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별세했다. 조 회장의 별세를 두고 조선일보는 "적폐 청산 희생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9일자 조선일보는 <조 회장 급서, '적폐 청산' 희생자 몇 명째인가> 사설에서 "자산 규모 재계 14위인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8일 급서했다"며 "폐질환을 앓았던 그는 지난달 27일 대한항공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반대로 등기이사직을 박탈당한 뒤 병세가 급속히 악화됐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고 전했다.

▲9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그는 현 정부 들어 대표적인 '적폐 기업인'으로 찍혀 전방위 압박을 받아왔다"며 "작년 4월 조 회장 차녀의 '물컵 갑질' 사건이 터진 이후 조 회장과 그의 가족은 범정부 차원의 사정 총공격을 받았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검찰·경찰은 물론, 관세청·공정위·교육부·고용부·복지부 등 11개 기관에서 25건의 조사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물컵' 사건과 관련도 없는 별건 조사로 확대돼 밀수, 가정부 불법고용 같은 온갖 사안으로 망신을 주었다"며 "18차례에 걸쳐 한진그룹 계열사 압수수색이 진행됐고, 조 회장 일가는 모두 14번 검찰·경찰·법무부 등의 포토라인에 서야 했다"고 했다. 이어 "관세청장이 '조 회장 자택에 비밀의 방이 있다'고 공개 발언했지만 실제 있지도 않았다"며 "마녀사냥, 인민재판이 따로 없었다. 한 기업인 가족을 상대로 이렇게 국가 기관이 총동원된 적은 없었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하지만 검찰은 정작 물컵 사건에 대해선 무혐의로 결론 내리고 기소하지도 않았다"며 "가족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이 모두 기각되자 칼날은 조 회장으로 향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검찰은 항공기 장비와 기내 면세품 구매 과정에서 수백억원대 횡령이 있었다며 조 회장을 기소했다. 국민연금은 '주주 가치 훼손'을 이유로 조 회장을 대한항공 이사회에서 축출했다"며 "지병이 있는 환자가 이러고도 사망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법치는 어떤 행위에 범죄 혐의가 있을 경우 그 혐의를 입증하고 처벌하는 것"이라며 "반대로 특정 인물을 먼저 찍은 뒤에 무조건 잡겠다는 목적을 갖고 법을 이용해 먼지 털기를 하는 것은 법치가 아니다"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조 회장 사망에 대해 재계에선 '간접 살인'이란 개탄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다"며 "무리한 얘기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조선일보는 "이 정부 들어 '적폐 청산' 대상이 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4명"이라며 "대중의 분노에 야합하는 공권력은 폭력이나 다름없다. 조 회장의 죽음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근간인 법치주의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작동되고 있느냐는 물음을 던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9일자 한겨레 사설.

반면 한겨레는 대한항공과 보수언론이 주장하고 있는 '무리한 수사'라는 논리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한겨레는 조양호 회장의 공과를 밝힌 후 "진짜 위기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찾아왔다"고 했다. 한겨레는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014년 '땅콩 회항'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은 데 이어, 지난해엔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물컵 갑질'로 사회적 공분을 샀다"며 "이 과정에서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직원들에게 '갑질 폭행'을 일삼은 사실이 폭로됐고, 대한항공을 이용한 밀수와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 등도 드러났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고인도 270억원대의 횡령·배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며 "지난달 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선 국민연금과 외국 연기금, 소액주주 등이 '기업가치 훼손과 주주권 침해'를 이유로 반대해 이사 연임이 부결됐다"고 썼다.

한겨레는 "그런데도 대한항공은 '관계자 입'을 통해 '이사직 박탈에 대한 충격과 스트레스 등으로 병세가 급격히 악화됐다'고 언론에 흘렸다"고 했다. 한겨레는 "외국에서 수술을 받을 정도로 병세가 위중했다면 당연히 주변에서 이사 연임 시도를 말렸어야 했다"며 "이제 와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그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