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SBS미디어홀딩스와 SBS 고위관계자들이 사석은 물론 공석에서 “임명동의제를 깨겠다”고 말해 SBS 사유화 논란의 전모를 드러내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최근 사측 고위 인사들의 입에서 ‘SBS 임명동의제를 깨겠다’는 발언이 공공연하게 나왔다”면서 “해당 발언은 SBS를 완전히 대주주와 태영건설의 뜻대로 좌지우지하겠다는 방송 장악 시나리오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2017년 10월 SBS 노사는 한국 방송사 최초로 사장 임명동의제 도입을 합의했다. SBS 사장은 재적 인원의 60% 이상이 반대하면 임명할 수 없다. 편성·시사교양 책임자는 각 부문 인원의 60%, 보도 책임자는 해당 부문 인원의 50% 이상이 반대하면 임명할 수 없다는 핵심 골자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288호 노보)

16일 발행된 SBS노보 288호에 따르면 사측 고위 인사들은 경영위원회에서 사장, 보도·시사교양·편성 최고책임자에 대한 임명동의제를 깨겠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SBS본부는 “SBS의 대주주인 SBS미디어홀딩스의 고위관계자는 물론 SBS 임원들도 지난주 이 같은 발언을 공석·사석에서 내놓았다”면서 “이 같은 폭탄 발언들은 지난주 범SBS비상대책위원회와 노동조합이 태영건설의 방송 사유화 사례들을 연속 고발한 뒤에 잇따라 나왔다”고 밝혔다.

범SBS비대위는 태영건설의 SBS 장악 시도에 맞서 투쟁을 벌이고 있다. 앞서 SBS미디어홀딩스는 SBS에 경영권을 넘기기로 한 자회사 콘텐츠허브의 이사진을 교체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최상재 전 SBS 전략기획실장은 지난달 28일 SBS 이사회에서 "윤석민 회장이 콘텐츠허브 이사회에서 SBS 측 인사를 완전히 배제하라고 직접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최상재 전 실장의 폭로가 있던 날, SBS 이사회는 최 전 실장을 보직 해임하고 윤석민 회장의 최측근이라 평가받는 이동희 경영본부장에게 자산개발·경영관리 기능을 맡기는 조직개편안을 의결했다.

이에 SBS본부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태영그룹의 SBS 사유화 시도를 폭로했다. SBS본부에 따르면 콘텐츠허브는 이재규 태영건설 부회장의 가족기업인 뮤진트리에 200억 원에 달하는 일감 몰아주기를 했다. 또 SBS본부는 태영건설의 전무 아들이 콘텐츠허브에 부정취업을 한 사실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SBS본부는 “(윤석민 회장은) SBS 구성원들은 물론 국민과 시청자들에게도 큰 충격을 안긴 ‘뮤진트리 사익편취’, ‘태영건설 전무의 고용세습’ 같은 충격적인 실태에 대해 사과나 반성은 고사하고 방송독립과 독립경영의 상징과도 같은 제도적 장치를 허물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면서 “임명동의제 파기 발언은 결국 윤석민 직할 체제의 완성을 위해 마지막 남은 장애물을 해체해 버리겠다는 확실한 속내를 여과 없이 드러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SBS본부는 “SBS 노사는 임명동의제도를 방송통신위원회 2017년 지상파 방송 재허가 심사에 제출했다”면서 “임명동의제도는 사회적으로 공증 절차를 거친 SBS 독립경영을 보증하는 대국민 약속”이라고 설명했다. SBS본부는 “비상대책위를 중심으로 한 SBS 구성원들은 얄팍한 계산과 어설픈 협박으로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자들에게 끝까지 책임을 묻고 수렁에 빠진 SBS 독립경영 체제를 다시 바로 세워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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