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차명진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본질을 넘어서는 세월호 막말로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조선일보 또한 세월호 참사 추모 주기마다 '정치 이용'을 멈추라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중단하라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진상규명을 통해 더 이상 밝힐 것이 없으므로 이를 주장하는 것은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세월호의 침몰원인, 인명구조 실패원인, 그에 따른 책임자 처벌 등 진상규명이 사고 발생 5년이 지난 지금도 제대로 이뤄진 바 없지만 조선일보의 '세월호 정치 이용' 프레임은 반복되고 있다. 세월호를 정치에 이용하는 것은 누구인지 의문이다.

조선일보는 17일 사설 '세월호 참사 5년, 우리 사회 더 안전해졌나'에서 "어린 학생들을 포함해 304명의 꽃다운 목숨이 스러져간 사고였다"면서도 "억지에 가까운 의혹들이 여전히 횡행하고 또 '책임자'들을 처벌하겠다고 한다. 세월호를 정치에 이용하려는 미련을 버릴 줄 모른다"고 썼다. 15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 여야 정치권 일부 등에서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아 재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던 것을 고려하면 유족들과 일부 정치권을 싸잡아 비난한 것이다.

[사설] '세월호 참사 5년, 우리 사회 더 안전해졌나'. 조선일보 4월 17일자. 오피니언 35면.

아울러 조선일보는 "전 대통령이 탄핵된 날 세월호 현장으로 가 방명록에 '고맙다'고 썼던 대통령은 어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철저히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고맙다"는 글자를 '대통령이 되게 해줘서 고맙다'는 식으로 풀이하고, 이를 통해 마치 문 대통령이 그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조하고 나선 것처럼 그려냈다.

그러면서 "세월호는 불법 증축과 평형수 부족, 부실한 화물 고정, 운전 실수가 겹쳐 침몰했다. 사고 이후 3년간 검찰 조사, 국정조사, 특조위 조사, 법원 재판을 통해 확인된 사실"이라며 "그런데 지난해부터 다시 '2기 특조위' 조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4주기 당시에도 조선일보는 "정치 이용은 할 만큼 하지 않았나"라며 유가족과 정권 등을 다그쳤다. "세월호 이후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인명 사고가 어느 정도 숫자가 넘으면 무조건 '정치화'되는 이상 현상이 시작됐다는 것"이라며 "여행객들이 해난 사고를 당한 일을 정치 문제로 만들어 지금까지 우려먹는 정권은 그 부채 의식 때문에 낚싯배 사고에 묵념하는 과잉쇼까지 벌였다"는 게 당시 조선일보 사설이다.

과연 '모든 게 다 밝혀졌다', '유족들과 정치권 등이 세월호 진상규명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식의 주장은 사실일까.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침몰 원인, 구조 실패원인, 재난컨트롤타워였던 청와대의 책임 방기 등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있다.

우선 진상규명의 시작점이 되는 침몰원인부터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참사 여섯 달만인 2014년 10월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세월호 침몰 원인으로 화물 과적, 무리한 선체 개조, 조타수 운전 미숙 등을 꼽았다. 조선일보가 언급하는 '증명된' 침몰 원인이다.

그러나 2015년 대법원은 관련 상고심에서 조타 미숙을 단정할 수 없다며 조타수 조 모씨의 업무상 과실 혐의를 무죄로 판결했다. 2017년 출범해 지난해 8월 활동을 종료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역시 '내인설'과 '외인설' 등 두 가지 침몰 가능성만을 제시했을 뿐 침몰 원인을 결론내지 못했다. 조사와 재판 등으로 현재까지 증명된 사실은 '침몰 원인을 아직 모른다'이다.

침몰 원인마저 제대로 밝히지 못한 주된 이유로 이전 정권 차원의 조사 방해가 꼽히고 있다. 15일 경향신문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세월호 테스크포스(TF)의 법정 기록자료'를 분석한 보도에 따르면, 과거 청와대는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해양수산부 관료들과 모의해 사실상 특조위 해체를 위한 대응 TF를 꾸렸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에서 생존 학생인 장애진 양이 기억편지를 낭송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른바 '박근혜 7시간'으로 불리는 세월호 참사 당시 박 전 대통령의 행적 역시 지난해 검찰 수사 결과로 일부 사실이 드러났을 뿐이다. 검찰 수사 결과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은 10시에 상황보고서 1보 초안을 전달받았다. 이 보고서는 10시 20분 관저에서 수면 중이던 박 전 대통령의 침실 앞 탁자에 올려졌다. 기존에 박 전 대통령의 청와대가 '이것이 팩트'라며 주장한 내용들이 날조됐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로 드러난 것이다.

또한 검찰 수사결과에 따르면 김장수 전 실장의 후임인 김관진 전 실장은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의 '국가안보 실장이 국가 재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는 조항을 인턴을 시켜 삭제했다. 김장수 전 실장은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고 발언한 바 있는데 향후 문제가 될 것을 고려해 김관진 전 실장이 조항을 삭제했다는 의혹이다.

이전 정권에서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역임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 압력 행사 의혹이 제기된다. 유가족들과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황 대표가 법무부 장관 시절 해경에 대한 수사에 압력을 행사, 직권으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빼라'고 지시해 범죄를 은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해경은 왜 당시 사고 현장에서 방치에 가까운 구조활동을 했는지,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대기 방송은 어떤 경위로 이뤄졌는지, 승객 구호 없이 자신들만 탈출한 선원들이 사고 발생 후 30분이 넘는 시간동안 무엇을 했는지, 당시 언론의 최초 보도와 오보들은 어떻게 이루어진 것인지 등 규명된 진실이 거의 없을 정도다.

한편, 단원고 생존자 장애진 씨는 16일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에서 "언론과 국가에 묻고 싶은 말이 있다"며 "피해자와 가족들은 위로와 치료를 받아야 하는 대상인데 왜 왜곡된 얘기로 피해자들이 더 상처 입게 만들었나. 왜 피해자가 스스로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밝혀내야 하나. 피해자가 외쳐야 하는 세상을 누가 만들었나"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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