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CJ대한통운이 자사 택배기사들의 평균 소득과 고액 소득자들을 공개했다. 택배회사가 자사 기사들의 소득을 전면 공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대해 택배노조 측은 “CJ대한통운이 행정소송을 앞두고 여론을 호도하는 보도자료를 냈다”고 비판했다.

28일 CJ대한통운은 보도자료를 통해 택배기사의 평균 소득과 고액 소득자들을 공개했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자사 택배기사의 평균 소득은 연 6937만 원이었다. 또 CJ대한통운은 연간 1억 원 이상을 버는 고소득 택배기사가 559명이며, 일부 고액 소득자는 별도의 아르바이트 인력 등을 동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은 고액 연소득 택배기사의 근무지역까지 공개했다.

▲(사진=CJ대한통운)

이와 관련해 언론은 “CJ대한통운 택배기사들이 고액 연소득을 올린다”는 기사를 다수 양산했다. CJ대한통운이 보도자료를 배포한 4월 28일에서 29일 오후까지 출고된 관련 기사는 300여 건에 이른다.

택배 회사가 자사 기사의 소득을 공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29일 논평을 통해 “행정소송을 앞두고 ‘택배 노동자는 개인사업자다’라는 잘못된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사실관계에도 맞지 않는 자료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CJ대한통운이 행정소송을 앞두고 의도적으로 택배기사 소득을 공개했다는 것이다.

현재 CJ대한통운과 택배노조는 행정소송을 벌이고 있다.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는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택배노조를 정상적인 노동조합으로 인정해선 안 된다”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6월 중에 행정소송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택배노조는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CJ대한통운은 ‘택배노동자가 개인사업자’라는 근거로 ‘택배노동자의 집화 업무가 개인 영업인 점’과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점’ 등을 제시하였다”면서 “CJ대한통운은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상위 소득자가 개인 영업을 통해 대형 거래처를 확보하여 집화 업무에 집중하고 별도의 아르바이트 인력을 고용하여 배송 업무를 위탁해 높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주장하였다”고 밝혔다.

택배노조는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택배기사는 그 숫자가 많지도 않을뿐더러, 특히 택배연대노조는 이들의 노동조합 가입을 승인하지 않고 있기에 논점이 되지 않는다”면서 “CJ대한통운은 ‘택배노동자가 개인사업자’라는 그릇된 주장 대신 지금 당장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교섭에 응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또한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이 공개한 소득 자료가 부정확하다고 반박했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은 각종 비용을 공제한 실제 순소득이 월 433만 원 안팎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택배노조가 307명을 상대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나온 결과(월 329.45만원)와 백만 원이나 차이가 난다”면서 “2017년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서울 지역 택배노동자 5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350.776만 원)와도 큰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택배노조는 “(소득집계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는) CJ대한통운이 ‘대리점 수수료’를 무시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택배노조는 “현재 위탁대리점들은 별다른 근거도 없이 기사들에게 수수료를 공제하고 있고, 그 비율은 낮게는 5%에서 많게는 30%까지 천차만별”이라면서 “원청 CJ대한통운은 이를 바로잡기는커녕 현실을 왜곡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 측은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택배기사의 소득을 공개한 이유는 택배기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현재 택배기사에 대해 ‘힘든 일’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있는데, 이를 없애기 위해 소득을 공개한 것”이라면서 “택배 기사의 신원이 공개되지는 않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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