 MBC가 이익을 볼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게 iMBC 지부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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