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20대 전반기 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식물 상임위’라는 오명을 썼다. 전반기 국회에서 과방위에 접수된 안건 524건 가운데 처리된 것은 102건으로 19.4%의 처리율에 그쳤다. 후반기에도 과방위는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 등 주요사안에 대해 여야는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해 11월 발생한 KT 아현지사 화재 청문회에 합의하고도 일정 협의가 지연된 끝에 4월 17일에서야 청문회를 열기로 한 상태다. 미디어스는 민주평화당 소속 김경진 의원을 만나 과방위 주요 사안과 정계개편, 사법개혁 등과 관련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 (연합뉴스)

Q. 과방위는 전반기 국회에서 식물상임위라는 오명을 썼다. 후반기에도 여전히 각종 쟁점이 발생하면서 공전하는 분위기다

A. 가장 근본적인 건 공영방송 지배구조 문제다. 방송 관련 이슈 때문에 충돌이 많이 발생하고, 그것 때문에 상임위가 제대로 돌아가지 못했다. 방송법 개정안이 큰 틀에서 해결되면 각 분야에 걸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단기적으로 보면 최근에는 KT 청문회 관련 문제도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인사청탁 수사 문제가 걸려있다 보니 국지적으로 먹구름이 끼어있는 상태다. 17일 청문회가 끝나면 상황이 다소 호전되지 않을까 싶다.

더 큰 틀에서는 정치구조가 워낙 승자독식이라는 점이 있다. 국회에서 장관을 추천하거나, 의원내각제가 도입이 돼 국회의 권한이 강화되고 여야 협치가 이뤄지면 이런 식의 극한대치가 없어질 것으로 본다. 단기적으로 KT, 중기적으론 공영방송 지배구조, 장기적으론 정치구조라고 본다.

Q. 생각하는 해결책은 무엇인가

A. 먼저 장기적인 건 개헌이다. 일단 문희상 국회의장은 다음 번에는 국회에서 복수 추천하는 총리 후보를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을 말씀하셨다. 그러면 대통령에 권한이 집중되는 현상이 완화될 것이고, 근본적으로는 개헌을 해서 의원내각제를 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워낙에 큰 문제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방송법 문제는 2016년 박홍근 의원이 냈던 안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안이 아닌가 싶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과방위 곳곳에 불씨가 남아있는 것이다.(박홍근안 : 2016년 7월 당시 야당 의원 162명이 공동발의한 방송법 개정안. 공영방송 이사회를 13인으로 하고 여야 7대6으로 구성, 사장 추천 시 2/3 이상의 찬성을 받도록 하는 안)

그런데 해결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민주당이 할 생각이 없다. 이게 쟁점사안으로 유지되면 해결 전까지는 기존 법이 적용된다. 기존 법은 집권세력에게 전적으로 유리하게 돼 있는 구조이지 않은가. 민주당 입장에서는 법을 개정하면 새 판을 짜야하는데, 제가 보기엔 지금 상황에선 개정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

Q. 최근 공영방송 지배구조 논의를 보면 민주당은 시민자문단을 구성해 사장 추천에 반영하자고 하는 입장이고 자유한국당은 박홍근안 원안을 주장하고 있다

A. 시민자문단이 실질적인 의사결정을 한다면, 이 시민을 누가 어떻게 선정할 지가 관건이 된다. 자기편 시민을 자문단에 넣기 위해 물밑 투쟁이 벌어질 것이다. 이러면 논란의 영역이 국회 안에 있던 것이 각종 언론 유관 학회, 시민단체 등으로 산발적으로 벌어질 수 있다. 만약 시민이 하더라도 정당에서 배후조종하려는 시도가 있을 우려도 있다. 그래서 박홍근안이 좋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 전인 공영방송 지배구조 논의 당시에 한국당 측에 박홍근안을 받으라고 설득했었다. 한국당이 받겠다고 하면 민주당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런데 한국당이 거부했다. MBC 김장겸 전 사장을 2017년 지방선거까지 끌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 자리를 지켜주기 위해 방송법 개정을 거부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한국당의 태도는 국가의 문제를 해결하고 정당의 방향을 잡는 데도 도움이 안 되는 태도라고 본다.

Q. 단기적인 문제로 KT청문회를 거론했는데 한국당은 KT청문회를 화재에 국한해 진행하자고 하고 있다

A. 제한을 둔다고 해도 제한할 방법이 없을 뿐더러, 상시 국회를 지향하자고 하는 것은 여야가 일치한다. 회의를 열면 아무때나 긴급현안질의를 해왔다. 그건 야당도 장관 인사청문회 때도 하고 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의제를 화재에 국한할 필요가 있는가. 그건 한국당이 자신들에게 제기된 의혹을 덮으려고 하는 것으로 본다.

Q. 유료방송 합산규제도 과방위의 쟁점 중 하나다

A.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합산규제가 없다면 한두 군데가 캐리어를 독과점하게 될 우려가 있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업체들 입장에서는 생태계의 쏠림현상이 심해지면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콘텐츠 프로바이더 입장에서는 다양한 플랫폼이 있어야 숨통이 열리니 반드시 캐리어가 쪼개져 있어야 한다. 따라서 합산규제는 반드시 필요하고 일몰이냐 아니냐를 두고 논의를 할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유지돼야 한다.

