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국회는 모처럼 온몸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동물국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열심이었다. 회의에 참석하려는 의원을 6시간 넘게 감금하였고, 팩스로 법안이 제출되자 의안과 팩스는 누군가에 의해 망가졌다. 의안과 안팎은 민주당의 의안 제출을 저지하려는 한국당 의원들과 보좌진으로 겹겹이 둘러싸였다.

국회에서 처음 보는 모습은 아니다. 다만 놀라운 것은 법안 의결이 아니라, 법안 제출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사실이다. 과거 이런 극한의 육탄대결은 법안의 의결 때 연출되었던 장면이었다. 또 놀랍게도 국회는 이런 퇴행적 모습들을 더 이상 국민에게 보이지 않기 위해서 진작에 ‘국회선진화법’이란 것을 만들었다. 그것도 자유한국당이 당명을 바꾸기 전인 새누리당이 주도한 법이었다. 국회선진화법은 달리 ‘몸싸움방지법’이라고 불리기도 했었다.

창문 틈으로 ‘SOS’ 친 채이배…6시간 넘게 의원실 ‘감금’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아이러니하게도 몸싸움을 방지코자 자유한국당이 만든 국회선진화법은 바로 그 자유한국당에 의해서 망가졌다. 사개특위에 참석하려는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실을 봉쇄했다. 6시간 넘는 실질적 감금상태에서 채 의원은 결국 경찰과 소방관이 출동하고서야 간신히 풀러날 수 있었다. 또 민주당의 패스트트랙 합의 법안은 원천봉쇄되었고, 그 상황은 새벽까지 이어졌다.

국회에서의 몸싸움이 낯설지 않으면서도 의아했던 것이 이번 사태였다. 과거의 국회 몸싸움은 법안을 의결하는 단계에서 벌어졌는데, 이번에는 아예 법안 제출부터 봉쇄하고자 하는 것이다. 패스트트랙이라는 것이 한번 지정되면 반드시 본회의 의결을 하게 된 것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몸싸움 말고도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법안을 저지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국회선진화법은 패스트트랙과 동시에 이를 막을 수 있는 필리버스터를 마련해두었다. 아무리 패스트트랙에 태웠다고 하더라도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는 필리버스터에 의해 저지될 수 있다. 그것도 최장 100일까지 가능하다. 이 필리버스터를 종료하기 위해서는 신청한 정당에서 스스로 중단하거나 아니면 재적 5분의 3의 찬성이 필요하다. 분명 패스트트랙도 막으려면 막을 수 있다. 그러나 필리버스터는 독한 각오 없이는 시도조차 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한국당 "대표발의자 잘못 등록…법안접수 무효" 주장(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그러나 그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당이 자기 손으로 만든 법을 망가뜨리면서까지 막아야 할 명분을 갖추고 있느냐에 있다. 여야4당이 합의한 패스트트랙 법안은 완전하지는 않아도 개혁적 내용을 담고 있으며,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얻고 있다. 치열한 몸싸움 와중에도 사보임 문제, 법안 팩스 제출 문제 등 법적 공방이 전개되고 있지만, 자기 손으로 만든 법조차 뭉개면서 새삼스런 법타령에 헛웃음이 나지 않을 수 없다.

그건 그렇다 하더라도 부활한 국회 몸싸움이 너무 뜨거웠던 나머지 JTBC <뉴스룸>은 정규 뉴스 시간을 온통 국회 몸싸움 ‘중계’에 쏟아 부었다. 세상에 싸움구경만한 것이 없으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 사태의 본질적 의미에 냉정하게 접근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없을 수 없다. 신뢰도와 영향력에서 1위를 달리는 JTBC라면 그랬어야 했다. 그러나 국회의 몸싸움에는 지상파·종편을 통틀어 가장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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