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복직 투쟁 4464일, 국내 최장기 분쟁 사업장인 콜텍 노사가 정리해고자 복직에 합의했다. 콜텍 노사는 오늘(23일) 오전 관련 합의안에 서명하고 갈등에 종지부를 찍었다. 13년간의 투쟁으로 복직을 한다 해도 정년이 다 돼 약 한 달간 근무하게 되는 김경봉 금속노조 콜텍지회 조합원은 '복직'이라는 노동자의 명예를 찾기 위해 싸워왔다고 말했다.

22일 콜텍 노사는 정리해고자 명예복직에 잠정 합의하고 23일 합의안에 서명했다. 이로써 2007년 '경영상의 이유'로 정리해고됐던 콜텍 노동자 중 마지막까지 복직을 촉구한 김경봉, 임재춘, 이인근 조합원 3인은 다음 달 2일 복직하게 된다. 다만, 이들은 지난 투쟁 기간 정년이 다 돼 5월 30일 퇴직한다. 29일간의 복직 근무를 위해 13년을 투쟁해 온 셈이다.

이인근 금속노조 콜텍지회장(왼쪽부터),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 박영호 콜텍 사장이 23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가스공사 서울본부에서 열린 콜텍 노사 조인식에서 정리해고 노동자 복직 등의 내용이 담긴 합의안에 서명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콜텍 노사는 ▲과거 정리해고에 대한 회사의 유감 표명 ▲마지막까지 복직을 요구해온 김경봉, 임재춘, 이인근 등 3인의 명예복직 ▲콜텍 노조 조합원 25명에 대한 합의금 지급 ▲노사가 상호 제기한 일체의 소송 취하 등을 잠정합의했다.

김경봉 조합원은 '명예'를 찾기 위해 긴 시간 싸워왔다고 말했다. 김 조합원은 23일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과의 통화에서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없어 서글펐지만 내 스스로 복직을 해서 회사를 걸어 나오는 것과 해고로 인해서 영원히 그냥 나오는 것은 다르다"며 "우리 노동자들한테도 명예가 있다. 부당한 정리해고 때문에 싸워야 했고, 내가 복직을 하는 지금 그 명예가 있는 것이다. 이런 명예를 찾기 위해 싸웠다"고 소회를 밝혔다.

지난 42일 간 단식농성을 진행하다 잠정합의문을 받아 든 임재춘 조합원은 "이거 받으려고 13년을 기다렸다. 노동자들이 투쟁하면서 단식하는 건 내가 마지막이면 좋겠다. 젊은 사람들이 굶고 어디 올라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토로했다.

2007년 기타 제조업체 콜텍은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콜트는 인천에서 전자기타를 만드는 '콜트악기'와 대전에서 통기타를 만드는 '콜텍' 등 2개의 공장을 두고 있었는데, 당시 비용 증가를 이유로 국내 생산을 축소하고 인도네시아, 중국 등으로 생산기지를 옮기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콜트는 인천공장 노동자 3분의 1을 집단으로 정리해고하고, 대전공장을 폐쇄하며 노동자 89명을 내보냈다.

이에 해고자들은 2008년 회사를 상대로 해고무효확인소송을 제기했다. 2009년 4월 1심 재판부는 경영상 이유에 따른 정당한 조치라며 사측의 해고를 인정했으나, 2009년 11월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정리해고 무효 판결을 내렸다. "콜텍 전체로 봤을 때 긴박한 경영상의 위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콜텍 해고노동자 임재춘 콜텍지회 조합원이 22일 오후 서울 강서구 등촌동 콜텍 본사 앞 농성장에서 단식을 해제하고 미음을 먹고 있다. 이날 콜텍 노사는 콜텍 노사는 정리해고자 명예복직에 잠정 합의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2011년 양승태 대법원장 취임 이후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혀 논란을 빚었다. 2012년 '회사에 경영상 긴박한 위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더라도, 장래에 닥칠 위기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났고, 파기환송심을 거쳐 2014년 해당 판결이 확정됐다. 지난해 5월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은 2012년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이 박근혜 정부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의 재판 거래 의혹 중 하나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콜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꾸려지는 등 시민사회 연대가 이뤄지면서 지난해 12월부터 노사 교섭이 시작됐다. 박영호 콜텍 사장이 분쟁 13년 만에 교섭에 참석하는 등 총 9차례에 걸친 교섭 끝에 명예복직 잠정합의에 이르게 됐다. 이 과정에서 해고 노동자들은 수차례의 고공농성과 단식농성, 천막투쟁 등을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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