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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블랙리스트 시발점은 윤도현 하차였다"2008년 이병순 사장 취임 직후 첫 개편서 이유없이 TV·라디오 동시 하차…국정원 개입 의혹도
송창한 기자 | 승인 2019.04.17 15:57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2008년 KBS가 가수 윤도현 씨를 석연치 않은 이유로 TV와 라디오에서 동시 하차시켰으며 이 과정에 국정원의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KBS 진실과미래위원회(위원장 정필모, 이하 KBS 진미위)는 "이 일은 이후 지속적으로 발생한 특정인들에 대한 출연 배제,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의 시발점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며 "여러 정황들을 종합해 볼 때  윤도현의 하차는 국정원이 개입해 KBS 상층부의 협조를 통해 급박하고도 비밀스럽게 실행되었을 개연성이 있다"고 결론냈다.

KBS 진미위는 지난 2일 제11차 정기위원회를 열고 'TV·라디오의 특정 진행자 동시 교체 사건' 조사보고서를 채택·의결했다. 2008년 8월 정연주 사장이 해임된 후 이병순 사장이 취임하면서 가을 개편과 함께 윤도현 씨가 TV·라디오에서 동시 하차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국정원의 개입 정황이 보인다는 내용의 보고서다. 

KBS 2TV '윤도현의 러브레터' 2008년 11월 14일자 마지막회 (사진=KBS)

윤도현 씨는 2008년 5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문화제에 참석해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이후 윤 씨의 이름은 '좌파 연예인 33명 국정원 문건 명단', '국정원 문예계 주요 좌성향 인물 현황'(249명), 국정원 개혁위 발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82명' 등 수 차례에 걸쳐 '이명박 정권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윤도현 씨는 당시 방송 프로그램 <윤도현의 러브레터>, 라디오 <윤도현의 뮤직쇼>를 진행하고 있었다. 윤 씨는 2008년 10월 두 프로그램 제작진에 프로그램 진행을 그만 하겠다고 하차 의사를 전달했다. 하지만 당시 두 프로그램 제작진은 윤도현의 하차를 만류했고, 개편과 관계없이 프로그램 진행을 이어가는 것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KBS는 2008년 10월 29일 TV와 라디오에서 모두 윤 씨를 하차시켰다. 진미위 조사 결과 당시 예능 1팀장과 2FM팀장은 윤 씨의 하차를 제작진에 지시하거나 윤 씨 기획사로 직접 통보했다. 이번 진미위 조사에서 당시 2FM팀장은 라디오 본부장에 의해 하차를 통보했다고 진술했다. 

윤 씨의 하차 이유는 석연치 않았다. 일례로 당시 라디오본부의 공식 해명은 '제작비 절감'을 위한 진행자 교체였는데 후임은 외부인사인 개그맨 서경석 씨가 맡았다. 게다가 TV·라디오 모두 윤 씨의 하차의사에도 불구하고 이를 설득해 윤 씨를 유임시키기로 결정한 상황이었다. KBS 진미위는 "후임 진행자가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지명도가 높은 MC를 갑자기 교체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TV와 라디오에서 같은 날 하차가 통보된 것 역시 석연치 않다"고 밝혔다. 

KBS 진미위는 윤 씨의 하차 과정에서 국정원의 개입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냈다. 국정원은 2011년 7월 작성한 'MBC 좌편향 출연자 조기퇴출 확행' 보고서에서 블랙리스트 연예인들의 퇴출 시기와 방법 등을 세세하게 언급했다. 문건에서 윤 씨는 '8월 교체 예정'이었는데, 실제 윤 씨는 그해 9월 MBC라디오 <2시의 데이트 윤도현입니다>에서 하차했다. 

다만, 2008년 윤 씨의 KBS 프로그램 하차와 관련해 국정원 개입이 드러난 바는 없다. 그러나 KBS진미위는 지난 2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백서'에서 이 같은 정황을 찾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백서는 2010년 11월 1일 국정원의 '좌파 연예인 활동실태 및 관리방안' 문건을 소개하고 있다. 이 문건에서 국정원은 김제동·윤도현 등에 대한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제재'와 그 결과를 언급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취임한 2008년 2월부터 해당 국정원 문건이 작성된 2010년 11월 사이 윤 씨에게 가해진 직접적 불이익 조치는 2008년 KBS TV·라디오 동시 하차가 유일하다는 지적이다. 

진미위는 "국정원 문건에서 말하고 있는 '직접제재'는 윤도현 등의 진행자 강제 하차에 외부의 권력이 2008년부터 개입해왔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08년 8월 KBS TV와 라디오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하차한 인물들은 윤 씨 외에도 시사평론가 정관용 씨(TV·라디오 동시하차),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 배우 정한용 씨, 개그맨 김구라 씨 등이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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