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과거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되기 전 국회의장의 본회의 진행을 막는 경우는 있었지만, 개별의원의 회의 참석을 막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유례 없는 일이 벌어졌다.

한국당은 이날 바른미래당 사개특위 위원으로 임명된 채이배 의원실을 점거했다. 한국당 의원 10여 명이 채이배 의원을 의원사무실 내 집무실에 감금하고, 이은재 의원이 집무실 문을 지켰다.

채이배 의원이 집무실을 빠져나가려 하자 한국당 의원들은 집무실 내부 쇼파로 문을 막고 버텼다. 채 의원이 경찰에 신고했지만, 한국당은 막무가내였다. 채 의원이 무릎을 꿇고 문을 열어달라고 호소했지만, 한국당 의원들은 "저희 다 감옥 갈 거예요"라며 버텼다.

▲25일 오후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창문틈을 통해 기자들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채이배 의원은 오후 2시 30분 경 창문을 통해 기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채 의원은 창문 틈으로 기자들을 향해 "오전 9시부터 4시간 넘게 한국당 의원들이 오셔서 밖으로 못 나가게 하고 있다"며 "문을 열 수도 없고 밖에서도 밀고 있어서 감금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채 의원은 "경찰과 소방을 불러 감금을 풀어주고 필요하다면 조치를 취해달라고 했다"며 "창문을 뜯어서라도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채이배 의원은 "제가 사개특위 공수처법안 논의에 전혀 참여하지 못하고 있어서 (사개특위) 소집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채 의원은 "국회에서 이런 무력을 행사하지 않도록 선진화법을 만들었고, 국회 문화도 나아지고 있었는데 오늘은 퇴행적인 모습을 보여 굉장히 우려스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과거 국회의장을 감금하는 사태는 있었지만, 개별국회의원을 감금하는 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한국당이 국회법 제165조 위반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 165조는 "누구든지 국회의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이나 그 부근에서 폭력행위 등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당이 사개특위 전체회의를 막게되면 국회법 165조를 위반하게 된다. 이날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공수처법 공동발의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기 위해서 사개특위 전체회의 의결이라는 과정이 남아있었다. 결국 개별의원의 회의 참석을 막아 국회법 위반을 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당은 24, 25일 양일에 걸쳐 회의장을 점거하는 과정에서도 국회법을 피해나갔다. 한국당은 현재 사개특위, 정개특위 회의 개최가 유력한 220호, 245호, 445호를 점거하고 있다. 한국당은 회의장을 점거하면서도 위원장석은 손대지 않고 있다. 국회법 제148조의 2는 "의원은 본회의장 의장석이나 위원회 회의장 위원장석을 점거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개특위 개최가 유력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 앞에 한국당 의원들이 모여 앉아있는 모습. ⓒ미디어스

그러나 언제까지 한국당이 국회법을 피해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당은 현재 회의장 문 앞에 의자를 배치하고 여야 4당 의원들의 회의장 출입을 저지할 준비를 하고 있다. 국회법 제148조의 3은 "누구든지 의원이 본회의 또는 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하여 본회의장이나 위원회 회의장에 출입하는 것을 방해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법 제148조의 3을 위반할 경우 한국당 의원들은 국회로부터 징계를 받을 수 있다. 국회법 제155조는 제148조의 3 위반시 "윤리특별위원회 심사를 거쳐 그 의결로써 징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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