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CJ대한통운 택배 파업 논란 보도 과정에서 노동조합 측에 부정적 인상을 심어준 TV조선에 행정지도 권고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TV조선은 재승인 조건에 해당하는 법정제재를 받을 위기를 피해갔다. 하지만 김재영 위원은 TV조선 보도에 대해 “저급한 행태였다. 방송사의 자율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TV조선 뉴스9는 지난해 11월 30일 <파업 풀었다는데 택배대란 여전…노사 싸움에 시민만 피해> 기사에서 택배 대란 이후 시민들이 불편 사항을 보도했다. 파업 기간에 도착한 택배 물류의 책임 여부를 놓고 CJ대한통운과 택배 노동조합이 갈등하는 사이 소비자가 피해를 본다는 내용이었다.

▲2018년 11월 TV조선의 택배 파업 관련 보도 (사진=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TV조선은 노동조합 조합원이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라선 CCTV 장면을 보여준 후 “파업 끝낸 노조, 택배 분류 방해하고 배송 거부”란 자막을 띄웠다. 또 “파업 기간에 내려왔던 물건을 어차피 우리가 파업을 했기 때문에 배송을 할 이유가 없는 거고 그건 회사 측에서 처리해야...”라는 조합원 인터뷰를 방송에 내보냈다.

방통심의위는 29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해당 방송에 대해 행정지도 권고 결정을 내렸다. TV조선 보도에 악의성은 있지만 심의의 대상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김재영 위원은 “택배기사의 파업으로 시민이 불편함을 겪고 있다는 것이 보도의 핵심인데, 보도를 뜯어보면 노동조합에 모든 책임을 귀속하고 있다”면서 “한국 언론의 전형적인 틀 짓기 보도에 해당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재영 위원은 “보도 과정에서 짜깁기 자막이 활용됐다”면서 “이 사안은 법정제재를 할 사안이 아니다. 그냥 저급한 보도행태다. 방송사가 자율개선을 해야 할 사안이다”라고 강조했다. 박상수 위원은 “보도에는 문제가 없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왜 파업이 벌어졌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부분적으로라도 제시했다면 (시청자가)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는 것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TV조선에 행정지도인 권고 입장을 내렸다.

심영섭 위원은 해당 보도가 택배 노동자를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영섭 위원은 “TV조선은 택배 노동자의 입장을 취재하지 않았다. 갈등 관계만 부각할 뿐”이라면서 “원인과 결과를 알리지 않고 단지 택배 노동자를 사회악이라고 보여주고 있다. 택배 물류에 피해가 발생하게 된 과정을 설명하는 등 보강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심영섭 위원은 법정제재 주의 의견을 냈다.

한편 방통심의위는 ‘정준영 단체 카톡방’을 보도하면서 피해자 정보를 유출한 채널A에 법정제재 주의 결정을 내렸다. 앞서 채널A는 지난달 12일 방송에서 정준영 불법 촬영물 공유 사건의 피해자 정보를 ‘단독’으로 보도했다. 채널A는 피해자의 직업, 데뷔 시점, 흐림 처리한 영상 등을 방송에 내보냈다.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보도였다. 논란이 커지자 채널A는 기사를 온라인에서 삭제하고 사과방송을 했다.

김재영 위원은 “해당 보도의 초점은 피해자에게 맞춰져 있고, 선정적”이라면서 “방송 내 여러 장치를 통해 피해자의 정보를 밝히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소영 위원은 “언론이 성폭력 피해자를 다룰 때 어떤 점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전광삼 상임위원, 박상수·이상로 위원은 “피해자가 특정될 정도는 아니었다”면서 행정지도 권고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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