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대잔치, 사실 마음부터 짠해지는 이름입니다. 농구하면 먼저 떠올리는 대회가 "농구대잔치", 하지만 최근 농구대잔치에겐 파행이란 수식어가 함께 합니다. 오는 13일 안양체육관에서 개막할 예정이었던 농구대잔치가 남자 1부 대학 팀들이 불참을 선언해 파행이 불가피해졌다는데요.

이유는 매우 명료합니다. 올해 처음 도입된 대학농구리그가 10일에 끝나고, 선수들은 기말고사를 위해 학습권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거죠. 3일 만에 펼쳐지는 농구대잔치는 여러모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대학연맹의 공식입장,

프로농구 출범 이후, 대학팀들의 대회로 조금은 주춤해진 농구대잔치, 상무와 함께 대회를 운영했는데요. 과거의 농구대잔치와 같은 열기는 찾기 힘듭니다만.. 그래도 우리 농구의 토양이자, 기본이 아닐까 싶다는 생각.

무엇보다 추억의 이름인 "농구대잔치"가 주는 짠한 기분은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슬램덩크>를 읽고, 드라마 <마지막 승부>를 보며, 이승환의 <덩크슛>을 듣고 부르던 추억이 있기에 ...

그 세대로서 농구대잔치의 우울한 현실은 가슴 한 켠이 시큰해짐을 느끼게 합니다. 농구를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의 문제가 아닌 시대의 운명이자, 흐름으로 받아들여야 했던 세대. 우리들에게 농구는 학창시절의 큰 부분이었고, 그 농구의 대명사가 바로 "농구대잔치"였습니다.

수험생으로 연대와 고대가 좋은 이유가 "농구를 잘하기 때문"을 언급하게 해줬던 농구의 힘, 그리고 그 시절 농구대잔치, 프로농구의 출범을 비난하거나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만. 프로농구 출범 이후 장소와 스폰서부터 시달리던 농구대잔치는 결국 이제 대학팀 불참과 그에 따른 파행을 예고하고 있는데요.

대학연맹과 농구협회의 갈등이 그 씨앗이란 점은 더더욱 농구대잔치의 팬들에겐 아픔이 됩니다. 하긴, 대학리그만큼의 열기도 기대하기 힘든 농구대잔치의 현실이 더 안타깝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어찌 보면 이 모든 것들이 우리 농구의 오늘을 대신 말해주는 건 아닌지, 씁쓸해지기도 합니다. 과거 그 시절만큼은 아니어도, 명성과 그 역사에 걸맞은 분위기는 조성되어야 할 텐데요, 쉽지 않은 일이겠죠?

안타까움 속에 언뜻 든 생각은 바로 "BA컵" 같은 대회로 농구대잔치를 만들면 어떨까 싶다는 겁니다. 축구의 FA컵, 우리나라의 경우, 대한축구협회가 주관하는 Football Association Cup처럼 농구협회 주관의 대회를 만드는 거죠.

프로리그 비시즌 기간에 개최해 프로와 아마가 모두 어우러진 대규모의 농구잔치로 운영하는 것도 재미있을 거 같습니다. 말 그대로 농구팬들과 농구인들을 위한 "농구대잔치"가 되지 않을까요?

대학리그연맹과의 문제도 해결하기 힘든 농구협회가 KBL과의 조정을 이루기도 쉽진 않겠습니다만... 농구 전반을 위해, 농구 흥행과 발전을 위해 한번쯤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최소한, 진짜 농구의 시대를 살았던 이들에게 농구하면 떠오르는 대회, "농구대잔치"는 없어지거나 더 이상 축소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