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르노삼성자동차 노조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귀족·강성노조의 파업 장기화로 회사와 회사 협력업체의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식의 언론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르노삼성 노조가 왜 파업에 나섰는지 원인을 짚는 보도는 많지 않다. 르노삼성 노조가 일부 언론보도처럼 무리한 요구사항으로 파업 장기화를 초래한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18일 르노삼성 노사의 임금 및 단체협상 26차 교섭이 열렸다. 지난해 6월 첫 번재 협상이 시작된 이후 르노삼성 노사는 1년 가까이 갈등을 빚고 있다. 노조가 부분파업을 시작한 지도 6개월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노조가 부분파업에 돌입하고, 파업이 장기화되자 재계 및 보수·경제 매체를 중심으로 노조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파업으로 회사가 망해가고 협력업체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노조가 돈만 밝힌다는 식의 비판이다. 이런 식의 비판들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르노삼성 노조는 현재 '돈도 필요없다'는 입장이다. 파업 장기화의 본질이 노동조건 개선에 있기 때문이다.

당초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안은 기본급 10만 667원 인상이었다. 노조 조합원 2301명 중 600명 이상이 최저임금을 밑도는 기본급을 지급받고 있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최소한의 인상분을 요구했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하지만 사측은 '기본급이 올라가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기본급 동결을 제시했다. 대신 보상금·생산성 격려금·이익배분제·성과격려금을 일시 지급하겠다고 했고, 지난달 초 교섭에서 노조는 이를 수용했다. 노동조건 개선이 이들 요구의 본질이었기 때문이다.

적자에 시달리던 르노삼성은 2012년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2012년부터 현재까지 직원 수는 5746명에서 4126명으로 줄었다. 1600여명의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다. 직원이 줄고 생산량은 유지되는 상황에서 노동강도는 높아졌다. 애초에 르노삼성은 1개 라인에서 7개 차종을 만드는 혼류생산도 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강도가 높은 편이었다.

그 사이 회사는 경영을 회복했다. 르노삼성은 2013년 흑자전환 이후 현재까지 흑자를 이어오고 있다. 2014년부터 르노삼성의 매출상승률이 크게 증가했으며 2017년에는 401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13년 1인당 매출액은 6억 8천만원이었던 반면 2016년 1인당 매출액은 14억 8천만원으로 증가했다.

그럼에도 신규 고용은 발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높아진 노동강도를 견디지 못하고 나가는 직원이 발생하면 사측은 이 자리를 외주 용역화와 강제 배치전환으로 메웠다.

노조는 이 지점에서 고용 안전을 위한 장치를 요구한다. 현재는 인력 재배치나 아웃소싱 등의 결정권한이 사측에 있다. 이를 단체협약을 통해 노조의 동의가 필요한 합의 사항으로 만들자는 게 노조 측 요구다. 신규 고용 문제의 해결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인사경영권에 해당하는 사용자의 고유권한으로 이를 합의사항으로 전환하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르노삼성 노조가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국내 자동차업계 노조들의 행보와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노조는 2011년 회사의 경영난 극복을 위해 사측과 희망퇴직에 합의했고, 2016년부터는 국내 완성차업체 최초로 사측과 합의하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