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 연합뉴스
KBS 이사회가 지난달 19일 의결한 수신료 인상안이 24일 방송통신위원회에 접수됐다. 그리고 2일 방통위 전체회의는 해당 안건에 대해 1시간가량 비공개회의를 진행했다. 수신료 논의 절차상 방통위는 KBS를 대신해 의견서를 붙여 인상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방통위의 의견은 물론 논의 방법, 관심이 아닐 수 없다.

언론 및 시민사회단체들은 KBS가 수신료를 3500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것에 대해서 단 10원도 올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뉴스 및 프로그램의 공정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주장이 깔려있다. 한편, 종합편성채널을 추진하고 있는 조중동은 KBS가 광고를 현행 유지하겠다는 것을 문제 삼고 있다. 이런 의견 대립을 떠나 수신료 인상은 시청자가 직접 부담한다는 측면에서 논의 공개의 필요성은 강조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2일 수신료 인상안과 관련된 방통위의 논의에서 어떤 발언들이 오갔는지 알 수 없었다. ‘비’공개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브리핑을 통해 “공개될 경우 공정한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비공개로 하게 됐다”며 “이해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기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수신료인상은) 2천만이 넘는 국민들에게 해당되는 내용이다”
“KBS는 국정감사를 받는 기관이다. 그런 기관의 경영 문제를 비공개로 하는 게 맞냐?”
“KBS의 경영사항을 보고 싶은 게 아니라, 상임위원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판단하는지를 보고 싶은 것이다. 다섯 분이 어떤 의견을 내고 결정과정으로 가는지를 알고 싶은 것인데 그것을 공개 못할 게 있냐”
“수신료는 국민들의 관심거리라는 점에서 위원들 발언이 떳떳하지 않은 것처럼 밖에 안 들린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국회와 같은데…”

이 과정에서 “원칙적으로 본다면 오늘 보고 과정도 의무는 아니다”라며 “방통위는 안을 만들어서 의결할 때만 한번 회의를 하면 되는 것인데, 절차를 조금 더 신중하고 투명하게 하기 위해 구태여 보고를 만든 것”이라는 방통위 관계자의 발언은 불만을 토로하던 기자들에게 기름을 붓는 격이 되기도 했다.

비공개 방침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들은 “각종 언론에서도 찬반이 극명하게 나타난 사안”, “초기 논의 과정에서 위원들이 어떤 입장을 보여줬을 때 추후 논의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상당 부분 KBS의 자체적 회사 비밀에 해당되는 부분들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민감한 사안일수록 공개적인 논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옳다. 또한 초기논의 과정에서 위원들의 발언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했는데, 그 같은 부담은 곧 ‘책임’이다. 국민을 대신하여 공적인 자리에 앉은 만큼 발언 하나하나에 신중함을 갖춰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이날 비공개로 보고된 내용은 김인규 사장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이 전부였다는 점에서 KBS 경영 비밀 보안은 핑계에 불과했다.

비공개 보고와 관련해 최시중 위원장을 비롯해 이경자 부위원장, 송도균·형태근·양문석 상임위원들 중 이의를 제기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점은 실망스럽다.

기자들의 질의가 계속되자 방통위는 “오늘은 비공개로 진행했지만 필요하다고 한다면 공개할 수도 있다. 서로 양해하자”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비공개 논란이 이것으로 끝날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방통위의 ‘비밀행정’은 언론 및 시민사회뿐만 아니라 국회에서까지 지적했다. 또한 방통위가 ‘정책’이 아니라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는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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