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처벌 조항에 대한 위헌 청구 심판에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낙태죄를 규정한 지 66년만의 결정으로 국회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법을 개정해야 한다. 헌재는 '임신 22주' 내외 도달 전 시기를 낙태 허용 기간으로 보았는데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구체적 허용기간을 정하는 것은 국회 몫으로 돌아가게 됐다.

헌재는 11일 "형법 제296조 1항, 제270조 1항 가운데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는 경우에 처벌하는 조항은 모두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한 산부인과 의사가 '낙태죄는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낸 데서 비롯됐다. '자기낙태죄'로 불리는 형법 296조는 임신한 여성이 낙태를 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동의낙태죄'로 일컬어지는 형법 270조는 의사 등이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아 낙태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관계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헌법 불합치'는 해당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지만 법의 공백이나 사회적 혼란 등을 우려해 국회에 법 개정 시한을 주는 결정이다. 이번 헌재 결정에 따라 국회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번 판결에서 총 9인의 헌법재판관 중 4인은 헌법 불합치, 3인은 단순 위헌, 2인은 합헌 의견을 각각 제출했다. 7명의 재판관이 낙태죄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여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한 것이다.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재판관 유남석, 서기석, 이선애, 이영진)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임신을 유지 또는 종결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사회관을 바탕으로 자신이 처한 신체적·심리적·사회적·경제적 상황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한 결과를 반영하는 전인적 결정"이라며 태아가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전의 출산 여부에 대해서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자기낙태죄 조항과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해 각각 단순위헌을 결정할 경우, 임신기간 전체에 걸쳐 행해진 모든 낙태를 처벌할 수 없게 됨으로써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생기게 된다"며 낙태 결정기간 등과 관련해 태아의 생명보호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실현을 최적화 할 수 있는 해법을 마련하는 방식의 개선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헌법불합치 판결로 국회가 법을 개정하게 되었지만 헌재가 '임신 22주'라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단순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이석태, 이은애, 김기영) 임신 22주 이후 낙태를 제한하는 게 맞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에 동의하면서도 '임신 제1삼분기'라고 불리는 기간, 즉 마지막 생리기간부터 임신 14주 무렵까지의 기간 동안에는 사유를 불문하고 출산 여부와 관련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즉시 보장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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