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 가요계를 아이돌 천하라고 명명하는 것은 단순히 그들이 방송국들이 선물하는 1위 트로피를 많이 차지하고, 연말 시상식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각종 음원과 음반 판매 순위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미남미녀인 소년 소녀들의 재능이 커버하는 음악의 범위가 처음의 댄스 음악 일변도에서 벗어나 락, 발라드, 힙합 심지어 트로트로까지 확장되면서 한국 가요계가 다룰 수 있는 거의 모든 장르를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죠. 어떤 분야의 음악을 선호하더라도 그곳에는 기획사의 체계적인 발굴과 훈련 아래서 만들어진 이들이 강력한 팬덤과 개인적인 매력, 호감, 그리고 무시할 수 없는 실력으로 거침없이 그 차트의 가장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요계의 모든 장르, 욕구를 집어삼켜버리는 아이돌 천하의 한국 가요계는 이런 대중들의 욕구마저도 새로운 여자 아이돌을 전면에 내세우며 해소시키고 있습니다. 올 한해 가장 활발한 협업 작업으로 기반을 닦고, 현재 활동하는 쟁쟁한 작곡자들에게 가장 많은 기대와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소녀 가수. 좋은날을 타이틀곡을 앞세운, 무게감이 남다른 작곡자들을 참여시킨 3번째 미니앨범으로 각종 차트와 화제를 점령하고 있는 아이유가 바로 그 주인공이죠.
그녀의 출발 역시도 다른 여자 솔로 아이돌과 별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말랑말랑한 댄스곡을 내세우며 시작한 그녀가 이렇게 빠른, 독특한 성장과정을 거치며 커버릴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별로 없었을 거예요. 하지만 아이유는 현명하게도 서두르기보단 한 호흡 길게 돌아갔습니다. 다른 경쟁자들, 잘나가는 걸그룹을 쫒아 과도한 컨셉으로 이미지를 소비하거나, 꿀벅지의 원조라는, 외모나 외형적 매력으로 관심을 끌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유행을 쫒는 곡 선택이 아닌 자신만의 장점인 따스한 음색과 가창력을 조금씩 납득시키는 길을 택한 것이죠. 또래의 어떤 아이돌들보다 많은 라디오 출연을 소화하며 수많은 곡들을 자신의 버전으로 부르며 대중들의 귀에 아이유의 이름과 함께 자신의 목소리를 익숙하게 만들며 탄탄한 지지기반을 만들었습니다. 기타를 들고 어떤 노래든 아이유의 식으로 소화하는 특이한 소녀의 존재는 많은 음악인들의 관심을 집중시켰고, 듀엣하고 싶은 1순위의 가수로 자리매김하며 ‘잔소리’와 ‘그대네요’의 히트를 이끌었습니다.
그렇기에 현재 그녀의 위치는 독보적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활동이 겹치는, 아이유에 앞서 비슷한 길을 걸었던 선배 윤하가 뮤지션으로서의 고민이 깊어지며 성장통을 겪고 있고, 걸그룹 출신의 솔리스트 중에서 가장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태연은 아직 소녀시대와 함께하기에 운신의 폭이 좁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이유는 현재 한국 가요계가 선보일 수 있는 솔로 여자 아이돌의 끝판왕 같은 존재에요.(그러고 보면 우리는 이제 막 경력을 시작한 그녀들이 성장한 이후 보여줄 풍성한 열매를 기대할 수 있기에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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