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유료방송 시장에 인수합병 바람이 불고 있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비전을 인수, SKT가 티브로드를 인수합병할 것이라고 발표한 가운데 자칫 방송의 지역성, 공공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날 토론회에서 개별SO 사업자들은 정치권에 IPTV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1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유료방송 M&A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발제에서 이상기 부경대 교수는 유료방송 M&A로 자친 지역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지난 2016년 SKT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논란과 달리, 최근 LG유플러스와 CJ헬로비전의 인수는 당연지사처럼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1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유료방송 M&A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박대출 의원실 제공)

이상기 교수는 "반대하는 입장에서 보면 방송의 핵심가치인 공익성과 다양성, 지역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며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쟁력이 강화된다는 게 M&A 찬성 측 주장인데 설득력이 있어 보이느냐"고 반문했다. 이 교수는 "가장 시급한 건 통신의 보편적 서비스와 방송의 공익성을 접목할 수 있는 규제철학을 세우는 것"이라며 "통신과 방송을 아우르는 이념과 철학을 먼저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기 교수는 권역을 폐지하고 전국단위 사업권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 "자칫 지역방송 소멸을 넘어 지방이 소멸될 수 있다"며 "과연 이렇게 지방이 사라져도 좋은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지역방송은 지상파의 사각지대"라며 "권역을 폐지한다고 하면 지상파도 함께 얘기가 돼야 하고 만약 IPTV가 SO를 인수한다면 뉴스를 허용할 것인지가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기 교수는 케이블방송들이 기존의 망 사업자 틀에서 벗어나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이 교수는 "케이블방송이 단순 망 제공자로 남아서는 미래가 불투명하다"며 "간단하면서도 격을 갖춘 고객 접점을 찾고, 가입자에게 프로그램을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구성하고, 콘텐츠를 제작하고 집적해 플랫폼 기업으로 비전을 갖고 도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차수 경남대 교수는 자본논리로 진행되는 IPTV와 MSO M&A 논의가 자칫 풀뿌리민주주의의 근간인 지역을 소멸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 교수는 "시장상황과 기술변화의 사업자 논리만이 존중되고, 정작 보호받아야 하는 시청자와 소비자의 권익의 측면, 즉 공공성은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차수 교수는 "케이블과 통신의 합병을 기술적이고 경쟁력 측면에서만 따지다 보니 케이블의 기본 존재 역무라고 하는 공공적 특성에 대한 요구나 필요 인식은 사라지고 있다"며 "케이블은 지역성이라는 시장에서 자본에 의해 위축됐지만 국가에 의해 필수적으로 보호받아야 하는 공공성을 서비스해왔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차수 교수는 "케이블 인수합병 논의가 국가기구에서 제대로 논의된다는 것은 공공성, 특히 케이블의 경우 지역성을 어떻게 유지하고 확대할 것인가, 지역성이 위축되거나 위험에 처하지 않는다는 최소한의 필수조건이 충족되는지를 우선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광역화, 전국화, 세계화의 자본논리를 앞세워 지역성을 혁신의 장애물로 정부가 나서서 얘기하는 거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풀뿌리민주주의 입장에서는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한오 금강방송 대표는 정부에 정책적 지원을 호소했다. 이 대표는 "지역 민방, 지역 신문 등 지역 언론이 고사하는 상황에서 개별 SO는 촘촘한 지역성을 구현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라며 "개별SO는 반드시 필요하며 오히려 역할을 더욱 잘할 수 있는 환경의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한오 대표는 지역사업권을 유지해 개별 SO가 지역에서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향후 지역성 구현의 중심은 개별 SO가 될 수밖에 없으므로 개별 SO가 시장 내에서 존속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IPTV의 MSO 인수 시 케이블 산업의 정체성, 지역성 및 다양성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인수 조건에 지역성을 명시해야 한다"며 "특히 통합방송법으로 동일규제 환경이 마련될 때까지 M&A 승인을 유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한오 대표는 공정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중소기업에 대한 배려는 없고 전부 자본논리"라며 "방송시장은 공공성과 공익성이 중요하데 자본논리의 잣대로만 보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대표는 "현재는 입법 미비 상황"이라며 "합산규제를 재도입하고 한 오너가 여러 사업권을 가졌을 때 종합 시장점유율을 고민해야 하고, 그때까지는 합산규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한오 대표는 IPTV사업자들의 과도한 마케팅으로 인한 불공정행위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 대표는 "명색이 전 세계 500대 재벌에 들어가는 사업자들이 현금을 뿌려대면서 음성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며 "걸리면 꼬리 자르고 과태료 내면 그만"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현금 마케팅은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이런 식이면 중소기업을 할 수가 없다. 불법적 현금 마케팅을 차단하는 법적 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는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과 전국개별SO연합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가 주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한진만 강원대 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이상기 부경대 교수가 발제, 강신욱 세종 변호사, 김정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산업정책과장, 안차수 경남대 교수, 이한오 금강방송 대표이사, 황근 선문대 교수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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