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못다 이룬 꿈을 자식이 대신 이뤄주기를 기대하는 부모들이 많다. 자신과 많이 닮은, 어쩌면 자기보다 더 나아 보이는 자식에게 너무 많은 걸 기대한 나머지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8일 방영한 KBS2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이하 <안녕하세요>)에는 자신의 젊은 시절 꿈인 경찰공무원을 딸에게 강요하는 엄마의 사연이 등장했다. 심지어 이 엄마는 알코올 중독 현상 때문에 다른 가족들을 종종 힘들게 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놀라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KBS 2TV 예능프로그램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자식에게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 욕망을 대신 투영하는 부모. 사실 이런 사연은 <안녕하세요>에 부지기수로 등장한 단골메뉴이기도 하다. 몇 달 전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JTBC 드라마 <SKY 캐슬>에도 비슷한 설정이 있었다. 할아버지, 아버지가 대대로 의사니 그들의 자식 또한 반드시 의사가 되어 대를 이어야 한다는 압박감, 이미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자신이 원하는 더 높은 곳에 오르지 못했으니 자식들을 통해 그 꿈을 대신 이루고자 하는 아버지.

<SKY 캐슬>이 일부 상류층에 국한된 이야기이긴 했지만, 보통 사람들이 봐도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드라마 속 한서진(염정아 분), 차민혁(김병철 분), 이명주(김정난 분)처럼 자식들의 창창한 앞날을 만들어준다는 명분으로 정작 본인들은 원하지 않는 부모 자신들의 꿈을 강요하는 현상을 너무 많이 봐왔기 때문은 아닐까.

이날 <안녕하세요>에서 딸에게 경찰공무원이 되기를 강요하는 엄마는 여러 군데서 점을 본 결과 딸이 나랏물을 먹게 될 것이라고 했다며 자신만만해 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 엄마는 경찰, 공무원이 되기 위해 수년 째 청춘을 허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

KBS 2TV 예능프로그램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공무원, 경찰은 이제 더 이상 열심히 공부만 한다고 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경찰,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고,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드는 비용 포함 상당기간 다른 것을 포기해야 하는 엄청난 기회비용을 묵묵히 감당해야 한다. 거기에 경찰 공무원은 필기시험 외에도 고난도의 체력검정 통과 또한 요구된다. 무엇보다도 공무원과 경찰은 국가와 시민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고자 하는 의식이 있어야 한다. 공무원, 경찰에 별 뜻이 없는데 부모가 시킨다고 억지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 과연 좋은 공무원이 될 수 있을까.

엄마가 원해서 오랫동안 한국 무용을 전공 했지만, 끝내 자신이 원하는 아나운서의 길을 걷게 된 박은영 아나운서의 조언처럼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 부모가 이루지 못했던 욕망을 대신 이뤄주는 존재가 아니다. 물론 원한다고 하고 싶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자식이 원하는 꿈이 있다면 부모의 꿈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진정한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자기는 다른 부모들과 다르다고 하지만, 은근슬쩍 자신이 못다 이룬 욕망을 자식에게 투영하려는 부모들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안녕하세요> 사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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