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극장가는 극심한 봄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 가운데에도 세월호 유가족의 아픔을 그린 영화 <생일>이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그러나 1위라지만 총 관객수는 100만 명에도 못 미치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은 많은데 정작 흥행이 되지 않고 있다. 그것은 외면이 아니라 주저 때문일 것이다.

영화 <생일>은 전도연과 설경구, 연기 잘하는 두 배우가 출연했지만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서 말하기가 꺼려지는 영화이다. 영화인데도 영화로 볼 수가 없는 이유 때문이다. 영화 <생일>을 본다는 것은 그저 극장에 가는 일 이상의 무게를 감당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러 극장까지 가는 일이 쉽지 않았다는 말들이 많다.

영화 <생일> 스틸 이미지

그 아픔과 슬픔을 함께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누구보다 공감하기에 생기는 어떤 주저함일 것이다. 영화 <생일>은 세월호 참사 2년 뒤 어떤 부모와 한 아이 그리고 그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다큐가 아닌 극영화지만 많은 부분들이 실제에 근거하고 있고, 감독이 만들어낸 것이라 할지라도 순전히 허구라고는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물론 <생일>의 모티브는 현실에서 비롯되었다. 돌아오지 않는 아이들의 생일을 차리는 것은 이 영화의 각본을 쓴 이종언 감독의 세월호 유가족 취재과정의 경험이었다. 이종언 감독은 실제로 유가족들의 생일모임에 참석해 너무 울어서 온 몸의 수분이 다 빠져나가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실제 생일모임은 3시간 정도 한다고 한다. 그 시간 동안 울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을 테니 이해가 간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영화에서 생일모임은 20분 정도이다. 옆사람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울 수 있는 시간이다. 너무 울면 안 되겠다 싶어 마음 다잡으려 참았더니 눈이 아닌 코로 눈물이 흘러 더 못할 짓이 돼 버렸다.

영화 <생일> 스틸 이미지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아마도 이 모든 에피소드들이 실제의 경험인지 아니면 감독의 구성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질 것이다. 혹은 설마 저렇게까지 했을까 싶은 장면도 있을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16일 YTN <변상욱의 뉴스가 있는 저녁>에 이종언 감독이 출연해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생일을 어렵게 준비하던 중에 아버지(설경구)가 공항 출입국관리소를 찾아가 텅 빈 아들의 여권에 도장 하나만 찍어달라고 통사정하는 장면이 있다. 슬프기는 했지만, 또한 영화적으로는 이해가 됐지만 실제로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심(?)도 없지는 않았다. 이종언 감독은 이 에피소드가 실제였음을 말해주었다.

YTN <변상욱의 뉴스가 있는 저녁> (인터뷰 영상 갈무리)

영화를 보면서 들었던 감독의 무리한 상상이 아니었나 의심했던 오만을 반성케 했다. 아이를 잃은 부모들의 반응은 직접 겪지 않은 타인으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한계를 넘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도연이 연기한 수호엄마는 우리가 잘 몰랐던 유가족의 캐릭터이다. 그래서 좀 낯설기까지 하다. 또 그래서 이 영화를 볼 이유가 된다고도 할 수 있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다 알지 못했던 깊은 아픔을 발견하게 해준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영화 <생일>은 보고 싶지만 극장을 찾기까지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보고나면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켰다는 작은 보람도 얻을 수 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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