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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버전 스파이더맨? 파워레인져스? ‘샤잠!’의 히어로 성장기는 달랐다[미디어비평]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9.04.09 13:52

깡마른 몸, 창백한 피부, 이마에 칼자국 같은 흉터가 있는 11살 소년은 고아다. 위압적인 이모부와 냉정한 이모 슬하에서 짓궂은 사촌들에게 시달리며 계단 및 벽장에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었다. 그렇게 희망이 없던 소년에게 어느 날 찾아온 한 장의 초대장. 보잘 것 없던 소년은 하루아침에 '마법 학교'의 촉망받는 학생이 되어 세계를 구하게 된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가난한 소년, 그에게 찾아온 마법과도 같은 행운은 일찍이 <소공자>, <소공녀> 이래 고전적 클리셰이다. 이 고전적 서사는 시대에 따라 다른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되어왔다. 마술 지팡이와 함께 찾아왔던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물체를 공중에 띄우는 마법 주문)' 마법을 소환하여 한 시대를 호령하더니 이제 아예 히어로로 변신시킨다. 바로 <샤잠>이 그 주인공이다. 

영화 <샤잠!> 스틸 이미지

그런데, 히어로가 된 소년이 새로운데 어쩐지 새롭지 않다. 바로 마블의 막강 ‘소년 히어로’ <스파이더 맨>이 있기 때문이다. 이모할머니와 혹은 이모와 둘이 사는 고아 소년에, 그다지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까지 <샤잠>의 빌리와 <스파이더 맨>의 피터 파커는 비슷하다. 그렇게 비슷한 처지의 두 소년에게 찾아온, 뜻하지 않은 '마법 같은 기회'를 통해 히어로로 성장하는데 버전과 장르가 달라진다. 

<스파이더맨>이 다양한 시리즈를 통해 성장서사를 넘어 마블의 주인공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면, 덩치만 큰 어른이 되어버린 빌리와 그의 가족(?)들은 어쩐지 <파워레인져스>나 디즈니 아동물인가 싶은 '동화의 세계'에 여전히 천착해 있는 듯하니, 그 세계에 어우러지기 위해서는 <파워레인져스> 정도에 열광했던 시간으로의 역주행은 필수적일 듯싶다. 

히어로 간택의 바늘구멍을 통과한 소년

영화 <샤잠!> 스틸 이미지

<샤잠>의 시작은 뜻밖에도 '빌런'으로부터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히어로의 선택, 그 멀고도 어려운 길에 대한 이야기부터다. 아빠와 형에게 사사건건 무시당하는 어린 소년, 형이 비웃던 소년의 장난감은 뜻밖에도 소년을 마법사의 동굴로 데려간다. 히어로가 될 기회를 얻은 소년, 하지만 소년은 뜻밖에도 마법사의 지팡이 대신 악의 구슬에 현혹되는 바람에 히어로가 될 기회를 잃는다. 그리고 그렇게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유행병처럼 마법사에게 소환당한다. 마법처럼 찾아올 행운에 자신을 걸고 싶었던 소년. 하지만 마법사에게 팽 당하고, 사고를 당한 아버지와 형이 그걸로 더 자신을 무시하자, 소년의 자괴감은 그를 '빌런'으로 성장케 한다. 그 소년은 악의 구슬을 손에 넣기 이전에 '빌런'으로서의 필요조건을 갖춘 것이다. 

물론 또 다른 악의 가능성을 가진 소년도 있다. 어린 시절 엄마와 함께 간 놀이동산에서 엄마가 따서 준 나침반을 가지고서도 길을 잃었던 아이 빌리(애셔 엔젤 분). 그는 시간이 흘러 청소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그 나침반을 가지고 길을 잃은 어린 아이의 상태에서 성장하지 않은 채 엄마를 찾아 헤맨다. 덕분에 벌써 몇 번째나 위탁가정에서 '파양'된 형편. 그런 그에게 새로운 위탁 부모가 나섰다. 하지만 빌리의 달아난 마음에 새 부모와 형제들이 들어올 틈은 없다. 심지어 같은 방을 쓰는 프레디(잭 딜런 그레이져 분)의 소중한 물건을 도망 비용으로 쓰기 위해 슬쩍할 정도다. 그래도 프레디가 친구들에게 괴롭힘 당하는 건 두고 보지 못했던 빌리, 아니 그 와중에 등장한 '엄마'란 단어가 빌리의 상흔을 건드렸다.  

두 악동을 피해서 탄 지하철에서 빌리는 늙고 지친 위자드가 기다리는 히어로의 공간으로 순간이동을 한다. 꼭 빌리여서라기보다 이제 더는 진짜 히어로가 될 인물을 기다릴 시간이 없어 허겁지겁 '솔로몬의 지혜, 헤라클레스의 힘, 아틀라스의 체력, 제우스의 권위, 아킬레스의 용기, 머큐리의 스피드’까지 신들의 능력을 총망라한 샤잠의 능력을 빌리는 계승하고 빨간 쫄쫄이 의상의 어른 '샤잠'이 되어 돌아온다. 

