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합뉴스TV와 MBN의 그래픽 문제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연합뉴스TV는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소식을 전하면서 문 대통령과 함께 당연히 있어야 할 태극기 자리에 인공기를 넣었다. 이미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이미지를 사용해 빈축을 사던 중에 터진 대형사고의 여파는 매우 컸다.

연합뉴스TV는 곧바로 사과방송을 했다. 다섯 차례나 됐다. 그러나 사과가 더 문제가 됐다. 실수가 아니라 “문 대통령이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관계를 중재하러 방미한다는 의미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제작진의 실수”였다는 것이었다. 실수를 정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면 될 일을 괜한 변명을 붙여 실수가 아닌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을 부추겼다.

KBS 1TV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

논란에 불을 당긴 석연찮은 일이 또 벌어졌다. 다음 날 연합뉴스TV는 한미정상회담 소식을 전하면서 문재인 대통령 이미지를 빼고 트럼프 이미지만 사용했다.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졌다. 급기야 연합뉴스TV는 보도국장과 뉴스총괄부장 보직해임에 이어 보도본부장의 직위를 해제했다. 방심위도 이 사안에 대해서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방심위의 의견진술은 법정재재의 중징계 가능성을 예고한다.

21일 <저널리즘 토크쇼 J>가 이 문제를 다뤘다. 연합뉴스 정부지원금 제도를 폐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자가 20만 명을 넘었다는 사실을 먼저 전했다. 실수도 어쩌다 한 번이어야 실수로 인정이 된다. 실수가 거듭되고, 실수의 성격이 다르지 않다면 당연히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거기에 종편 MBN이 ‘김정숙’ 여사를 ‘김정은’으로, ‘문 대통령’을 ‘북 대통령’으로 오기하는 방송사고가 이어진 것도 연합뉴스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방송사들의 그래픽 사고는 잊을 만하면 터지는 고질병에 가까운 증상이다. 그때마다 사과하고 지나갔다. 그러나 캡쳐와 아카이브의 시대에 사과는 지워져도 실수는 저장된다. 연합뉴스TV가 만든 문재인 대통령과 인공기 조합은 사라지지 않는다. 또 하나 결정적인 문제점은 방송사들의 실수든 아니든 문재인 대통령이나 정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들이라는 공통점이다. 실수와 사과를 믿기 어려운 이유이다.

KBS 1TV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

<저널리즘 토크쇼 J>가 대두된 문제에서 연합뉴스의 본질에 더 천착한 이유를 거기서 찾을 수 있다. 연합뉴스는 통신사로 언론사에 기사를 제공하는 매체이다. 그러나 요즘의 연합뉴스 기사는 통신사답지 않다. 연합뉴스 스스로를 ‘언론 중의 언론’이라고 말하는 것이 오만이 아닌 이유는 통신사라는 것이 본래 언론에 기사를 제공하는 주기능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 본래 기능을 잃은 것이 몇 건의 방송사고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일 수밖에 없다. 본디 통신사인 연합뉴스의 기사는 팩트만 전달하는 매우 재미(?)없는 기사였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사들의 기사작성에 토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요즘의 연합뉴스 기사는 기존 언론사들의 것들과 구분이 어렵다. 팩트 전달에 그치지 않고 해석과 풀이가 더해진 것이다.

<저널리즘 토크쇼 J> 김빛이라 기자가 전한 2016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조사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시사한다. 연합뉴스의 네이버 기사노출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연합뉴스가 더 이상 정부나 기업 그리고 언론사들이 아닌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분명한 현상을 말해준다. 한국은 뉴스 소비에 있어 지나치게 높은 포털 의존성을 보인다. 연합뉴스가 일반 매체들보다 훨씬 더 위험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당장 논란이 된 그래픽 사고보다 더 시급하다는 것이 <저널리즘 토크쇼 J>의 시각이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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