다만 KT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스카이라이프는 계속 적자를 내고 있고 KT가 이 적자를 메꿔주는 구조다. 그런데 스카이라이프와 묶여 합산규제가 이뤄지면 KT는 적자를 내면서도 사업 확장을 할 수 없게 된다. 스카이라이프에 대해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Q. 스카이라이프를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가

A. 한국은 인터넷 대부분이 무선인터넷이 아니라 케이블을 통한 와이어인터넷이다. 스카이라이프는 한국 현실에서 계륵일 수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 통일이 됐을 때, 또는 통일 전이라도 북한의 전파가 개방됐을 때, 한중러 삼각지대에 전파를 쏠 때 등 필요한 곳들이 있다. 이런 사안에 비춰보면 스카이라이프는 주식회사로 갈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세금을 투여할 부분이라고 본다. 그런데 지금 스카이라이프는 사기업이고, 주식을 KT 등 몇 군데가 갖고 있는데 구조조정을 통해 해소하는 게 맞다. 국가의 돈이 들어가든지, 국가가 스카이라이프의 주식을 취득하든지 뭐든 공적 형태가 돼야 한다고 본다.

Q. 평화와 정의 교섭단체 구성이 난항을 겪고 있다

A. 저는 정의당과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않는 게 맞다고 본다. 교섭단체라고 하는 건 각 상임위나 국회 본회의 운영과 절차를 합의하기 위해 구성하는 것이다. 원내대표와 상임위 간사의 역할이 그렇다. 평화와 정의 교섭단체 시절에 과방위 간사를 했었다. 물론 간사회의에 들어가고 이것저것 요구하면 더 얻어낼 수 있는 게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국회 상임위가 20개 가까이 되고 의원이 20명이면 1인 간사로 활동을 하는데, 그것이 국회 운영에 과연 도움이 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상임위마다 위원 2~3명이 있었던 국민의당 시절과 다르다.

Q. 바른미래당 호남계 의원들이 민주평화당과 합칠 수 있다는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안다

A. 저는 과거 국민의당이 표방했던 중도적 가치의 의미가 분명히 있다고 본다. 국민의당이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으로 쪼개지기 전까지 민주당과 한국당 중간에서 합의도 시키고 타협점을 도출하려는 노력이 분명히 있었다. 나쁘지 않은 흐름이다.

다만 지역적 관점에서 호남은 바른미래당에 대한 비토정서가 있다. 바른미래당 일부와 합친다고 했을 때 지역 민심이 어떨지는 걱정이다. 민주평화당은 호남에서 민주당 만큼은 아니지만 경쟁력이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군수를 5명이나 배출했다. 반면 바른미래당은 한 명의 기초자치단체장도 배출하지 못했다.

Q. 좀 전에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빠질 수 없는 게 선거제도 개혁 논의다

A. 최근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패스트트랙에 태우자는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고 본다. 적어도 330일이 필요하다. 지금 패스트트랙에 태운다고 해도 330일이면 내년 3월이다. 내년 총선은 4월 15일이다. 현실적으로 21대 총선 전에 선거제도 개혁은 어렵다고 본다.

사실 올해 1월부터 선거제도 개혁에 정말로 뜻이 있다면 지금 당장 패스트트랙을 태워야 한다는 의견을 수차례 방송에서 얘기했었다. 패스트트랙을 태워놓고 합의가 되면 곧바로 본회의 표결 가능한 상태가 된다. 정개특위, 법사위, 본회의 거치면서 표결 전 마지막 순간까지 수정안을 낼 수 있다. 그런데 3월 돼서야 패스트트랙에 태운다는 얘기가 나오고, 이마저도 무산됐다. 시기적으로 어려워졌다고 생각한다.

Q. 검사출신으로 문재인 정부의 사법개혁, 핵심으로 거론되는 공수처에 대한 의견은 무엇인가

A. 제 의견은 ‘최소한의 공수처’다. 지금의 사법 시스템이 현재 사회에 최적화 돼 있다고 본다. 물론 문제가 없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검찰 내부의 자정기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경찰이 잘못하면 검찰이 수사하면 된다, 그러나 검사나 검찰 수사관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경찰이 수사하려고 하면 검사의 수사 지휘를 통과해야 한다. 공수처를 만들어놓으면 경찰이 검찰을 사정하고 싶으면 검찰을 거치지 않고 공수처 검사를 통해서 법원으로 가면 된다. 저는 딱 이 범위 내에서만 공수처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머지 국회의원, 장관 등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까지 공수처가 맡는 것은 사정기능의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 공수처를 통해 저 부분을 검찰과 분리를 하겠다는 얘기인데, 실제로 사건을 맡아 수사를 해보면 사건 요소요소에 수사첩보들이 들어가 있다. 수사 실무가 이런데 공수처에서 똑 떼어내서 공직자 비리만 전담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사정기관의 수사역량이 약화될 수 있다. 저는 오히려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수사를 담당하게 되면 오히려 고위공직자들이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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