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현병 환자 본인이 자기결정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을 때에는 특정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 살인 사건의 피의자 안인득 씨는 과거 68차례의 조현병 치료를 받던 환자였지만 범행 전 2년 9개월 간은 진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 씨의 형은 범행 이전에 안 씨를 병원에 입원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안 씨의 거부로 입원시키지 못했다. 치료 과정과 이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환자 당사자 또는 가족들에게 떠넘겨져 있는 상황에서 불상사를 방지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혐의로 구속된 안인득(42)이 병원을 가기 위해 19일 오후 경남 진주경찰서에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2일 중앙일보, 동아일보 보도 등에 따르면 안 씨의 형은 참극이 일어나기 약 2주 전인 지난 5일부터 안 씨를 정신의료기관에 입원시키려 노력했지만 현행법에 가로막혀 안 씨를 입원시킬 수 없었다.

정신질환자를 정신의료기관에 강제입원 시킬 수 있는 제도는 보호입원, 행정입원, 응급입원 등이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진단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안 씨 본인이 병원 진단과 강제입원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과거 진료 기록을 떼 강제 입원을 시도하려 했던 형은 진료 기록을 받을 수 없었다. 의료법 상 환자의 진료 기록 열람과 사본 발급은 환자 본인 또는 환자의 위임장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22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조현병은 사회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장애로 인구 중 몇 퍼센트가 반드시 있다"며 "그렇다면 이 문제를 개인에게 맡겨둘 게 아니라 국가가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우리나라가 너무 무관심해온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모든 조현병 환자가 이 같은 범죄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이나 편견은 조심해야 하는게 당연하지만, 이번 참극과 같은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은 마련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안인득의 형되시는 분이 입원을 시키려고 호소하고 노력했지만 안됐다. 개인의 노력에 한계가 있다는 게 드러난 것"이라며 "모든 조현병 환자를 배제하고 격리할 수는 없지만, 치료가 잘 안되는 환자에 대해서는 가족들이 판단해 호소했을 경우 강제입원을 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이 교수는 "(현행 법제는)인권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히 진보적인 법제이지만 조현병 환자의 경우 어느 정도 단계가 지나면 자기 결정을 할 수 없는 단계가 온다"면서 "안 씨가 치료를 계속 받았더라면 이런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법제상 환자 개인이나 가족에게 치료과정에 대한 모든 책임이 떠넘겨져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안 씨의 70대 노모는 안 씨를 강력하게 처벌해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안 씨의 노모는 양손을 떨며 취재진에게 "이렇게 큰일을 저질러서 너무 죄송하다. 정말 죽을죄를 지었다"면서 "(아들에게)가장 강한 처벌을 내려 달라. 조금도 봐주지 말고 벌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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