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중앙일보의 칼럼 내용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의 사설과 대동소이한 것으로 확인됐다. 월스트리트저널 사설과 중앙일보 칼럼에 인용된 세부적인 사례, 통계와 서술 순서가 모두 일치한다. 중앙일보가 월스트리트저널 사설을 베껴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현재 중앙일보는 해당 칼럼을 삭제한 상태다.

▲중앙일보 4월 12일자 <뉴욕의 최저임금 인상 그 후> 칼럼

12일자 중앙일보는 29면에 심우재 뉴욕특파원의 <뉴욕의 최저임금 인상 그 후> 칼럼을 게재했다. 미국 뉴욕시의 최저임금 인상이 서민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해당 칼럼이 미국 언론 월스트리트저널의 7일자 사설 <Hidden Costs in the ‘Fight for $15’> 내용과 대동소이 한 것으로 확인했다. 월스트리트 저널 사설에서 나온 사례와 통계가 중앙일보에 나온 사례, 통계와 내용이 모두 같았다. 특히 인용된 사례, 통계의 서술 순서까지 같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설 도입부에 뉴욕시의 최저 임금 인상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언급했다. 11명 이상의 근로자를 둔 기업의 최저임금은 지난해 13달러에서 15달러로 인상됐다는 내용이다. 또 팁을 받을 수 있는 직원의 경우 최저임금이 10달러지만, 팁을 포함하면 최저임금이 15달러 이상이라는 설명도 있었다.

이는 중앙일보 칼럼의 도입부와 유사하다. 중앙일보는 “올해 들어 11인 이상이 근무하는 사업장에서는 고용인이 근로자에게 15달러(약 1만7000원)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 레스토랑에서 팁을 받는 홀 종업원은 최저시급이 10달러이지만, 이는 팁을 합치면 15달러 이상이라는 계산에 근거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월스트리트저널은 노동 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 자료를 인용해 1월 뉴욕시 고용이 전년 대비 3.7 % 감소했다고, 고용증가율이 2%지만 레스토랑 직원이 167900명에서 최저임금 인상 후 161700명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역시 “최저임금이 15달러로 오른 지난 1월 패스트푸드점을 제외한 풀서비스 레스토랑의 일자리 수가 지난해 1월에 비해 3.7% 줄었다. 뉴욕시 전체적으로 전년 대비 고용증가율은 2%였지만, 레스토랑 일자리는 반대로 달린 것”이라면서 “실제 미 연방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6만7900개이던 레스토랑 일자리 수가 1년 만에 16만1700개로 줄었고, 2월에는 16만1000개로 계속 감소세”라고 말했다. 이용된 통계가 똑같은 것이다.

이어진 내용 역시 비슷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뉴욕시서비스업연맹(New York City Hospitality Alliance) 조사 결과 레스토랑 47%가 높은 노동 비용 때문에 일자리를 없앨 계획이다 ▲레스토랑 4곳 중 3곳이 직원 근무 시간을 줄이고, 87%는 메뉴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미국경제연구원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 대상에 포함된 16세에서 24세 사이의 청소년들 범죄율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의 칼럼 내용 역시 같은 통계·순서로 이어진다. 중앙일보는 “지난달 뉴욕음식업서비스협회가 324개의 레스토랑 업주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곳 중 3곳이 직원 근무 시간을 줄일 계획이라고 응답했다”면서 “조사 대상자의 절반 가까운 47%가 올해부터 일자리를 일부 없앨 계획이라고 답했고, 87%는 메뉴 가격을 올리겠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는 “미 경제연구청이 발표한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다”면서 “1998년부터 2016년까지 최저임금 인상이 범죄율에 미친 영향을 조사했는데, 16∼24세 연령층에서 사기·횡령·배임 등 재산범죄가 크게 늘었다. 숙련도가 떨어지는 이들 연령층에게까지 최저임금 인상의 수혜가 미치지 못하면서, 이들의 불만이 재산범죄로 이어졌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마지막 문단에서만 월스트리트저널 사설과 차이를 보였다. 중앙일보는 “위정자들이 최저임금을 올리면서 사회 약자에게도 경제적 도움의 손길이 미치길 기대했겠지만, 실제 그 효과는 오히려 일자리 수를 깎아먹는 원인이 됐고 범죄자 양산으로 이어진 것이다. 세상에 공짜점심은 없는 법이다”라고 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 사설에 나온 통계, 사례를 인용했다면 인용구라도 넣었어야 한다"며 "독자들은 기자가 연구하고 분석하고 통계를 찾은 것으로 이해할 것이다. 독자를 속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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