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오른 ‘자유한국당 정당해산 청원’이 참여인원 100만을 넘겼다. 28일 오전 청와대 답변 요구치인 20만 명을 넘겼다는 소식 이후 급격하게 증가세를 보였다. 접속자가 너무 몰려 청와대 홈페이지가 다운되기도 할 지경이었다. 그 결과 29일 하루 만에 60만 명 정도가 청원에 가세했고, 30일 오전 마침내 100만을 넘기게 된 것이다. 100만을 넘기고도 숫자는 머뭇거리지 않고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여야4당은 사개특위와 정개특위를 열어 마침내 패스트트랙 지정을 마쳤다. 자유한국당의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국회 질서유지권이 발동된 상황에서 장소마저 변경되면서 회의 개의를 막지 못했다. 극한투쟁을 다짐했지만 국회법 위반으로 고발된 상황과 함께 자유한국당 정당해산 청와대 국민청원 소식에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의원, 보좌진들이 국회 의안과 앞에서 경호권발동으로 진입한 국회 경위들을 저지하며 헌법수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 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개정안,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모두 패스트트랙 지정을 마쳤다. 그러나 갈 길은 멀다. 짧게는 270일, 길게는 330일 이후 본회의 표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은 자유한국당이 쉽게는 국회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이미 해놓은 말들 때문에라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개혁법안에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가 표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자유한국당이 과거의 ‘동물국회’를 재소환한 이번 사태에 시민들은 조용히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 버튼을 누르고 있다. 지난 촛불혁명에서 평화적 방법으로 끝까지 관철했던 그 모습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에 자유한국당 정당해산 청원이 오른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4월에도 제기되었지만 당시에는 참여가 15만 명 수준에 그쳤다. 그 일 년이 지나는 동안 자유한국당의 지지도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올랐으나, 유치원 3법에 이어 이번 여야4당이 합의한 개혁법안을 막아서는 모습은 촛불시민들을 다시 그때 그 심정으로 돌아가게 한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페이지 갈무리

시민들의 분노를 산 것은 비단 이번 동물국회 사태만은 아닐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5·18망언에 이어 세월호 막말까지 거침없이 내뱉었다. 징계하겠다는 것도 말뿐이었다. 오르는 지지율에 도취해 국민 무서운 줄을 모른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그 말들이 모여 촛불 때처럼 너도나도 청와대 국민청원 100만을 이룬 것이다. 촛불을 들 때와 심정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물론 청원에서는 통진당의 정당해산을 예로 들었지만 실제로 자유한국당을 해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자유한국당 해산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시민들의 청원 참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의 의미는 분노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다. 다음 총선에서 어떻게 투표를 할 것인지에 대한 선언도 담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청와대 국민청원에 반영된 민심은 다시 켜진 촛불이며, 미리 보는 총선이라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오죽하면 안 될 정당해산에 이토록 많은 시민들이 동참하는지 자유한국당은 알기나 할까.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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