소년은 어떻게 성장하는가? 

영화 <샤잠!> 스틸 이미지

아마도 <샤잠>에서 가장 돋보이는 지점은 바로 어른이 되어버린 소년의 해프닝일 듯하다. 본의 아니게 히어로가 된 주인공들은 저마다 과도기적 통과의례를 겪는다. 자신에게 들이닥친 '힘'에 대한 경이를 극복하고 자아성찰로 넘어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힘을 뽐내기 위해 무리수를 두다, 힘의 무게, 혹은 힘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깨닫게 되며 본격적으로 히어로로 거듭나게 된다. 

<샤잠> 역시 다르지 않지만 그 방식에 있어서 <스파이더맨>과 같은 소년 영웅들보다 한 발 더 '치기'의 세계로 빠져든다. 이른바 중2병의 전형적 캐릭터로 등장했던 빌리는 그 거침없는 캐릭터답게 자신이 가진 힘을 청소년의 호기심을 만끽하는 데 우선 소비하며 B급 코믹버전으로 넘어선다. 성인의 몸을 얻은 효과를 누리기 위해 어른들만이 갈 수 있는 곳, 어른만이 살 수 있는 것을 해본다든가 등등. 그러다 자신의 힘을 온라인에 시리즈로 올리는 데서 한 술 더 떠 사진을 찍어주며 돈을 받는 등 무리수의 경지에 이른다.

그러다 엇나간 그의 힘이 고가도로를 달리던 버스의 추락사고로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히어로로서의 면모를 드러내며 위기를 모면한다. 이 장면은 흡사 <스파이더 맨>에서 히어로로서 활약을 하려다 외려 카페리호를 두 동강 내고만 씬과 비교된다. 자신이 가진 힘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자각'의 계기이지만 두 씬의 무게감은 다르다. '아이언맨' 같은 아저씨와 빌리 못지않은 프레디란 친구의 충고의 무게감의 차이를 차치하고서라도, 히어로의 책임감을 갖기위해 애썼던 소년과 아직 자신의 힘자랑에 천착한 소년의 자각의 무게는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 빌리의 질풍노도와도 같은 히어로 입문식을 종식시키는 건 강력한 빌런의 등장이다. 몸은 샤잠이지만 여전히 청소년의 유아적 상태에 머물러 있는 빌리를 닥터 샤데우스는 성급하게 히어로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거기에 그가 마음을 열지 않았지만 본의 아니게 한 가족이 되어버린 위탁가정에 들이닥친 위기가 빌리를 본격 히어로의 세계로 등을 떠민다. 

영화 <샤잠!> 스틸 이미지

그런데 영화는 샤잠과 닥터 샤데우스라는 두 힘의 대결이지만, 그 안의 내용으로 보면 '성장하는 소년'과 '퇴행한 소년'의 싸움이다. 엄마를 찾기 위해 그토록 여러 가정을 전전했던 소년 빌리는 버스를 추락시키고서도 자각하지 못했던 자신의 존재를 엄마를 만나고서야 비로소 돌아갈 곳을 찾는다.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가족들의 존재를. 반면 닥터 샤데우스는 이미 닥터가 될 정도로 부와 능력을 가진 '어른'이 되었으면서도 자신이 가진 힘을 제일 먼저 '가족'을 제거하는 데 쓰듯 '퇴행적이며 유아적인 자아'에서 한 발도 벗어나지 못한다. 

또한 <해리 포터>나 <스파이더맨>이 마법이나 마법 같은 능력을 통해 '사회적 자아'로 성장해가는 것과 달리, <샤잠>은 '가족'이란 구심점으로 회귀한다. 엄마, 아니 엄마로 대변된 가족이 그리웠던 소년 빌리는 결국 '샤잠'이라는 마법과도 같은 능력을 통해 가족을 얻었다. 그의 히어로로서의 본격적인 도약은 다음 편을 기대해야 할 듯하다. 

빌리를 비롯한 모두가 히어로로 거듭난 서사는, 한 편에서 보면 빌리가 그러했듯 온갖 그리스 영웅적 신들의 이름을 모아 만든 호칭이 무색하게 영웅 설화의 숭고함 따위를 벗어난 반영웅적 해석이라는 측면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막상 스크린에 등장한 다수의 샤잠들은 '누구나 히어로가 될 수 있다'는 영화의 의도보다는 <파워레인져스>의 재현 같은 치기어린 설정으로 헛웃음을 짓게 만들고 만다. 

그나저나 이 시대에 몸도 마음도 가난한 소년들을 위로하는 건 '판타지'밖에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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