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사건이라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폭행 주장으로 시작된 이 사건은 언론에 의해 ‘동승자’에 대한 집중적인 의혹제기로 변질됐었다. 일각에서는 JTBC의 영향력을 해치기 위한 의도적인 흠집내기라는 시각이 있었다. 이제는 뜸해졌으나 이 사건의 의혹은 상당히 오랜 기간 뉴스 지면을 차지했다. 그러나 결과는 한국 언론의 황색저널리즘의 실체만 확인하게 해줬을 뿐이다.

이른바 손석희 사건의 전개에 있어 최악은 손석희가 과거 재직했던 대학을 찾아간 모 기자가 돌아다니며 “손석희 교수 재직 당시 미투 사건이 있었다는 제보를 받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는 사실이다. 기자가 궁금한 것이 제보에 대한 사실 확인이 아니라, 이에 대한 생각을 묻는 것부터가 비상식적이다.

손석희 JTBC 대표이사가 2월 17일 오전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행태는 단지 비상식적이라고 비웃고 끝날 일은 아니다. 근거 없는 범죄의혹에 대해서 특정인의 주변에 흘리는 것은 곧 악성루머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애초에 제보라는 것이 있었는지에 대한 강력한 의심이 들 수밖에 없으며, 소위 기자의 ‘취재’라는 것이 가해가 되고 것이다. 게다가 그 악영향을 모르고 한 것이 아니라 알고 노린 것이라는 의심 또한 피할 수 없다.

모처럼 언론도 칭찬 일색일 수밖에 없었던 강원 산불 대응에 대해서 이와 유사한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이 국회에서 터무니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국민이 (문재인 대통령) 지병설이다, 숙취 의혹이다 이런 얘기를 한다(이언주 의원)” “왜 문 대통령은 0시 20분에 회의에 참석했나. 술 취해 계셨나?(조원진 의원)” 당이 다른 두 야당 의원의 주장이 같은 것은 이에 대한 정보 소스가 다르지 않을 것을 짐작케 한다.

국회에서만 이런 의혹제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진성호 전 의원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도 같은 주장을 내놓았다. 언제나 그렇듯이 보수 야당과 보수 유튜버의 거의 동시적 의혹 제기가 진행되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강력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오보는 빠르고 치명적이지만 정정보도는 더디고 효과도 없듯이 이미 의혹 제기 자체로 또 다른 가짜뉴스가 만들어질 것이고, 그로 인한 거짓 인식에 대한 피해는 복구되지 못할 것이다.

5일 산불 화재 현장인 강원도 속초·고성에서 화재진압을 마친 소방차들이 본래 담당 지역으로 복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같은 현상은 한국에서 가짜뉴스가 만들어지고 확대재생산되는 전형을 보여준다. 국회의원이 주장하고, 이를 언론과 유튜브 등에서 사실 검증 없이 대서특필하고 과장하는 과정이다. 국회의원들은 어차피 면책특권에 의해 보호받고 있으며, 유튜브 등의 개인방송에 대한 법규정이 미비한 현실 속에서 ‘강력대응’의 기대효과는 작을 수밖에 없다.

건조한 날씨에 강풍까지 동반해 이번 산불이 대형 재난이 되어도 이상치 않을 조건에서 역대급 대응체계를 보였다는 칭찬을 받는 정부는 야당 의원들에 의해 공격을 받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은 분통이 터질 뿐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산불 발생 후 전국에서 즉각 출동한 소방차 872대의 행렬은 감동과 안도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와 함께 야당에 의해 저지되고 있는 소방직 국가공무원 전환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강원 산불은 국가의 재난대응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확인해주었다. 그러나 야당들은 엉뚱한 정쟁에 빠져 정작 다뤄야 할 사안을 외면하고 있다.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소방관들에 대한 당연한 보상이지만, 그 이전에 국가적 재난에 더욱 효율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조건이다. 이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국회 행안위에서 가짜질문이 판치고 있다. 곧 4월 16일이 된다.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반성이 없다면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