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기름유출 사고와 관련해 삼성중공업이 사과를 했다. 오늘자(22일) 아침신문에 대국민사과문 ‘광고’를 일제히 게재했다. 사고가 난지 47일만의 사과이고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는 내용의 이 사과문 ‘광고’는, 하지만 한겨레 독자들은 볼 수가 없다. 경제지를 포함해 전국단위종합일간지 가운데 한겨레에만 삼성중공업의 사과문 ‘광고’가 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겨레에만 빠진 삼성중공업 '사과광고', 어떻게 봐야 할까

통상 업계 용어로 기업 축하광고나 대국민사과문 같은 광고는 ‘거저 먹는다’는 표현을 쓴다. ‘누워서 떡먹기’라는 용어로도 사용되는데 모든 신문사에 일제히 게재되는 만큼 신문사 입장에선 ‘손쉬운 영업’인 셈이다. 하지만 오늘자(22일) 전국단위종합일간지에 일제히 실린 이 사과문 ‘광고’가 한겨레만 예외적으로 실리지 않았다.

▲ 오늘자(22일) 전국단위종합일간지에 일제히 실린 삼성중공업 사과문.
몇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삼성이 한겨레에만 광고 게재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 다른 하나는 한겨레가 거부했을 가능성이다. 삼성이 한겨레만 시간차를 두고 광고를 게재할 가능성도 희박하지만 배제할 수 없다. 한겨레 광고가 ‘넘쳐’ 오늘자에 삼성 사과문 광고를 게재할 지면이 없어 싣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역시 가능성은 희박하다.

만약 한겨레가 삼성광고를 거부했다면 보통 독자들을 위해 사고나 칼럼 형태로 사과문 광고를 게재하지 않는 ‘이유’를 밝히곤 하는데 오늘자(22일) 한겨레엔 그게 없다. 때문에 현재로선 ‘첫번째’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데 일단 가능성으로만 남겨두고 단정은 피하자. 어찌됐든 이런 상황 자체가 상당히 이례적인 건 분명하다.

광고탄압 논란과 에버랜드 압수수색 보도

단정은 피했지만 몇 가지 ‘정황’이 계속 뒤통수를 잡는다. 우선 광고탄압 논란. 지난해 10월29일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비자금 폭로 기자회견 이후 한겨레는 삼성중공업 광고를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수주하지 못했다. 통계상으로 이미 나와 있다. 삼성비자금 문제에 적극적이었던 경향신문도 지난해 11월23일부터 삼성 광고가 끊겼다. (하지만 오늘자 경향신문에 삼성중공업 사과문 광고가 게재돼 있다.)

▲ 한겨레 1월22일자 1면.
이런 ‘전력’이 있는 상황에서 한겨레에만 삼성사과문 광고가 실리지 않았다. 유심히 살펴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 다른 정황은 오늘자(22일) 지면이다. 전국단위종합일간지 가운데 삼성특검팀이 21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내 창고를 전격 압수수색해 대량의 미술품을 발견한 소식을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한 곳이 경향과 한겨레다. 경향과 한겨레가 1면 머리기사로 이를 보도했고 서울신문 정도가 1면에서 관련 내용을 다뤘다.

동아 조선 한국일보 등은 에버랜드 압수수색 보도를 그다지 비중 있게 보도하지 않았고, 특히 중앙일보는 오늘자(22일) 전국단위종합일간지 가운데 가장 적은 비중으로 에버랜드 압수수색 소식을 다뤘다. 중앙일보의 한계가 무엇인지를 단적으로 드러낸 지면배치였다.

▲ 중앙일보 1월22일자 10면.
이번 사안이 이런 ‘정황’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일까. 그러기를 바라지만 계속 뒤통수가 ‘땡기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삼성이 놀라운 건지 한겨레가 대단한 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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