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4·3보궐선거 이후 바른미래당이 내홍에 휩싸였다. 선거 참패의 원인을 두고 바른정당계를 중심으로 손학규 대표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손 대표 책임론의 이면에는 바른정당계와 국민의당 호남계의 정계개편이란 목적이 숨어있다는 게 대다수 정치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관련기사 ▶ 바른미래당발 '보수연합' 정계개편 초읽기?) 결국 바른미래당의 '대주주' 안철수 전 의원과 유승민 의원의 행보가 키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명분 부족한 손학규 책임론, 목표는 정계개편?

지난 3일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경남 창원성산에 출마한 이재환 바른미래당 후보는 3.57%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지난 2016년 4·13 총선 당시 8.27%의 지지를 얻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선거결과를 받아 든 바른미래당은 내홍에 휩싸였다. 하태경, 이준석, 권은희 최고위원은 손학규 책임론을 제기하며 지도부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김관영 원내대표, 이찬열 의원 등은 이번 선거로 손학규 책임론을 거론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연합뉴스)

그러나 손학규 책임론의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바른미래당이 낮은 지지율에 그칠 거란 점은 예견된 결과였던 데다 사퇴 요구 의도에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보궐선거는 모든 지역구에서 선거가 펼쳐지는 국회의원 총선거와 달리 특정 지역구에 민심이 대거 반영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1, 2위 후보가 아닌 제3 후보가 선전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운 구조다. 게다가 창원성산 선거는 보수성향이 강한 영남이란 특성과 진보성향이 강한 노동자들이 다수 선거권자라는 특징이 동시에 존재한다. 최근 한국당의 정치공세까지 겹치면서 이러한 여론 양극화가 급속히 진행된 것이 사실이다.

현행 소선거구제는 전형적인 승자독식형 선거제도로 1등만 당선되는 구조다. 따라서 실제 지지 여부와 상관 없이 당선가능성이 높은 거대 양당으로 표심이 몰려 양당제를 형성하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선거제도 하에서 제3당이 살아남기는 어렵다. 지난 2016년 호남을 중심으로 불었던 안철수 바람으로 국민의당이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등 선전했지만, 일시적인 현상으로 볼 구석이 많다.

손학규 대표가 선거제도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며 지난해 12월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함께 단식에 돌입했고, 지난 1월 단식의 결과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적극 검토한다는 원내대표 합의문을 받아냈다. 현재 당내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반발로 패스트트랙 지정이 사실상 무산됐지만, 공적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재보궐 선거의 특성상 진보와 보수가 결집하면서 중간지대 정당들의 득표율이 낮아진 것"이라며 "손학규 대표가 아니라 누가 당 대표를 했다고 하더라도 지지율이 오른다거나 할 수 있는 성격의 선거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보궐선거 결과를 두고 손학규 대표에게 뒤집어씌워 내모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며 "리더십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선거제 개편 패스트트랙을 주도한 것 등은 공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당 대표로서 낙제점을 주는 것은 무리"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바른미래당 내에서 손학규 책임론이 제기되는 것은 결국 '정계개편'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 곳곳에서 제기된다. 바른정당계는 자유한국당과 보수통합을, 국민의당 호남계는 민주평화당과의 통합을 통한 호남 기반 강화를 준비한다는 분석이다.

손학규 대표는 책임론에 개의치 않고 당 대표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8일 손 대표는 "지금 (내가) 대표를 그만두면 누가 할 것인가"라며 "나를 끌어내리려는 사람들의 의도가 뭔지는 언론도 다 알고 있지 않느냐. 어떻게 한국당에서 나온 사람들이 당세를 모아 다시 (한국당과) 통합한다는 이야기를 하느냐.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손 대표 측근 관계자에 따르면 지명직 최고위원 2명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해 당 지도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왼쪽)과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연합뉴스)

안철수 복귀 가능성과 유승민의 딜레마

이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로 등장하는 게 바른미래당 지분을 나누고 있는 안철수 전 의원과 유승민 의원의 행보다. 지난달 25일 동아일보는 안 전 의원이 조기 복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동아일보는 바른미래당 안팎에서 "독일에서 체류 중인 안철수 의원이 6월에 조기 귀국해 내홍을 겪는 당의 전환점을 마련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고 보도했다. 다만 안 전 의원 측은 "그럴 계획이 없다"고 부인했다고 한다.

동아일보는 "안철수 복귀설 자체가 야권 재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며 "안 전 의원과 함께 바른미래당을 창당했던 유승민 의원도 최근 공개활동을 시작한 것이 맞물리면서,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보수 빅텐트론' '홍준표-안철수-유승민 등 지난 대선주자 연대설' 등도 고개를 들고 있다"고 여러 가능성을 보도했다.

안철수 전 의원의 행보가 보수통합에 무게를 실을 가능성이 높단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안 전 의원이 유승민 의원과 손잡고 다시 당권을 바라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안 전 의원의 최측근인 한 의원이 9일 안철수계 원내·외위원장들과 회동을 가질 예정인데, 회동의 의제가 손 대표의 거취에 관한 것이란 후문이다.

유승민 의원은 딜레마에 빠져있다. 바른정당계 의원들 다수가 한국당과의 보수통합에 기울더라도 유 의원의 한국당 복당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유승민 의원은 한국당 친박세력에게 '배신자' 낙인이 찍혀있는 상태다. 복당하더라도 지금까지 만들어온 대선주자로서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안철수 전 의원과 유 의원의 셈법이 다를 수 있다.

정계개편이 능사가 아닐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와 소선거구제 하에서 당선 가능성이 낮은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불안감이 가중되는 것은 이해가 되는 대목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제3지대론의 기본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특히 정계개편은 민심을 왜곡하는 인위적인 방식인 만큼, 이미 한 차례 정계개편을 치른 바른미래당이 또 다시 정계개편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라는 건 명분으로 유지가 되는 것인데 당내 권력투쟁 양상으로 흐르는 것은 국민의 입장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민이 만들어준 정당구조를 인위적으로 개편하는 건 민심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 이럴 때일수록 계파의 이해관계보다는 원칙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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