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를 보장하기 힘든 먼 이동거리를 강제한 마카오 타지에서의 공연 강행, 몇몇 소속사와의 알력다툼과 신경전은 물론 당일 가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SBS와의 마찰로 인한 유력 가수들의 대규모 불참, 수상 목록이 예고도 없이 변경되거나 언급도 되지 않고 납득하기 어려운 중복 수상 천지. MNET의 2010 MAMA는 한국은 물론 아시아를 대표하는 시상식으로 거듭나겠다는 거대한 포구를 밝혔지만 정작 그 화려함과 웅장함 때문이 아니라 기획 당시부터 시상식이 끝날 때까지 끊임없이 야기했던 논란 때문에 화제에 오르내렸었습니다.

MAMA가 끝난 뒤에도 주최 측에서는 인터뷰와 기사들을 통해서 거듭 불참 가수들과 소속사, 공중파 방송사들을 향해 자신들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에 아쉬움을 표하고 대승적인 판단과 협조가 부족한 현실을 안타까워했습니다. 몇몇 결점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성장과 발전, 개선을 거듭하고 있는 축제에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참가하지 못하는 가요계의 현실에 실망의 목소리를 낸 것이죠. 원망스럽고 섭섭한 부분이 있더라도 한해를 마무리하는 자리에서는 그 감정들을 다 해소하고 하나 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그들의 노래와 무대를 사랑한 팬들을 위한 당연한 보답이란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어요.

일견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어제 막을 내린 골든디스크, 이제 곧 선을 보일 멜론 연말 시상식 같이 올 한해의 가요계를 정리하는 많은 시상식들이 있지만 이중에서 2010년을 빛낸 가수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이는 시상식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자신들 소속사의 이해관계와 주최 측과의 친분, 수상 여부 등을 두고 복잡한 주판알을 튕기며 참가 여부를 두고 계산에 들어가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각 시상식의 수상 목록들은 그들의 활약을 증명하고 인정하는 상장인 동시에 그들의 소속사가 올 한해 얼마나 주최 측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는지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이런 부적절한 공생관계나 소속사의 이기주의만을 꼬집어 말하기엔 Mnet 역시도 할 말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일 년 동안 도무지 알 수 없는 순위들을 양산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수상들로 신뢰도를 추락시킨 것은 본인들이니까요. 누가 1위를 하든 수상 당사자를 제외하면 아무도 인정하지 않고, 그냥 자기들이 주고 싶어서 주는 것 외엔 별다른 의미가 남지 않은 Mnet의 대표 순위 프로그램 엠카운트다운의 행태를 보면 할 말이 없어요. 그런 어처구니없는 수상 릴레이는 이번 주에도 계속됐습니다. 이번 주 복귀 무대를 가진 티아라가 1위라니. 과연 이 결과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요?

동시간대에 열린 골든 디스크 시상식 여파로 많은 이들의 참여가 부진한 것이 사실입니다. 참가자를 우선해서 시상했던 전례를 갑자기 바꾸는 것도 뭐한 것이었겠고, 더블 타이틀곡을 내세워 컴백한 티아라의 이번 주 활약도 나쁜 편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의 대세 더블 타이틀곡을 앞세운 이들의 컴백이 주목받았던 이유는 결코 긍정적인 부분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컴백 전부터 지연이 동영상과 관련된 구설수와 루머 때문에 부적절한 화제에 올랐고, 처음 선보였던 ‘왜이러니’는 불미스러운 루머와 사건에 휩싸인 같은 소속사의 후배, 남녀공학을 향한 메시지가 아니냐는 비아냥 덕분에 화제에 올랐었고, 다른 곡 ‘ya ya ya'는 자막을 아무리 봐도 해석이 난해한 언어 파괴의 정체불명 가사 덕분이었습니다. 새롭게 투입한 신입 멤버에 대한 관심과 효과도 미미합니다. 결코 좋은 반응이 아닌, 비아냥과 황당함이 뒤섞인 씁쓸한 관심이었죠.

이런 긍정적인 요소들만 가득한 상태에서 그렇다고 음원 성적에서 압도적인 결과를 보인 것도 아니고, 방송 점수, 음반 판매량이 좋았던 것도 아닙니다. 1위 후보로 올린 탑10 중에서 2AM, 카라, 비스트 같이 그녀들보다 적합해 보인 이들은 너무 많아요. 차라리 비슷한 시기에 컴백한 시스터의 활약이 더 눈에 띄는 한 주였습니다. 하지만 Mnet은 뻔뻔하게도 자사 출신의 아이돌에게 1위 트로피를 안겨 주었습니다. 그녀들조차도 시상 사실에 갸우뚱했던, 매번 엠카운타운에서 반복되었던 돌아가면서 1위 트로피 선물하기 외엔 아무런 의미를 찾기 힘든, 비난을 자초한 1위 수상이었어요.

덕분에 골든디스크 시상식에 불참한 티아라는 2010년의 준수했던 활약에도 불구하고 본상 수상에 실패했습니다. 어쩌면 수상이 불확실한 이들이 자사의 프로그램을 선택했고, 그 대가로 1위 트로피를 안겨준 것인지도 모르죠. 이런 괴상한 수상들이 이어질수록 엠카운트다운과 티아라, 그리고 Mnet의 이미지와 위상은 점점 더 실추될 뿐입니다. 가수들의 MAMA 대규모 불참은 바로 이렇게 그들 스스로 차곡차곡 쌓아온 불신의 결과물이라 해도 할 말이 없어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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