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이하 <안녕하세요>)를 보면, 이 세상에는 참 별별 사람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자식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며 사는 부모의 사연은 이미 <안녕하세요>에 여러 번 등장한 이야기이지만, 22일 방송에서 이제 막 취업한 딸에게 기대는 아버지의 사연도 만만치 않았다.

이날 <안녕하세요>에 등장한 사연자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지 않는 아버지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인 할머니와 함께 살며, 어린 시절부터 각종 아르바이트를 통해 가족의 생활비를 벌어야했던 고충이 있었다. 친구들이 다 가는 대학도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포기하고 일찍 취업전선에 뛰어 들어야 했다.

KBS 2TV 예능 프로그램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그런데 이를 듣는 아버지의 태도가 가관이 아니다. “나는 딸에게 대학을 가지 말라 소리를 하지 않았다. 대학 가지 말고 돈 벌라는 소리 한 적 없다”고 한다. 그런데 아버지가 부모 역할을 제대로 했다면 딸이 대학을 포기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어린 나이에 벌써부터 할머니와 동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에 짓눌리지 않을 것이다.

딸이 성인이 되자마자 딸 명의로 신용카드부터 만들려고 하는 아버지이다. 지인을 위해 무리하게 돈을 빌려주었다가 어느 순간 신용불량자가 된 아버지는 자신의 명의로 카드를 만들 수도 자동차를 살 수도 없기에, 딸에게 기대 자신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한다. 그런데 아버지는 딸 월급날은 기가 막히게 기억해도, 딸의 생일은 기억하지 못한다. 심지어 딸이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에도 병원에 들르지 않았고, 딸을 걱정하는 전화 한 통 걸지 않았다고 한다.

딸에게 경제적 지원은 물론 거의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 아버지이지만, 딸이 자신에게 뭔가 해주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기에 딸의 고민은 더욱 깊어져 간다. 여기서 더 놀라운 사실은, 딸들에게는 월급날을 제외하고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아버지가 동호회를 비롯한 경조사 및 대외 활동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동호회만도 못한 딸’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다.

KBS 2TV 예능 프로그램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남을 도와주면서 사는 것은 물론 좋다. 하지만 이날 <안녕하세요>에 등장한 사연자의 아버지처럼, 지인이 부탁한다고 대출까지 해서 돈을 빌려주다가 자식에게까지 고통을 안겨주는 건 오지랖에 불과하다. 가정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인을 위해 연대보증까지 나섰다가 경제적 파국을 맞은 아버지는 그럼에도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듯하다. 그 와중에도 사연자는 자신보다 할머니를 더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안녕하세요>의 출연을 계기로 사연자의 아버지는 변화할 수 있을까. 자신의 문제에 대한 냉철한 진단과 반성, 각성, 성찰이 없으면 달라지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사람은 서서히 거리를 두면서 멀리하는 게 상책이라고 하고 싶지만, 부모 자식 간에 어디 그럴 수 있을까. 그저 사연자의 아버지가 하루빨리 정신 차려, 이제부터라도 타인이 아닌 가족을 먼저 책임지는 좋은 부모로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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