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최악의 초미세먼지(PM2.5)가 우리나라를 휩쓸었다. 공기로 인해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는 공포가 그 어느 때보다도 심해졌다. 그리고 그런 공포만큼이나 그 '원인'을 둘러싼 갑론을박 또한 더해만 갔다. 원인을 제공하는 중국에 대한 극심한 불만만큼이나 그런 중국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정부에 대한 불평도 늘어갔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지금 우리나라의 미세먼지가 80~90년대에 비하면 한층 좋아진 상태란다. 이 뿌연 하늘이 좋아진 상태라니, 이렇게 혼돈스러운 미세먼지 논란의 ‘진실’을 <SBS 스페셜>이 조목조목 파헤쳤다.

미세먼지, 정말 좋아졌나?

SBS 스페셜 ‘미세먼지에 관한 불편한 진실’ 편

최근 장재연 아주대 교수의 미세먼지와 관련된 주장이 사회적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장 교수의 주장은 산업화가 극에 달했던 80~90년대에 비하면, 최근 우리 사회의 미세먼지는 그 정도가 덜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SBS 스페셜>이 직접 장 교수가 주장했던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통계적 수치를 직접 조사해봤다. 장 교수의 주장이 맞았다. 초미세먼지 농도는 꾸준하게 낮아져 왔다. 고농도 미세먼지도 매해 감소하는 추세이다. 심지어 90년대의 미세먼지 농도는 지금의 두 배 정도였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점점 더 대기환경이 나빠진다고 생각하게 되는 걸까?

사람들이 그저 막연하게 공포를 느끼는 것이 아니었다. 전국 미세먼지 측정소의 자료를 데이터화 한 결과, 지난 4년 동안 미세먼지가 극심한 1월에서 3월까지 고농도 미세먼지의 ‘지속 시간’이 2015년 12시간에서 2018년 20시간으로 늘어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객관적 수치상으로 미세먼지 양은 줄어들고 있지만, 예전 같으면 오전에 잠시 혼탁하던 하늘이 이제는 하루 종일 뿌옇게 보이니 사람들에겐 당연히 지금이 더 나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미세먼지, 정말 중국에서 오는 것일까?

SBS 스페셜 ‘미세먼지에 관한 불편한 진실’ 편

그렇다면 하루 종일 하늘을 점거하는 미세먼지, 그 원인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청와대 국민청원에 등장할 정도로 '중국발' 미세먼지일까?

베이징에 사는 한 시민은 오랫동안 베이징의 하늘을 매일 아침 촬영해왔다. 그런 그에 따르면 지난 몇 년간 베이징의 하늘은 한결 맑아졌다고 한다. 그러면 수치상으로는 어떨까? 제작진이 직접 베이징에 가서 매일매일 측정해 보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중국 당국의 발표와 달리, 베이징의 공기질은 우리보다 훨씬 나빴다. 국제 기준치에 근접한다는 발표와 딴판이었다. 그런데 왜 좋다는 결과가 나왔을까? 그건 1년 평균으로 통계를 발표하는 '데이터'의 함정 때문이다.

그렇게 중국발 스모그의 습격과 함께 우리 사회 '음모론'으로 등장한 것이, 중국 정부가 베이징 공기를 깨끗하게 하기 위해 그곳에 있던 공장들을 우리나라에 좀 더 가까운 산둥성으로 대거 이전했다는 내용이다. 물론 베이징에 있던 공장들을 대거 이전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의혹으로 삼았던 산둥성이 아니라, 베이징 외곽에 있는 '허베이성'이 그 대상이었다. 베이징의 하늘이 맑아진 대신 허베이성의 하늘은 스모그로 뿌옇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 허베이성 사람들에겐 그런 공기의 질보다 산업적 활력을 준 공장들이 더 반갑다.

SBS 스페셜 ‘미세먼지에 관한 불편한 진실’ 편

이렇게 다시 한번 중국발 미세먼지의 유입이 확실해졌지만 그 책임 요구는 쉽지 않다. 정진상 교수는 중국인들이 즐겨 터트리는 폭죽에서 중국발 미세먼지의 성분을 분석하여 미세먼지의 과학적 원인을 규명해냈지만, 이게 국제적 보상이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실제 캐나다로부터 미국이 국제적 보상을 받은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국제법의 변화에 따라 원인을 제공하는 국가가 그런 원인의 개선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 보상을 면해줄 수 있다는 등 보상의 관례나 사례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형편이다. 더구나 중국은 정부가 나서서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선포해 이 분야에 과학적인 투자를 집중하고 있고, 그와 함께 수치상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어 더더욱 우리나라가 보상을 요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중국만의 문제일까?

하지만 중국만의 문제일까? 다큐를 연 건 미세먼지 측정기이다. 하루 종일 배달일을 하는 경국 씨와 매일 학교를 오가는 학생의 등에 인간의 호흡과 동일하게 공기를 빨아들이는 '미세먼지 측정기'가 매달렸다. 이들은 하루 12시간씩 이 '미세먼지 측정기'와 함께할 것이다. 그린피스와 함께 제작진이 직접 실험에 나선 것이다. 그 결과, 배달일을 하는 경국 씨의 경우 그가 하루 종일 매달고 다니는 미세먼지 측정기의 그래프가 들쭉날쭉하다. 반면, 매일 학교로 오가는 학생의 경우 등하교시 미세먼지 농도가 급격하게 높아진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덜 심한 날과 상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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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제작진이 매단 미세먼지 측정기의 수치가 보여주고 있는 것은, 관측된 미세먼지 농도와 상관없이 우리가 일상적으로 다니고 있는 길, 즉 자동차 배기가스로 인한 미세먼지 농도가 심각하다는 사실이다. 즉, 우리가 중국을 지켜보고 있는 사이, 우리 곁의 자동차와 공장 등이 뿜어내고 있는 미세먼지에 우리는 무방비하게 노출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다.

장재연 교수가 주장하는 바도 일맥상통한다. 즉 그가 말하고자 하는 건 그저 미세먼지가 좋아졌다가 아니다. 미세먼지의 정도는 '산업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즉 우리 사회의 미세먼지 질을 좋게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누리고 있는 산업적 결과물'들에 대해 살펴보고 점검하며 이의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을 포기할 용의가 있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이 필요한 시간이다.

또한 미세먼지를 둘러싼 갈등은 '정책'의 스펙트럼과 효율성의 문제와도 연관된다. 당장 미세먼지가 심한 상황에서 아토피 등 각종 알레르기성 질환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위해 부모들은 각 교실 등에 공기정화기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부모들의 긴급하고도 즉각적인 요구에 정부나 학교 당국은 '절차' 등의 문제를 내세워 미온적으로 대처, 그 개선의 속도를 놓고 사회적 갈등이 부추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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