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너드 코페트는 명저 ‘야구란 무엇인가’에서 프런트에 관해 다음과 같이 서술했습니다. ‘관중들로 하여금 돈을 내고 경기장에 들어오도록 멋진 경기를 제공하기까지 그 뒷전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은 여간 많지 않으며 그들이 하는 일 중에는 과히 즐겁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 선수단을 지원하고 팬을 위해 봉사하면서도 프런트는 음지에서 빛이 나지 않음을 규정한 것입니다. 이는 한국 프로야구 8개 구단의 프런트 모두 마찬가지로, 잡음이 불거지지 않아야 프런트가 매끄럽게 한 시즌을 보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LG 트윈스는 2010 시즌 벽두부터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은퇴한 이상훈이 LG의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올려, 구단으로부터의 코치직 제의로 개인 사업까지 모두 정리하고 계약을 기다렸으나 LG 프런트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밝힌 것입니다. 2004년 석연치 않은 이유로 트레이드된 뒤 은퇴했던 이상훈은 그 이름 자체만으로도 팬들의 가슴을 아리게 하는 절대적 존재입니다. 타 팀 유니폼을 입고 은퇴했기에 변변한 은퇴식조차 치르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리 2군 구장에서 땅 고르는 일이라도 하고 싶다는 이상훈을 상대로 한 LG 프런트의 처사는 프로야구단의 것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였습니다.

문제는 선수단 내부에서도 불거졌습니다. 이상훈 코치직 제의에 따른 논란을 전후로, 봉중근의 아내와 이형종이 미니 홈피에 불만을 터뜨리며 부정적인 의미로 뉴스의 초점이 되었으며, 시즌 중반에는 2군행을 지시받은 서승화가 야구를 그만두겠다며 미니 홈피에 ‘폭탄선언’을 한 것입니다. 이 같은 불협화음이 단순히 가십 거리에 그쳤다면 다행이지만, 논란의 주인공 중 한 사람인 이형종은 결국 8월 10일 임의탈퇴가 공시되며 야구계를 떠났습니다.

이처럼 끊임없이 문제가 발생한 선수단에 대한 프런트에 대한 책임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선수 관리가 코칭스태프에만 국한된 책임은 아니니 프런트가 선수 관리에 실패했음을 의미합니다. 둘째, 어느 구단이나 내부적으로 불협화음이 있을 수 있으나 대형 이슈로 부각될 지경에 이를 만큼 프런트가 언론을 적절히 상대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 8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 실패에도 불구하고 LG는 100만 관중 돌파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LG 프런트가 100만 관중에 걸맞은 2010 시즌을 보냈는지는 의문입니다.
따지고 보면 최근 1, 2년 동안 야구계에는 물의를 일으킨 선수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음주 운전 사고를 일으킨 선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 LG에서 논란을 일으킨 선수들이 범죄에 연루되거나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 선수단 내부에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마치 범죄라도 저지른 것처럼 보도되어 팬들의 깊은 우려를 자아낸 것은 프런트의 언론 상대가 미숙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8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한 시즌 종료 후에도 LG에 바람 잘 날은 없었습니다. 새로운 연봉 산정 고과 체계를 놓고 마무리 전지훈련을 떠난 미국 플로리다에서 논란이 불거진 것입니다. 부상으로 인해 출장하지 못한 선수들이 연봉이 대폭 삭감되고, 수비에서 많은 실책을 저질렀어도 승리한 경기에서의 타격 기여도가 높으면 연봉이 대폭 상승되는 새로운 고과 체계에 선수단 내부의 반발이 적지 않았던 것입니다.

새로운 고과 체계를 적용하는 데 있어 LG 프런트는 세 가지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첫째, 고과 체계에 대해서는 시즌 전에 미리 공지하여 선수들이 시즌을 치르며 적용했어야 하지만, 시즌 종료 후 갑자기 변경한 것은, 기말 고사가 끝난 뒤 성적표가 나가기 직전 채점 기준을 황급히 변경하는 것처럼 불합리한 처사입니다. 둘째, 막대한 비용이 투자된 해외 마무리 전지훈련장에서 연봉 협상이 진행되는 바람에 훈련에 대한 집중력이 저하되었다는 것입니다. 일부 선수들이 훈련을 거부하고 귀국하겠다며 반발했으니 왜 하필 플로리다 훈련장에서 연봉 협상을 진행했는지 납득할 수 없습니다. 전지훈련을 모두 마치고 귀국한 뒤 12월 말 국내에서 연봉 협상을 진행해도 충분했을 것입니다. 시험을 치르고 있는 학생들 바로 옆에서 교사가 이전 시간의 답안지를 채점하여 학생들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셋째, 이번에도 구단의 어설픈 언론 대처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지훈련을 위해 플로리다까지 출장 취재한 기자가 거의 없었음을 감안하면, LG의 언론 상대는 역시 미숙했습니다. 어느 팀이나 연봉 협상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지기 마련인데, 이번에도 LG 프런트의 대처는 프로답지 못했습니다.

LG 이영환 단장은 시즌 초반 ‘LG는 돈이 많아서 관중이 안 와도 상관없다’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프런트의 수장인 단장이 설령 농담으로라도 입밖에 꺼내지 말아야 할 실언을 한 것을 보면, LG 프런트의 구단과 팬에 대한 근본 인식이 어떤 것인지 엿볼 수 있습니다. 팀 승리에 대한 공헌도를 바탕으로 고과를 판정해 연봉을 지급하는 LG의 새로운 연봉 제도를, 8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한 LG 프런트에 적용한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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